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이건희의 행복투자/부자 줄에 서되 제대로 서라]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유대인의 지혜를 담은 탈무드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는 말이 널리 알려져 있다. 부자의 줄이라고 함은 부자의 생각과 부자의 환경을 알 수 있는 곳을 의미하며, 부자가 된 사람의 줄에 서면 그들의 생각에 영향을 받아서 부자가 되는 길로 나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자산관리와 투자를 통하여 경제적인 부(富)를 늘리는데 부자의 줄에 서야 하는 이유 중에 세계적으로 돈의 상당 부분이 부자에게 집중화 되어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세계 GDP의 98%를 차지하는 62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10년 전 세계 富의 39%를 1%에 불과한 최상위 백만장자 1250만명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해인 2009년의 37%에 비하여 부의 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여기서 백만장자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이나 미술품과 같은 자산은 제외하고 투자자산만 따져서 100만달러 이상 소유한 밀리어네어를 말한다. 백만장자의 수는 미국이 1위이고, 일본 2위, 중국이 세계 3위를 차지함으로서 중국이 근래 들어 고도의 성장을 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인구 대비한 백만장자 비율은 금융이 발달한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1위이고, 스위스, 중동의 카타르로 이어진다. 자산규모 1억달러가 넘는 울트라 부자의 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위이며, 스위스, 홍콩으로 이어진다. 오일 가격 상승으로 중동의 부가 늘어나서 중동계 자금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커져 있다.
환금성이 적은 고정자산이 아닌 유동성이 큰 투자자산과 현금성자산은 다른 것의 구입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서 경제 흐름을 가시적으로 만들어간다. 이들이 주식을 팔면 주식시장은 내리고 이들이 주식을 사면 주식시장은 오른다. 큰 손들 자금이 채권시장에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채권 수익률은 변한다.
부동산시장도 이들이 구입할 때 용이하게 오를 수 있다. 총 금액으로 보면 개미들 자산의 합계가 더 많을지라도 개개인의 돈은 작으며 선도적으로 나서면서 집중화되기는 힘들다. 소수의 큰 손인 선도 세력에 의해 흐름이 형성된 이후에 개미들 돈이 모여들어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투자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증권시장이건 부동산시장이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참고로 해야 하는 것이다.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활용하는가 여부는 별개이다.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오히려 거꾸로 잘못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운이 좋아 부자가 된 사람의 줄에 서는 것
부자도 여러 부류로 나뉠 수 있으며 무조건 부자의 줄에 선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운이 좋아서 부자가 된 사람이나 부모를 잘 만나서 부자가 된 이후 단순히 그 재산을 물려받아 쓰기만 하는 사람의 줄에 서면 오히려 그런 줄에 서는 것보다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도박성 행위나 투기적 매매로 돈을 잃는 사람들도 많다. 재벌이나 갑부 아들 중에서도 볼 수 있다. 부자가 되는 능력을 스스로 갖추지 못했다면 이미 지니고 있는 부도 결국은 줄어들게 만들 뿐이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생각으로 부모로서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물려주려는데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물려준 자산이 많은 집안의 자식이라면 일단 상당 기간 넉넉하게 살지만, 물려주는 자산이 그다지 많지도 않으면서 물려줄 자산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부모는 자식이 양극화의 아래쪽으로 밀려 내려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대인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어떠한 경제적 능력을 배양시키도록 신경을 쓰는지도 들여다봐야한다.
개천에서 용은 여전히 날 수 있다. 그 방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이 세상에 돈은 엄청 많다. 요즘도 돈이 갈 곳이 없어서 이리 저리 몰려다니고 있다. 자신의 돈을 적어도 벤처기술을 통해서건, 연구개발을 통해서건, 투자를 통해서건, 돈을 잘 늘릴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남의 돈으로도 큰 일을 해나갈 수 있다. 자수성가로 부자 된 사람이나 물려받은 재산을 그 이상 효율적으로 잘 키워가는 사람의 줄에 선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부자의 줄에 너무 늦게 서는 것
부자의 줄에 너무 늦게 서서 투자환경이나 경제환경이 이미 변해가고 있는데 부자가 일찌감치 행한 것을 뒤늦게 따라가면 소위 '뒷북'을 치게 될 수도 있다. 강남의 저층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도 오랜 세월에 걸쳐 엄청나게 올라있지만 뒤늦게 구입한 사람들 중에는 상당한 손실이 나 있는 사람들도 많다.
재건축에 대한 정책만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는 입장에 서있다. 이러한 재건축 아파트를 일찌감치 구입한 계층은 고위층과 부자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구입한 뒤로는 가격이 몇 배로 올라있기 때문에 하락하여도 여유로울 수 있다. 양도소득세 감면의 기회에 팔수도 있다.
