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절과 불행한 시절
2012.3.13 호호당의 김태규님
한해를 통틀어 가장 좋고 충실한 때는 언제일까? 사람에 따라 생각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또 道(도)를 깨친 사람이라면 한해를 통해 그 어떤 때라도 마다하지 아니하고 기꺼이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좋은 호시절은 언제인 것일까?
이 또한 여러 견해가 있겠지만 역시 20 대가 아니겠는가 싶다. 20 대의 나이는 세상과 인생에 대해 사실 아는 것도 없고 생각이나 행동 모두 설익은 구석이 많지만 그래도 역시 인생의 가장 활력 있는 好時節(호시절)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봄날 유원지에서 20 대 남녀의 데이트 하는 광경을 본 나이 좀 든 사람들이 좋구나, 호시절이다!’ 하고 절로 찬탄을 하게 되듯이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깊어가고 성숙해지는 것 분명 있겠으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20 대의 호시절에 비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창밖의 저 자연이 한해를 통해 가장 힘차고 즐거워하는 때는 언제이겠는가?
양력 5월 20일 경 모든 나무에 신록이 돋아나고 밤이 되어도 덮지 아니하고 오히려 서늘한 밤공기가 좋은 때, 새들이 지저귀고 계곡의 물소리가 낮밤 없이 즐겁게 들려오는 때부터 자연은 호시절을 맞이한다.
이 계절을 小滿(소만)이라 한다. 세상 어디를 가도 키 작고 어린 것들이 가득한 때라서 소만이라 한다.
이 무렵부터 모든 것들이 쑥쑥 자라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두 달 동안, 따라서 7월 23일 경의 가장 더운 때, 즉 大暑(대서)에 이르는 기간이 자연의 好時節(호시절)이다.
이 기간은 자연의 모든 것들이 기력 충실해서 거침없이 성장해가는 때이기에 가장 호시절인 것이다.
이를 우리 삶에 대입해서 산출해보면 게 스무 살 시절이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만 21세부터 33세에 이르는 12 년 동안이다. 사람의 삶은 72 년을 사계절로 하기에 18 년씩 단락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자연은 5월 20일부터 7월 23일까지의 두 달 동안이 가장 좋은 때이고, 사람은 20 대의 10 년간이 호시절이다.
20 대 시절, 돈도 없고 장래 진로 문제 등으로 고민만 가득하지 뭐 좋으냐고 반문할 사람도 많겠지만, 그 고민 가득한 20 대 세월이 좋았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정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젊었다는 것은 다른 것 없이 오로지 그 자체로서 無限(무한)한 價値(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하리라.
괴테의 파우스트 박사가 영혼까지 팔아가면서 얻고자 했던 단 하나가 ‘젊음’이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젊음은 아무리 ‘찌질’해도 역시 젊음인 것이고 심하게 밟혀도 인생의 호시절이다. (운명학적 견지에서 말하면 오히려 20 대 청춘의 시절은 ‘찌질’하게 보내는 것이 바람직한 면도 많다.)
그렇다면 인생을 통해 가장 불행한 시절은 언제일까? 그 반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그 답 역시 자연을 쳐다보면 된다.
자연이 가장 우울해하고 불행해하는 때는 5월 20일의 小滿(소만)으로부터 정확하게 6 개월이 지난 때부터 두 달 동안이다. 그러니 11월 20일 경의 小雪(소설)부터 1월 20일 경의 大寒(대한)에 이르는 시기이다.
11월 20일의 소설이 되면 이제 거둘 것은 다 걷었으니 남은 좋은 일도 사실 없다. 또 이 무렵이면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나무들은 누런 잎을 떨어내느라 바쁘다. 새들과 벌레들은 겨울 날 곳을 찾기에 바쁘고, 계곡의 물소리도 수량이 줄어들어 들리지 않게 된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 1월 20일의 大寒(대한)에 이르면 천지는 잿빛 일색이고 추위 또한 극심해서 그 어디에도 生氣(생기)가 없다. 모든 것이 다 숨어들었으니 微動(미동)조차 없다.
이를 우리 삶에 대입하면 찬 나이로 57세에서 69세에 이르는 12 년 동안이다.
찬 나이 57 세면 우리나이 58 세이니 그때부터 70세에 이르는 기간이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절이 된다.
정년퇴직의 나이, 장차 비용 들어갈 데는 산적해있으나 더 벌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드는 나이, 머릿속은 그저 온통 이런저런 계산으로 분주하고 열이 난다.
그런가 하면 용모도 급격히 시들기 시작하고 성적인 에너지도 덩달아 그렇다. 모두들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老衰(노쇠)에 대한 두려움과 충격이 심각하게 엄습해오는 때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죽음이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때가 이 무렵이다. 그렇기에 나는 언제까지 살고 싶으세요? 하는 질문을 이 이전 나이의 사람들에게는 아예 하지도 않는다, 헛소리인 까닭이다.
