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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에코지능’은 얼마인가?

자연환경·국방. 통일

by 21세기 나의조국 2012. 4. 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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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에코지능’은 얼마인가?
지구를 구하는 지구시민의 자세

(CBS 노컷뉴스 / 변상욱 / 2012-04-24)

 


지구 온난화라는 문제가 처음 가설로 제기됐을 때 사람들은 흥밋거리 지구 종말론처럼 가볍게 받아들였다. 온난해지면 농사지을 경작면적이 늘고 2모작 3모작이 가능해 수확이 많아질 텐데 무슨 걱정이냐고….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논의 유기물 포함량을 1920년과 2000년을 비교한 수치를 살펴 보자. 논은 4.4에서 2.7로, 밭은 3.4에서 2.4로 줄었다고 한다. 수천 년 농사를 짓고 전쟁을 치르면서도 살아남은 우리 들녘이 불과 100년 만에 시한부 삶을 사는 중환자 신세가 되었다.

 

우리 땅은 콘크리트 아스팔트로 덮이지 않으면 무얼 심어도 결실을 못 거두는 불임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후도 땅도 망가져 가고 있다. 그래서 친환경을 이야기한다.

 

친환경 에너지, 친환경 자동차, 친환경 건축, 친환경 패션, 친환경 투자, 에코 하이브리드…. 이것들이 지구를 살릴까?

 

#1.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사용을 피하기 위해 미국,유럽이 친환경 자동차를 탄다. 연료는 옥수수, 콩, 사탕수수, 팜유 등 식용작물에서 얻는다(바이오 에탄올). 이들 식용작물은 따뜻하고 비 많이 내리는 지구 남반부에서 길러야 한다. 식량을 키울 남반구의 농지가 이윤이 많이 남는 공업용 농장으로 바뀐다. 식량 가격은 오르고 농민들은 실업자가 된다.

 

2007년 초 멕시코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1년 남짓한 기간에 또르띠야 재료인 옥수수 값이 80%나 상승했다. 중산층도 두 손 들 가격이다. 그래서 벌어진 또르띠야 폭동에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했다. 한 달 뒤 이집트, 소말리아,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카메룬, 아이티 등 30개 국에서 식품 값 상승으로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카메룬에서 40 명 사망, 아이티 경찰 발포로 4명 사망 및 총리 퇴진, 중국 슈퍼마켓에서 다투다 3 명 사망 31명 부상… 인도네시아에서는 상인들이 튀김에 쓰고 남은 거무튀튀한 식물성 기름에 가정용 표백제를 풀어 색을 바꾼 뒤 새 기름으로 팔기도 했다.

 

2008년 봄의 식료품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나라에서 식물성 기름, 밀, 쌀, 콩, 옥수수 값이 뛰면 사람들은 정말 살기 힘들다. 그러면 연료용 옥수수를 판 이득은 어디로 갔을까? 당연히 세계 곡물시장과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는 다국적 기업 등 기업과 농장 주인들에게 돌아갔다. 잘 사는 나라의 에너지 과소비로 인한 부담을 남반구 가난한 나라들의 서민이 짊어지고 열대 우림이 파괴되어 공업용 농장으로 바뀌는 것이 친환경인가?

 

#2. 친환경이란 단어에 친숙해지면 지구환경을 지키는 데 있어 긴장이 해이해지는 문제도 있다. 유기농 곡물을 재료로 한 식품을 사먹지만 거기에 들어간 화학 첨가물, 커다란 비닐봉지와 종이 상자 포장 등은 지구에 해롭다.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사용한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들이 지구환경을 얼마나 해치는 것들인지 반드시 따지고 살펴야 한다. 그저 장바구니로 비닐봉투 한 장 아꼈다고 바구니 속 물건에 소홀해선 안 된다.

 

소주에 천연 원료를 쓰고 첨가물을 인공첨가물에서 천연 첨가물로 바꿔 자연주의 에코 친환경 소주를 만들었다고 선전하니까 소주 판매량이 신바람 나게 늘고 있다. 소주는 보약이 아니다. 음주 흡연을 절제하고 건강을 지키는 것이 지구를 돕는다.

