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세븐(서울·경기 인기 주거지역 7곳) 주택거래도 4년전 금융위기 때의 반토막
['맥박' 멈춘 주택시장] "5000가구 아파트에 거래 1건… 문의전화조차 안와" 거래 안되니 가격도 뚝…
강남 13억짜리, 10억 아래로 집값 떨어지니 빚 못갚아… 경매 아파트 4년새 2배
조선비즈 유하룡 기자 입력 2012.08.04 03:24 수정 2012.08.04 17:21
3일 서울 강북구의 'A아파트'. 5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인데도 요즘 거래가 사라졌다. 아파트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20여곳은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일부 업소는 아예 문을 닫고 휴가를 떠났다.
P공인중개사무소 김모(45) 대표는 책상 서랍에서 때묻은 매물 장부를 펼쳐 손가락으로 짚으며 "이건 1월에 나온 물건인데…"라며 혀를 찼다. 이 장부에는 3페이지에 걸쳐 40여개의 매물 내역이 적혀 있었다. 그는 "계약서 써본 지가 워낙 오래돼 기억도 안 날 정도"라며 "문의전화라도 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실수요자가 많은 전용면적 59㎡가 지난 6월에 단 1건만 거래됐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8월에도 이 아파트는 9건이 매매됐었다.
↑ 일손 놓은 중개업소 3일 서울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게시판에 매물 딱지가 나붙어 있지만 사무실 내부는 손님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텅 비어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b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주택 매매시장이 사상 최악의 침체에 빠졌다. 정부가 2006년 통계를 조사한 이후 거래량이 최저 수준이다. 시세보다 수천만원씩 싸게 나온 급매물도 찾는 이가 없다. 주택시장의 노른자위로 꼽히는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거래량이 반 토막 났다.
법원 경매시장엔 2~3회 유찰돼 감정가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반값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던 '하우스푸어(house poor)'는 거래 실종과 집값 하락으로 파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잘나가던 버블세븐도 휘청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주거지로 꼽히는 버블세븐(서울 강남·서초·송파·양천구, 경기 분당·평촌·용인)도 주택거래 침체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2분기 주택거래량은 8400여건. 금융위기가 시작된 4년 전(1만6000여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역별로는 양천구와 평촌신도시가 60% 이상 감소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두 곳 모두 최근 학군 수요가 감소하고 재건축 호재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거래가 더 위축됐다"고 말했다.
거래가 끊기면서 버블세븐에 있는 랜드마크 아파트 가격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때 부(富)의 상징으로 꼽혔던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165㎡)는 2006년 33억원이던 시세가 현재 18억~22억원으로 추락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87㎡)도 2009년 7월 입주 후 처음 9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로열층이 8억9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와 있다.
도곡동 도곡렉슬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0년 13억원이던 109㎡가 지난 5월 9억6000만원에 팔렸다. 2년 만에 26% 하락한 것이다.
◇반값 아파트 나오는 경매시장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끊기면서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아파트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매 아파트는 2008년 1만5216건에서 지난해 2만9858건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부동산태인 정대홍 팀장은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는 반면 집값은 계속 떨어져 금융권이 아파트를 경매로 넘기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경매에서도 팔리지 않는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반값 수준으로 떨어진 물건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경매한 서울 양천구 신정동 J아파트(162㎡)는 감정가(10억원)의 55%인 5억5010만원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는 급매물도 평균 8억3000만원 정도여서 시세보다 30~40% 싼 셈이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수도권의 경우 2~3회 유찰된 물건이 많아지면서 시세의 절반 수준에 살 수 있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벼랑 끝 하우스푸어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지면서 하우스푸어의 고통도 극에 달하고 있다. 원리금 상환에 쪼들려 카드빚을 내거나 집을 팔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깡통 주택'까지 나오고 있다.
직장인 양모(45)씨는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올해 초 5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그는 2007년 경기도 분당의 전용면적 100㎡짜리 아파트를 10억5000만원에 샀다. 집을 넓히고 시세 차익도 기대하고 6억원을 대출받았다.
지금 양씨 집의 시세는 8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그는 "월급의 40% 가까이를 이자 내는 데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전 경기도 용인의 5억원짜리 아파트를 2억원의 대출을 받아 샀던 정모(54)씨는 "집값이 4억원까지 떨어져 대출금 갚고 전세금 돌려주면 손에 쥐는 게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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