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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이자만 갚다 아파트 날렸다"…묻지마 대출 곡소리

부동산

by 21세기 나의조국 2012. 7. 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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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라 이자만 갚다 아파트 날렸다"…묻지마 대출 곡소리

[해설] '집단대출' 수수방관한 금융당국,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허환주 기자   2012-07-16 오전 11:57:28

 

 

 

"계약할 때는 모든 게 다 잘된다면서 온갖 감언이설을 내놓더니, 이제는 안면 몰수하고 입을 싹 닫고 있어요. 죽어라고 이자만 갚다가 아파트 날리게 됐어요."

인천 영종도 'ㅎ'도시에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A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9년 영종도 내 52평 아파트를 5억7000만 원에 매입했다. 은행에서 4억 원을 대출받았다. 한 달에 이자만 200만 원을 냈다. 입주하는 2012년이 되면 가격이 갑절로 올라 프리미엄을 얹혀서 팔 수 있다는 은행과 건설사의 감언이설만 믿었다.

하지만 정작 입주시기가 다가왔으나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3분의 2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애초 건설사에서 이야기했던 학교나 마트 등 제반 시설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들판에 아파트 단지만 들어선 꼴이다.

A씨는 "3년 동안 내야 했던 이자만 계산해보면 7000만 원이 넘는다"며 "은행과 건설사에선 입주시기가 되면 이자 비용보다 더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정반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A씨는 매달 지급해야 하는 이자와 만기가 다가오는 중도금 대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아파트를 내놓을 생각을 하고 있다.

김포 한강 신도시에 아파트를 산 B씨도 마찬가지다. 경전철이 건설되고 도로가 뚫릴 뿐만 아니라 한강 조망권에 친환경 시설이 만들어진다는 분양광고만 믿고 2009년 당시 아파트 계약을 맺은 B씨는 현재 소송준비 중이다. 계약을 무효로 하고 채무를 없던 걸로 하기 위해서다.

B씨는 아파트를 사느라 빌린 돈 때문에 은행에 매달 약 250만 원을 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까지 맞물려, 시세는 분양가보다 30% 가까이 떨어졌다. 이것도 대략 추정 수치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량이 제로(0)다.



 

▲ 김포 한강신도시 모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수요자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분양가 턱없이 높아 손해 봤다며 줄소송 이어져

김포 한강신도시에 들어선 모 아파트 계약자 500명은 최근 "분양가가 턱없이 높아 손해를 봤다"며 시공업체엔 계약해지를, 집단대출을 해준 은행엔 갚을 빚이 없다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냈다. 중도금 납부도 거부하고 있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나머지 아파트 계약자들도 소송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김포 신도시에 국한된 게 아니다. 인천, 경기 김포·일산 등 수도권 외곽 신도시 지역은 입주시기가 다가오면서 입주자와 시공업체 및 은행과 끊임없이 다툼이 일고 있다. 소송전이 벌어지는 지역은 인천 청라지구, 남양주 별내신도시 등 수도권 2기 신도시와 택지지구가 대부분이다. 대개 가격이 분양가 대비 10~20%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 중 30여 단지에서 중도금 납부 거부를 포함한 소송을 벌이고 있거나 벌일 예정인 것으로 은행권은 추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국내은행 가계집단대출 건전성 현황 및 향후 감독방향'을 보면 4월 현재 분쟁사업장은 94개에 달하고 연체 잔액은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원인에는 '묻지마식' 집단대출이 자리 잡고 있다. 집단대출은 특정단체 내 사람을 대상으로 일괄 승인으로 이루어지는 대출을 말한다. 특정단체, 즉 신규아파트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중도금 대출과 잔액 대출이 대표적인 집단대출이라 할 수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6월 조사한 바로는 총 102조4000억 원이 은행권 대출 중 집단대출액으로 분류된다. 가계대출 451조1000억 원의 22.7%, 주택담보대출 305조6000억 원의 33.5%를 차지하는 규모다.