이에 모두들 제 나름의 방법을 통해 노쇠를 막아보고자 또 늦추어보고자 안간 힘을 써보지만 자연한 한계가 있어, 어느덧 70이 되면 절로 포기하게 된다.
늙었음을 인정하고 나면 차라리 마음도 편안해진다. 무슨 말인가 하면 포기할 때까지가 힘들고 불행하다는 말이다. 포기하고 내려놓고 나면 오히려 마음의 편안함과 평화를 되찾게 된다.
그로서 老人(노인)의 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70 이후 노인의 생에 대해 ‘life after life’ 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는데, 58세에서 70세에 이르는 불행한 시절 다음에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이 70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였고 또 가장 불행해할 때는 언제인 것일까?
자연히 우리 국운에 대한 생각에 미친다.
가장 好時節(호시절)은 우리가 1964 년을 立春(입춘)으로 하기에 국운의 小滿(소만)은 1981 년 가을부터였고 大暑(대서)는 1991 년 여름까지 10 년간이었다.
그 10 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성취했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엄청난 것들을 이루어냈다. 이에 ‘88 서울올림픽’은 그 좋았던 시절의 일대 상징이기도 했다.
그 무렵을 지나면서 마이카 시대, 아파트 시대, 해외여행이 대중화되었지 않은가!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사실 많은 점에서 촌티를 벗진 못했으나 그래도 건강한 躍動(약동)의 시절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니 가장 불행한 시절 또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로부터 30 년이 지난 시절이기 때문이다.
2011 년 가을이 국운의 小雪(소설)이었고 따라서 2021 년 여름에 이르는 시기가 가장 불행한 시절이란 말이 성립한다.
대한민국이 모든 면에서 급격한 노쇠의 기미가 나타나는 때가 작년 가을부터였고 이 흐름이 10 년간 이어진다는 말이다.
우리 역시 58세에서 70세에 이르는 나이의 사람처럼 노화방지에 腐心(부심)할 것이고 여기저기서 많은 시도가 등장하겠지만 자연스런 노화를 막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불안이 스트레스로, 스트레스는 절망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것이 2021년 가을에 이르러 포기 단계에 들어서야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라 본다.
불안이 급기야 아득한 절망으로 변하는 시점은 10 년의 기간 중에서 그 절반인 5 년이 지난 시점, 즉 2016 년 가을이 될 것이다. 그 30 년 전인 1986 년부터 막연한 기대가 장밋빛 희망으로 전환된 것과 정확하게 대칭을 이룬다.
그런 까닭으로 작년 2011 년 가을부터 우리 대한민국은 사실 히스테리 증세에 휩싸여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요지부동일 것 같던 박근혜 씨가 주춤해지고, 안철수 씨가 일순간에 공중에 떴다가 일순간 시들해지고 있는 이 현상을 히스테리가 아니면 달리 뭐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어느 순간부터 여야 할 것 없이 죄다 반값, 무료, 심지어는 의무복무의 군인에게 적지 않은 급여 지불 등등 무수한 공짜와 지불 공약이 난무하는 것 또한 달리 뭐라 설명할 수 있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잇겠다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노무현 대통령이 해놓은 일들을 뒤엎어버리는 현상 또한 달리 뭐라 설명하겠는가?
지금의 현상들을 한마디로 집약하면 ‘대한민국이 집단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는 말을 떠나 달리 뭐라 해명할 수 있을까 싶다. 금년 총선과 대선의 해를 맞이하여 불안감에서 나온 히스테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 히스테리는 5 년간 이어질 것이고 그러고 나면 극심한 우울증이 다시 5 년간 이어질 것이라 본다.
다행히도 괜찮은 나라 대한민국에 태어나 수 십 년을 살아오다보니 이런 일도 눈으로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 고통스런 일이지만 달리 어쩌겠는가!
많이 아프겠지만 이윽고 때가 되면 다시 좋아질 것을 알고 있기에 먼 미래를 보며 희망을 가져본다. 세상은 원래 한 번 죽어야만 또 살아나는 법이니 그렇다.
그러니 앞날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다. 지금의 낡고 엉터리 기성세대가 물러가고 나면 더 나은 그대들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 잊지 말기를. 그리고 젊은 당신들은 기성세대보다 조금은 더 잘 해나기를.
창밖을 보니 햇빛이 현저하게 밝아졌다. 자연은 저처럼 좋은 때가 오고 있건만...
<< 달맞이넷 출범을 반기며 >> (0) | 2012.03.20 |
---|---|
<< FTA 발효에 부쳐 >> (0) | 2012.03.15 |
<< 문재인의 비전 >> (0) | 2012.03.14 |
구조론은 즐겁다 (0) | 2012.03.14 |
<< 가난한 시민단체의 자립과 성장을 돕다 >> (0) | 2012.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