[이데일리 박종오 기자]국내 임대차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내집 마련의 수단으로 각광받던 전세의 인기가 시들해진 반면 월세는 세를 넓혀가고 있다. 중간단계인 보증부월세(반전세)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이 됐다.
투자상품으로서 집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하고 있다. 오피스텔 등을 중심으로 일었던 임대수익 열풍이 장기적으로 아파트 등 주택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아파트, 시세차익에서 임대수익으로
서울에 사는 세입자 이모씨는 이달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집주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2년 전 전세보증금 3억5500만원에 계약했던 집을 보증금 3억원에 월세 60만원인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돌리겠다는 것.
집주인 입장에서 보증금 5500만원 대신 월 60만원을 받는다면 이율은 연 13%에 달한다. 현 주택담보대출 금리(4%안팎)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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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확산되고 있는 보증부월세는 투자관점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초다. 종전까지 아파트는 싼 가격에 매입한 뒤 비싼 값에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대표적인 자본차익형 상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기에 접어든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더라도 차익은커녕 투자손실을 볼 우려가 크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인들이 활용도가 떨어진 전세보증금을 '주택대출금리 플러스 알파(α)' 수준의 월세로 돌려 손해를 보전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지금은 임차수요가 몰린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월세 전환이 활발하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중형이나 대형 아파트 월세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은 월세, 중형은 반전세, 대형은 전세유지
전세주택의 월세 전환은 면적별로 순차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전월세 보증금은 전체 전월세 주택 매매가의 33.6%를 차지하고 있다. 추가적인 담보대출금액도 9.6%에 달한다. 전월세 집에 대한 집주인의 순수지분이 평균 56.8%에 불과하단 얘기다.
보증금을 돌려주려면 담보대출을 더 받거나 다른 여윳돈을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국내 자가가구 형편상 목돈을 구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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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전세의 월세 전환은 대체로 보증금 반환 부담이 적은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시장에선 소형을 중심으로 아파트의 투자수익률이 전통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을 위협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부설 토지주택연구원의 김용순 박사는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은 일종의 빚"이라며 "빚 부담이 작은 소형주택은 월세, 중형은 반전세로 돌아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보증금 총액이 높은 대형은 상당기간 전세형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책 중심의 정부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월세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피해를 보는 세입자들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박사는 "현행 임대차 보호법과 정부의 전월세 대책은 주로 전세가구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주거비 보조 등 월세가구 지원을 위한 선진국형 임대차 제도로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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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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