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당한다
디오게네스가 대낮에 횃불을 들고 아테네 시장을 돌아다니며 ‘사람찾기 퍼포먼스’를 벌인 목적은 무엇일까? 물론 사람 따위를 찾으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사람 찾아서 뭐하게? 사람은 어디나 많다.
도덕적인 사람 많고 윤리적인 사람 많다. 지혜있는 사람도 많다. 디오게네스는 그들을 향해 당신네는 사람이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다.(디오게네스 일화들은 대개 날조된 김삿갓 이야기니 따지지 말라.)
사람은 아니고 팀이 진짜다.
내가 찾으려는 사람은 참된 사람이다. 진정한 사람이다. 사람 찾아서 뭐하게? 당을 조직하고자 한다. 정당 아니라도 좋다. 굳이 말하자면 파당이 적당하다. 하여간 작당하고자 한다.(작당! 좋은 말이다.)
주도는 면밀해야 하고 작당은 긴밀해야 한다. 필자는 달맞이가 언젠가 어엿한 정당으로 발전하기 원한다. 그러지 못해도 씨앗이 되기 바란다. 어쨌든 길게 보고 그 방향으로 간다. 인생은 장기전이다.
내가 찾는 사람은 합리적인 사람이다. ‘1+1=2’가 되는 사람이다. 합리적이라는게 뭔가? 퍼즐이 맞아지는 거다. 그것은 한 마디로 팀플레이가 되는 사람이다. 시스템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지더라도 자존심은 챙기겠다는 치졸한 정신승리법 추구하지 않고 의연하게 이기는 길을 가는 사람이다. 결과만 따먹겠다는 조급함 버리고 과정을 중요시하고 프로세스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다.
절차가 좋고, 과정이 좋고, 프로세스가 좋고, 시스템이 좋으면, 계속 경험을 쌓으면 언제 되어도 되기는 된다. 반드시 된다. 단 끝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 중도에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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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도 무사시의 검법은 천하의 으뜸이었으나 제자를 키우지 못했다. 심지어 봉건영주 밑에 무술사범으로 등용되지도 못했다. 왜? 그는 보는 눈을 강조했다.
“30센티 폭의 100미터 길이 있다면 벗어나지 않고 걸어갈 수 있겠느냐?”
못 갈 사람은 없다. 똑바로 가면 된다. 그런데 그 길이 100미터 허공에 걸려 있다면? 다리가 떨릴 것이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못 간다.
정확한 눈으로 상대방과의 거리를 정확히 잴 수 있다면, 상대방의 칼날이 내 코 앞 3센티를 스쳐지나가도 태연히 피할 수 있다면, 상대방의 1합이 코앞을 스쳤을 때 짧은 검을 쥐고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어 제압할 수 있다.
이게 이론은 되는데 실전은 안 된다. 세상에 누가 3센티 앞으로 스쳐지나가는 칼날 앞에서 뒷걸음질 치지 않고 태연하게 버틸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건 미야모도 무사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근데 미야모도 무사시는 그게 된다는게 중요하다. 파퀴아오도 된다. 그는 상대와의 거리를 정확히 재고 서슴없이 파고든다. 먼거리에서 붕붕 휘두르지 않는다. 미야모도 무사시가 되고 파퀴아오가 된다면 당신도 될 수 있어야 한다.
특별히 뛰어난 사람은 그게 되는데 보통 사람은 잘 안 된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가? 아니다. 방법은 있다. 당신도 가능하다. 팀이면 가능하다. 인간은 혼자일 때 약하지만 팀 안에서 역할을 분담하면 할 수 있다.
늑대들이나 하이에나들이 집요하게 공격하는 이유는 팀플레이가 되기 때문이다. 하이에나들은 심지어 사자에게 겁 없이 달려들기도 한다. 팀 안에서는 인간이 강해진다. 칼날이 1센티 앞을 지나가도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
지는 이유는 정해져 있다. ‘1+1=2’가 안 되기 때문이다. 왜 안되는가? 팀이 깨지기 때문이다. 5번 시합을 하는데 처음 2번 져주고 세 번째 이기면 여세를 몰아 3연승을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렇게 하는 감독은 없다. 왜? 첫 시합에 지면 사기 떨어진다. 두 번째 시합에 지면 팀이 붕괴된다. 지지자들 후원금 끊긴다. 내부 갈등 일어난다. 팀이 깨지기 때문에 누구도 그렇게 안 한다.
그렇다면? 역으로 팀플레이가 완벽한 팀을 건설한다면 지상최강의 불패의 부대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렇다. 이를 처음 실천한 사람이 흉노 선우 묵특이고 계승한 사람이 칭기즈칸이다.