집단대출은 대출을 받는 쪽에선 일일이 대출심사를 받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고, 은행은 재개발, 신규 분양 또는 입주 아파트 분양업자와 협약을 체결해 한꺼번에 대규모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빚 갚을 능력을 따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받지 않아 이미 대출한도를 넘었더라도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점도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으면 소유주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세 차익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무리하게 집단대출을 받은 경우가 그렇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DTI까지 초과해 대출을 받아 분양을 받았는데 집값이 내려갈 경우, 이자와 원금상환에 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집단대출은 개인 신용도를 보고 대출해주는 게 아니라, 분양지역을 보고 대출해주는 구조이기에 이자 및 원금 회수가 여의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 최근 집값이 지속해서 떨어지자 집단대출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다. 지난 28일 금융감독원의 발표로는 5월 현재 국내은행 가계 집단대출 연체율은 1.71%로 전달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 12월(0.95%)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5개월 연속 오름세다. 집단대출 부실채권 잔액도 늘어 3월 현재 1조2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3000억 원(33.3%)이나 늘었다.

▲ 인천 경제자유구역 영종도에 들어선 첫 대단지 아파트. ⓒ연합뉴스

 


'묻지마식' 집단대출, 누가 이익을 보나

금융당국은 양날의 칼과 같은 집단대출이 이렇게 부실화되기 전에 적절하게 규제해야 했지만 집단대출이 기본적으로 시공사가 보증을 서고 아파트라는 담보가 있다는 점, 수도권 건설경기를 활성화한다는 이유 등에서 사실상 방관했다.

뒤늦게 올해 들어 집단대출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자 금융당국은 부실 위험이 큰 '잠재적 신용불량자'의 부채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를 전격 추진키로 했다.

현재 신용회복위원회가 1~3개월 연체자에 대한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운용 중이나 이에 앞서 은행권에서 자체적으로 먼저 채무조정 작업을 거치면 부실위험군의 연체자 전락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묻지마식'으로 대출해 준 뒤, 문제가 생기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대출자에게만 전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집단대출 받은 집에 전세로 사는 세입자도 피해를 받는다는 게 문제다.

한국의 주택 구매 시 은행에서 빌리는 돈의 비율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낮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주택구입자의 자금조달원 중에서 은행 대출 비율은 평균 39%에 불과하다. 집값의 60~70%까지 빌려줄 수 있도록 한 담보대출인정비율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70%를 넘는 경우는 1%에도 못 미친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직전에 대출 비율이 80~100%에 달했던 것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이러한 배경에는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전세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전세를 사는 사람이 주택을 살 경우, 기존 전세금으로 새 주택 구매 자금의 40%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 또한, 여윳돈으로 추가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주택을 늘릴 수 있다. 평균 40% 정도의 대출 비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물론 해외에 비해 대출 규모가 작다 하더라도 부채는 부채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불황기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부동산 대출 원금과 이자가 연체될 경우, 금융권은 원금 회수를 위해 담보로 맡긴 주택을 경매에 부친다. 주목할 점은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 가운데 은행 주택담보 대출금을 상환하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 아파트'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3억6000만 원 대출을 끼고 산 6억 원 집을 2억4000만 원에 전세를 놓았다고 하자. 만약 집주인이 대출금 상환을 하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집은 대략 4억8000만 원(낙찰가율 80%)에 팔린다. 그렇게 되면 앞순위 저당권을 설정한 금융권에서 3억6000만 원을 가져간다. 그 뒤 남은 돈을 세입자가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남은 돈은 1억2000만 원으로 세입자는 앉아서 1억2000만 원을 손해 보게 된다.

물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있어 세입자의 권리는 어느 정도 보호된다. 하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서울은 7500만 원까지만 보증금을 보호해준다. 경매로 팔리면 최우선변제금은 2500만 원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에서 1억 원 이하 전셋집은 찾아보기 어렵게 된지 오래다.


고스란히 서민만 손해 입는 구조

지난 27일 KB금융지주 산하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세입자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집에 사는 세입자 34만 가구가 보증금의 상당 분을 떼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는 집단대출을 받은 아파트에 사는 세입자도 상당수 포함된 걸로 알려졌다.

시중에서는 집단대출이 연체될수록 은행들만 떼돈을 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체되면 연체된 대로 연체이자를 받을 수 있고, 대출금액이 아파트 시세보다 높아지면 아파트를 헐값에 경매로 넘겨버리면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폭락해, 경매로도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은행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엔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화된 은행을 살리는 게 정석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만 입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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