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해군기지 공감하던 제주지사 왜 돌아섰나

자연환경·국방. 통일

by 21세기 나의조국 2012. 3. 10. 12:13

본문

해군기지 공감하던 제주지사 왜 돌아섰나

제주도 의견 묵살한 정부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아 노컷뉴스 | 이인 | 입력 2012.03.09 18:18 | 수정 2012.03.09 18:27

 

 

 

[제주CBS 이인 기자]

제주해군기지는 국책사업이라며 필요성을 인정해 오던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이제는 공사정지 명령를 예고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무시와 말바꾸기가 우 지사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는 분석이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지난 2010년 7월 취임이후 기회있을 때 마다 정부와 도민이 윈윈하는 방향으로 해군기지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밝혀 왔다.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을 받아 들이는 대신 사업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등의 지역발전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윈윈해법의 주요 내용이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즉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한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이 보장되는 항구 건설'에 매달리다시피한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우 지사의 절박함과는 달리 제주해군기지 건설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취임 4주년 회견에서 민군복합항은 언급도 없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성만을 강조했고, 같은달 김황식 국무총리는 '오지도 않는 크루즈선때문에 불필요한 논란만 계속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과 함께 '예산낭비라는 주장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

급기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제주기지는 분명히 해군기지이다. 국방부 예산으로 9,700억 원을 투자해서 만드는 해군기지다"라고 주장한 뒤 "다만 해군기지를 만들면서 크루즈선도 계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쯤되면 '이명박 정부들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사라지고 제주해군기지로만 추진되고 있다'는 반대활동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셈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입장에도 침묵하던 제주도는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이 나오자 9일 이례적인 반박자료를 내고 조목 조목 비판했다.

제주도는 우선 "2008년 9월 11일 정부는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세계적인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어 "2009년 4월 27일 국방부장관과 국토해양부장관, 제주도지사 등이 체결한 기본협약서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15만톤 규모의 크루즈선이 입.출항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정부가 직접 국민에게 발표하고 도민에게 약속한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특히 "국방부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국가정책에 어긋나는 발표를 한 것이기 때문에 대변인의 발언이 잘못됐다면 국방부가 그에 합당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지사가 정부에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도 바로 15만톤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 문제에 있다.

제주도는 항만 선회장의 직경과 항로의 안전성 문제를 꾸준히 지적했다.

결국 국회 예결특위의 권고에 따라 지난 1월 26일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가 구성됐고 20여 일 만인 2월 14일에는 활동결과 보고서가 채택됐다.

핵심은 풍속과 횡풍압 면적 등의 기준을 제대로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다시 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월 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국방부가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2월까지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크루즈선 입출항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과정에 제주도가 추천한 전문가들은 배제됐고, 제주도는 "시기상 기술검증위원회의 의견이 반영됐는지도 의문이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공사강행 발표 하루 전에도 정부에 공문을 보내 이같은 뜻을 전달한 제주도는 지난 5일 우근민 지사와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 새누리당과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공동명의의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와 해군이 함께 참여하는 시뮬레이션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추가 시뮬레이션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나면 강정마을회를 설득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에 대한 주민총회를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지난 7일에는 구럼비 해안가 발파를 시작하는 등 제주도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

제주도와 도의회, 지역 정치권의 의견을 완전히 묵살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인 우근민 지사로서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결국 제주도는 구럼비 발파가 시작된 7일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명령을 해군에 예고하고 오는 20일 청문 절차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최근 해군기지 항만 내 서쪽 돌출형 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을 들어 '공유수면 매립공사가 당초 계획과 다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공사 정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제주도의 판단이다.

제주도는 해군이 청문에 불응하거나 소명이 부족할 경우 즉각 공사 정지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국책사업인 해군기지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우근민 지사가 이제는 정부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를 막다른 골목길로 내몬 정부의 일방적 행태가 갈등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twoman@cbs.co.kr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