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지금까지 버텨온 이유,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이유
세일러 (idca****)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희망적인 요소들
-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선방해온 이유
- 공황을 견뎌내고 나면 도약할 수 있는 이유
1. 좋은 약은 입에 쓰다
7. 부동산이 지금까지 버텨온 이유,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이유
08년 4분기에 세계 경제위기가 터진 이후로도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은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인 은마 아파트나, 2000년대 가격 상승기에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던 강남 3구의 대형아파트들, 분당·일산 신도시 아파트들의 경우에는 30% 넘게 가격이 하락한 경우들도 꽤 있지만, 서울 아파트 전체 평균으로 보면 지난 3분기말 현재 겨우 5.4% 하락했을 뿐입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주요 20개 도시 기준)를 보면, 2006년 2분기에 전고점을 기록한 후 지난 2분기말까지 전체 평균이 30% 넘는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과거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사례를 보더라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부동산 가격이 일단 꺽이고 나자 빠른 속도로 하락을 보이게 됩니다. 이 점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동산 버블이 일단 꺾여서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느린 속도로 하락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매우 특이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유럽의 몇 몇 나라들처럼 아예 상승으로 돌려세운다면 모를까)
왜 그럴까, 를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과거 아파트 가격 급등기에 노무현 정부에서 걸어놓은 LTV(부동산의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 설정), DTI(대출자의 소득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 설정) 대출규제를 설정해두었기 때문입니다. LTV 규제는 지역에 따라 50-60% 수준이 상한선이었고, DTI 규제는 40~60% 수준이 상한선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치솟던 부동산가격이 일단 하락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급락하게 되는 이유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공했던 은행들이 담보가치를 위협받게 되면 대출금의 만기연장을 거부하고 원리금을 바로 회수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낮은 가격에라도 처분해야 하는 매물이 등장하면서 가격 하락이 더욱 부채질되어 빠르게 하락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LTV, DTI 대출규제를 미리 걸어두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여유가 있었고, 그 때문에 천천히 느린 속도로 하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어진 하락 때문에 이제는 결국 은행들의 담보가치를 위협하는 아파트가 속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문에 대출금의 만기연장을 두고 은행창구에서 옥신각신하는 경우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앞으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그동안의 완만한 하락세를 접고, 모든 부동산 버블 붕괴가 그러하듯이 빠르게 급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 시점은 역시 대통령 선거 직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지난 글,
현재의 경제 상황 점검 12.10.17
에서 당시 미국 시장의 동향이 대선정국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씀드렸고, 한 달 뒤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끝나면 그 이후 시장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라질 듯 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실제로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나니 그 전까지 언론기사에서 통 보이지 않던 ‘재정절벽’ 문제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은 크게 하락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요새 ‘부동산이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는 언론기사가 자주 눈에 띄고 있습니다. 실제 시장의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는 쌩뚱맞은 기사인데, 이런 기사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역시 대선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런 언론기사들의 바람몰이로 인해 대선때까지는 급락을 막으면서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후가 되면 빠른 하락이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결국 우리나라도 일본이나 미국처럼 부동산 버블(주로 아파트버블)이 본격적으로 붕괴하게 될 텐데,
그래도 상대적으로 좋은 여건(버블 붕괴의 충격을 견디기 위한)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08년 3분기 이래 벌써 4년 동안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오면서 은행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상당한 대비를 갖추어왔습니다. 그 때문에 결국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크게 하락하게 되더라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훨씬 작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제가 써나가고 있는 글은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희망적인 요소들에는 무엇이 있나 살펴보는 것입니다.
원래 노무현 정부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었던 것인데, 글을 쓰다보니 자꾸 그 쪽으로 가게 됩니다. 편작의 형처럼 큰 병이 들기 전에 병증을 초기에 다스리고, 국가의 시스템 자체를 건강 체질로 만들어놓고자 노력했던 노무현 정부의 노력이, 크나큰 경제위기를 맞이한 지금 빛을 발하고 있기에 글이 자꾸 그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듯 합니다.
LTV, DTI 대출규제 같은 경우도 그 정책이 지금까지 한국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고 있는지 제대로 평가받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예전에 신현송 교수가 이 정책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신교수는 스페인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스페인이 우리나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LTV, DTI 대출규제 같은 정책을 도입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럽에서 최고로 부동산버블이 심했던 나라는 스페인(과 아일랜드)이었습니다. 당시 스페인은 영국 등지로부터 부동산 매입자금이 계속 몰려들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스페인 정부에서도 지나친 부동산버블을 억누를 필요성이 논의되었는데, 유로존에 묶여있는 상황이므로 독자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가 없습니다. 결국 부동산버블에 대응하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었던 것이죠.
그 때문에 스페인 정부는 그냥 손을 놓고 있었는데,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LTV, DTI 대출규제 같은 정책을 도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좋은 평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적은 전혀 없습니다.
위에 링크를 걸어드린 글제목 3번 글에서, 지난 2003-4년에 카드사태가 벌어졌을 때 노무현 정부가 철저하게 카드부실을 일소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처리했고, 일체의 경기부양책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당시 이처럼 신용카드 부실을 철저하게 일소하면서 당시 우리 경제는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되었고, 그 결과 아파트 가격 상승추세가 이 시기에 한번 꺽이게 됩니다.
그 이전과 그 이후에 급하게 상승하던 아파트 가격이 이 시기에 한 번 제동이 걸림으로 인해 전체적인 버블의 크기를 상당히 줄이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버블은 40년 이상 이어온 것으로, 일본의 부동산버블이 지난 1991년에 붕괴된 이후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동안 줄곧 이어온 부동산버블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긴 시간동안 누적된 버블이 붕괴하게 되면 큰 충격이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김영상 정부 시절인 90년대의 장기조정과 98년 IMF 위기시의 급락을 거쳤고,
2000년대 전세계적인 부동산 상승기에서는 2003-4년에 카드사태로 인해 한 번 조정을 거쳤고,
이후 LTV, DTI 대출규제가 도입되면서 또 한 번 과다한 상승이 억제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전세계적인 부동산 상승기만을 놓고 보면, 외국의 다른 나라들보다는 우리나라의 상승폭이 덜해보입니다. (최소한 스페인, 아일랜드보다는 덜해 보입니다)
그 때문에 부동산 버블 붕괴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폭 감소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노무현 정부에서 두 번의 억누름이 없었다면 그 상승폭은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것이고, 버블 붕괴시의 충격 또한 감당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결국 자꾸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칭친하는 쪽으로 글이 돌아가게 됩니다만,
객관적인 사실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거의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더 많이 흘러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역사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면, 그 때 가서는 올바른 평가를 얻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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