왜 마속은 등신같이 산꼭대기에 진을 쳤을까? 그는 제갈량에게 맹획을 사로잡을 칠종칠금을 건의한 뛰어난 인재였다. 병법의 달인이었다. 왜 바보같은 짓을 했을까? 팀을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고참 장수들이 새파랗게 젊은 애송이 마속을 따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통제하기 편하게 산꼭대기에 모아놓았다. 숲에다 진을 치면 장수들이 흩어져서 개인행동을 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팀에 금이 가니 이를 땜방하고자 지는 길로 가고 결국 진다. 오합지졸은 대개 이렇게 한다. 왜 잔다르크는 무리한 공격을 했을까? 팀이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따르는 농민군은 질서가 없어서 전진은 하는데 후퇴를 못한다.
병사들에게 꼼짝말고 제 위치를 지키라고 하면 다 도망가 버린다. 무조건 돌격앞으로 해야 병사들이 따라오는 것이다. 왜? 대장도 있고 병사도 있고 사기도 충천해 있는데 부대에 장교가 없었다. 팀이 깨져 있었던 것이다.
척계광은 최고의 진을 만들었다. 무적이었다. 낭선수 2인이 왜구의 동선을 차단하고 등패수가 밀어붙이면 장창수가 그 틈으로 찌르고 도부수가 목을 딴다. 완벽하다. 그런데 실패했다.
왜? 도시의 귀족 자제들로 구성된 엘리트 군대가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령불복종이다. 척계광은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농민의 자제를 모아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병사들이 말을 들었다.
그들이 시키는대로 했기 때문에 왜구를 소탕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때도 척계광의 원앙진을 사용한 중국 남부지방 군대는 노략질 한번 저지르지 않고 완벽한 군기를 보여주었으며 평양성 전투때 왜를 박살냈다.
반면 중국 북부지역 군대는 싸움도 못하는게 군기는 개판이고 노략질을 일삼아서 조선인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완벽하게 지휘관의 명령을 따르고 팀플레이를 하면 이긴다. 구스타프 아돌프 2세는 당시 용병이나 귀족으로 구성되던 봉건식 전투를 버리고 농민을 징집해서 전투에 보냈다. 농민으로 전쟁한다? 말이 되나? 그런데 해냈다.
구스타프의 특기는 밀집사격인데 적이 코앞에 올때까지 화승총을 쏘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 명령대로 해야하는 것이다. 구스타프는 엄정한 군기로 이겼다.
왜 패배하는가? 간단하다. 적을 제압하려면 먼저 아군을 장악해야 한다. 아군을 장악하려면 아군이 요구하는 이것저것을 들어주어야 한다. 이미 졌다.
지휘관이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꾸면 부하들은 지휘관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저 영감 노망든게 틀림없어.’ 그러므로 대장은 명령을 자주 내리지 말아야 한다. 대장이 입 다물고 가만이 있으니 당연히 진다.
왜 우리가 졌는가를 생각하라. 다 합치면 우리가 저쪽보다 쪽수가 많다. 근데 다들 요구조건이 까다롭다. 20대는 뭐가 불만이라서 안 되고, 30대는 뭐가 불만이라서 안 되고, 40대는 또 뭐가 불만이, 다들 자기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으니 모두를 만족시키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다.
결국 모두가 잘 따르는 안이한 정책을 쓸 수밖에 없고 그 경우 행동반경은 좁아지고 만다. 다양한 정책을 낼 수 없다. 모험을 할 수 없다. 이 정책은 얘들 때문에 안 되고 저 정책은 쟤들 때문에 안 되고.
지휘관이 어떤 명령을 내려도 모두가 따르는 군대를 조직하면 우리가 이긴다. 그것은 가능한가? 가능하다. 시스템으로 가면 된다.
시스템이 없는 판에 리더가 이래라 저래라 말 바꾸면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첫 싸움에 졌는데 리더가 ‘아! 쫄지마. 이건 연습게임이고 본 게임은 다음이야.’ 해봤자 부하들은 ‘저새끼 돌았나?’ 이러고 수군댄다.
리더는 첫 시합부터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초조해진다. 결국 진다. 그러나 시스템을 갖추면 다르다. 첫 시합을 져도 두 번째 싸움은 이긴다는 확신을 팀원 모두가 공유한다. 왜? 져도 데이터가 남기 때문이다. 지면서 상대를 분석했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이면 초반 2연패는 기본 끼고 들어간다.
척계광의 원앙진이 성공한 것은 철저하게 역할분담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편제가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분대, 소대, 중대, 대대가 있고 각 단위에 장이 있고 명령계통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대장이 어떤 명령을 내려도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그런거 없이 그냥 우르르 몰려 있는 판에 대장이 이상한 명령을 내리면 군대는 흩어지고 만다. 중국사에서 대부분의 농민반란군이 실패한 이유.
알렉산더는 어떤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부하들이 명령을 따랐다. 알렉산더가 ‘저쪽이다’ 했다가 몰려서 위태로웠는데 순간적으로 적군의 허술한 점을 보고 ‘아냐 이쪽이야’ 하고 명령을 바꿨는데 부하들이 잘 따랐다. 이겼다.