 

 

#3. 오늘날 의료는 생명을 지원하기 이전에 경제적 사업이다. 미국 병상 하나에서 매일 4~20킬로그램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 가운데는 용도 폐기되거나 기한이 지난 약물도 있고 한 번 쓰고 버리는 장갑, 주사바늘, 붕대, 거즈 등이 포함돼 있다.

 

1994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불과 몇 초만 쓰이고 버려진 라텍스 장갑이 120억 개에 달했다는 통계도 있다. 또한 의료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사회에 엉뚱한 신드롬을 주입하는 것도 문제이다. 다이어트, 성형, 임플란트 등이 대표적인 예. 모두가 골고루 적당히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손발 잘 씻고, 양치질 열심히 해서 병원 드나드는 일을 줄이면 지구를 구하는 행동이다.

 

#4.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유기농 식재료와 외국에서 재배돼 배에 실려 건너 온 식재료는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또 무늬만 친환경 유기농인 가짜들도 많다. 유기농도 제대로 살펴 구입하지 않으면 정성껏 기른 유기농은 버림 받고 무늬만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에 속기 십상이다. 친환경 유기농을 키우는 책임이 분별 있는 소비에 달려 있다.

 

식탁은 정치이다. 우리 고기를 먹되 고기 섭취를 줄이고, 우리 농민들의 채소를 농민에게서 사 먹어야 한다. 비닐포장에 담긴 건 뭐든 덜 먹고 덜 쓰면 된다. 비료, 농약, 비닐을 농업에서 줄여야 한다. 내가 불편하지 않은 환경운동 실천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마켓에 갈 때는 장바구니, 백화점 갈 때는 자동차 타고 모피 코트 입고 가는 격이다.

 

#5. 휘발유를 쓰지 않는 자동차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도 자동차 회사가 이윤이 적어지면 만들지 않는다. 소비자가 연비만 높으면 휘발유 자동차도 괜찮고 속도가 느리다며 전기 자동차를 사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된다. 연비 높은 자동차로 바꾼다 해도 운전 습관이 그대로이면 곤란하다. 급출발, 급가동, 급제동, 통화 중 운전… 모두 지구를 해친다.

 

친환경 원목자재로 지은 아파트가 있다고? 천연원목을 써야 친환경이다. 합판 같은 판재 재료를 쓰면 이미 친환경이 아니다. 그리고 친환경 원목자재라 해도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지키면서 숲을 해치지 않고 숲에 사는 사람들을 내쫓지 않으면서 얻은 목재가 친환경 목재이다.

 

#6. 몸에 좋다는 녹차는 세계적으로 ‘커피 대신 녹차’ 바람이 불면서 2005년 60억 달러였던 미국의 차 시장은 2010년 100억 달러에 이르렀다. 덕분에 인도 등에선 차 플랜테이션이 급증했다. 농지가 차 밭으로 변하며 토양침식이 증가하고 살충제나 다른 합성화학물질이 다량으로 살포돼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미국 쇠고기는 쇠고기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쇠고기를 생산하는 과정도 지구를 해친다. 효율적으로 많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공장형 축산’을 운영한다. 해마다 미국에 등록되는 항생제의 70%가 농장의 가축에 투여되는데 그 중 1/4 ~ 3/4이 배설물을 통해 물과 토양을 오염시킨다. 우리는 고기가 식품기준에만 맞으면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이 올바르지 못하면 지구는 고통당한다.

 

#7. 방법은 자본주의에 길든 소비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성장과 편리함을 포기하는 것이 지구를 구하는 기본이다. 불편해 지자. “겉으로는 녹색을 표방하나 실제론 환경 친화적이지 않은” ‘그린워싱’(Greenwashing)에 속지 말자. 그린워싱은 녹색성장에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나 그것은 기업의 성장일 뿐 지구를 구하는 행동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에코지능’(대니얼 골먼)이라고 강조된다. 오늘의 생태위기에서 지구의 대격변을 예감하는 감수성과 지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변상욱 / CBS 대기자


출처 :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12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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