주식시장이 위기감으로 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 부자들이 미래를 길게 내다보고 주식비중을 높이며 사들여갈 때 개미들은 공포 분위기의 보도를 보면서 주식 비중을 줄이곤 한다. 아직은 두려움이 시장에 만연해 있으면서 시장은 알게 모르게 상승 흐름을 타게 되는 것도 집중화된 돈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이다. 부자의 뒤를 너무 늦게 쫓으면서 개미들이 많이 들어오면 천정권에 다가가는 경우가 흔하다.
◆'꿩 대신 닭'이란 마음으로 부자를 쫓아가는 유사 행위
부자가 취한 행위에 똑같이 동참하지 않고 유사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부자들이 매입한 자산의 가격이 너무 올라서 부담된다고 느끼면 '꿩 대신 닭'이라는 마음으로 유사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강남권 저층 대단지 재건축가 너무 올라 있어서 부담이 될 때에 부자를 쫓아가는 마음으로 다른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강남권처럼 인기 있는 지역이 아닌 비인기지역의 소단지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하였다가 건축비 부담한 금액과 각종 비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이득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큰손들 매집으로 우량 블루칩이 크게 오른 뒤 가격 부담이 되어 유사 업종의 다른 주식을 샀다가 낭패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비우량 주식을 구입한 뒤 시장이 오를 때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오르다가 내릴 때 더 크게 내리는 바람에 오히려 손실나기 때문이다. 물론 부자가 순환매 형식으로 기존의 투자자산을 팔면서 다른 것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행위를 따라가는 것은 유사 행위가 아니라 부자를 그대로 따라가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일부 부자의 잘못된 자녀교육방식을 따라가는 것
부자 집안이라고 자녀교육방식이 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자녀 사고방식이 얼마나 건전하게 형성되는지는 부모에 따라 크게 다르다. 부자들 중에는 자식에게 돈 자랑하는 부모들도 많다. 그러나 이는 자식이 부모에 대한 의존하려는 정신을 심어주어 경제적인 자립도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길이 된다.
돈이란 모으기도 힘들지만 수성이 더 힘들다는 말도 있다. 많은 돈을 물려주는 데에 주력하다보니 자식이 돈을 지키는 능력의 배양에 소홀한 부모들도 있다. 돈을 지키고 더욱 늘려가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훗날 부모보다 못한 삶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재벌 경우에도 2세, 3세로 내려가면서 부모가 일구어낸 그룹을 더욱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느냐 그러지 못하느냐 여부는 부모의 자녀 교육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편법까지 동원하면서 자식의 자산을 늘려주거나, 맡은 바 경영에서 안 좋은 성과가 나타났을 때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지 않고 다른 계열사를 통해서 보상해주는 경우는, 길게 보아서 그룹과 자식의 장래에 도움 되지 않는다.
청소년 시절이나 대학생 시절, 또는 결혼 시 부모로부터 똑같은 정도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때 고마워하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 요즘은 점점 후자의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음은 부모가 경제적으로 아이에게 베푸는 어떤 행위이던지 무조건 당연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당연시 여기는 아이일수록 경제적 자립도는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베품과 나눔도 부자가 지녀야할 덕목으로 여겨지는데 이러한 측면에서도 자녀를 부자가 될 정신적 소양을 갖추게끔 나가는지 여부를 보아야한다.
◆소비에서 부자의 줄에 서는 것
소비에서 부자를 따라간다면 이는 가난하면서 부자의 줄에 서는 잘못된 행위가 된다. 요즘 이런 모습이 흔히 목격되는데 이런 유혹이 생겨날 때에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어찌된다는 속담을 떠올리면 좋다. 소비에서는 자신의 경제적 형편에 비해서는 소박하게 사는 것이 자산증식에 유리한 길이지만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과시욕이 많으면 소비를 부자처럼 하고 싶어 한다.
자산 규모상 충분히 부유층 동네의 고급 주택에 살 수 있음에도 일부러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살면 남보기 번듯하여 자족감은 얻어지지만, 자식에게 경제관념 불어넣는데 방해가 되고 주변 아이들 따라서 과소비성향이 높아지게 됨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실제 형편에 비하여 부유층 동네의 고급 주택에 살면 자식이 부모의 경제 상태를 과대평가하여 부모에 대한 의존감이 높아지고 소비성향이 높아진다.
올해 3분기 저소득층의 엥겔계수는 7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없는 것이 식료품이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11월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대비 매출증가율이 대형마트는 -0.5%, 백화점도 -0.5%로 떨어졌다. 2009년 2월 이후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명품의 매출 증가율은 전월보다 증가폭이 더욱 확대되면서 10.9%에 달했다.
이처럼 서민 계층의 소비 구조와 부유층 계층의 소비 구조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는 것은 자산관리와 투자에서, 경제적으로 부를 늘리는 방향과 요령에서 부자의 줄에 서야하는 것이며 소비를 위해서나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서 부자의 줄에 서는 것은 거꾸로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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