그러나 다리우스 3세는 부하들이 사전에 정해진 명령대로 움직이려고만 했다. 전투 중에 돌발상황이 일어나자 부하들은 그냥 보고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령받은 바가 없기 때문이다. 다리우스 황제가 도망치자다 다 도망쳤다. 졌다.
반면 구스타프 아돌프는 전투 중에 죽었는데 부하들이 그 소식을 듣고 ‘왕의 원수를 갚자’고 소리치며 분전하여 이겼다. 왜 어떤 군대는 왕이 도망치자 군대가 붕괴되고, 또 어떤 군대는 왕이 죽었는데도 그 소식을 듣고 오히려 배로 힘을 내서 싸우는가? 정답.. 팀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의 정예는 충분한 실전경험을 통하여 모두가 장교의 수준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베테랑이었던 것이다. 경험있는 베테랑들은 대장이 이랬다 저랬다 해도 대장 중심으로 손발을 맞춰준다.
집단이 패닉에 빠지는건 팀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골목축구 하는 식으로 우르르 몰려다닐 경우 한 명이 잘못해도 그 한 명 때문에 전체가 붕괴된다. 반면 포메이션이 완벽히 갖추어지고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에 역할분담이 확실하면 한 곳이 붕괴되어도 옆사람이 그 빈자리를 메운다.
우리가 완벽한 팀을 건설한다면, 팀플레이가 살아난다면, 역할분담이 된다면, 실전경험을 쌓는다면 모든 병사가 미야모두 무사시처럼 된다. 척계광의 원앙진처럼 되고, 구스타프 아돌프 2세의 병사처럼 된다. 이기는 싸움을 하게 된다.
일찍이 로마군은 그러한 군대를 만들었다. 그들은 교범식 전투를 했고 교범에 행동계획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정해진대로 하면 되었다. 로마군은 고지식한 전투를 하므로 게르만족이 기습하여 초반에 1승을 거두지만 로마군은 그때의 대응매뉴얼을 가지고 있으므로 전투가 반복되면 반드시 로마군이 이긴다.
오자병법도 마찬가지다. 오기는 76전을 싸워서 불패했고, 오자병법을 따른 이순신 장군은 26전을 싸워 모두 이겼다. 각자 역할을 나누고, 자기 임무를 알면, 군대는 어떤 경우에도 붕괴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미리 손발을 맞춰봐야 한다. 그런거 없이 그냥 눈치껏 알아서 하라면 이길때는 잘 하는데, 질 때는 그냥 주저앉는다. 패스를 하면 내가 패스를 받아야 되는데 ‘왜 내가 받지? 쟤가 해도 되는데.’ 붕괴는 필연이다.
왜 지는가? 겁이 많아서? 천만에. 싸울줄 몰라서? 천만에? 정답 - 매뉴얼이 없어서다. 로드맵이 없어서다. 액션플랜이 없다. 팀이 없어서다. 편제가 없어서다. 장교가 없어서다. 실전경험이 없어서다. 프로세스가 없어서다. 암것도 없어서다. 그냥 무질서한 군중이 되어 있어서다. 당연히 진다.
시스템 전쟁을 하면 반드시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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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기지 못한 이유는 정책이 나빠서가 아니다. 판단이 틀려서가 아니다. 리더가 뛰어나지 못해서도 아니다. 딱 하나,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쪽은 시스템이 있다. 저들의 시스템은 실질권력이다.
저들에게는 재벌이 있고, 강남이 있고, 교장떼가 있고, 교회떼가 있고, 군부와 관료집단 그리고 조중동떼가 있다. 저들은 시스템화 되어 있고 역할분담이 되어 있다. 그들은 말하자면 모두 장교다. 편제가 있다.
우리는? 흩어져 있다. 조직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20대가 있지만 병사는 있는데 장교가 없다. 실질권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20대는 장교가 아니라 사병이다. 그래서 졌다. 다행히 스마트폰이 생겨서 SNS가 일정부분 그 역할을 한다. 정보의 전파자 역할을 한다. 장교역할을 한다. 나꼼수가 지휘부 역할을 한다. 승산이 생겼다.
우리는 시스템으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진짜다. 정책은 변하고 사람도 변하는데 시스템은 불변하기 때문이다. 믿을 것은 시스템 밖에 없다.
우리는 진보+영남일부+호남+기타지역+20대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들 서로간의 이해는 일치하지 않는다. 이쪽에 맞추면 저쪽이 삐치고 저쪽에 맞추면 이쪽이 돌아선다. 새누리떼는 그 약점을 찌르고 들어온다.
결국 우리가 내부의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이익의 일치를 찾아내고 손발을 맞춰가는 수 밖에 없다. 조금씩 팀을 건설해 가는 수 밖에 없다.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시키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등불을 켜고 사람을 찾는다. 찾아서? 작당하고자 한다. 팀을 건설하려고 한다. 필자의 작당에 동참하거나 말거나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팀으로 이긴다'는 생각만은 모두에게 전파되어야 한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면 기적이 일어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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