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국물색' 바꾸고…'진짜' 넣고…'건강' 챙기고]
'먹을거리'에 대해 소비자들은 늘 보수적이다. 자신이 한 번 맛있다고 생각한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에는 손을 쉽게 뻗지 않아서다. 이런 원리는 시장 전반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그러다 보니 식품업계에서는 한 번 정해진 순위가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올 들어선 이 같은 '불문율'이 파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통의 '1위 기업'을 위협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후발기업들 때문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제품은 하나같이 시장에서 '히트상품'의 수준을 넘어 식품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반란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과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그리고 샘표식품의 '백년동안'이 대표적인 상품들. 2011년 식품시장을 뒤흔든 이들 3대 '반란상품'의 성공비결을 해부했다.
◆한국야쿠르트 '꼬꼬면'… 소비자가 먼저 알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8월3일 출시한 '꼬꼬면'. 출시 직후 이 제품은 자사의 라면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은 물론, 전체 라면시장 판도를 뒤흔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출시 첫 달 5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대박 조짐을 보이더니 출시 100일에는 4500만개 판매를 돌파, 라면 전체 매출 순위에서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지난 10월까지 누적분에서는 총 4250만개가 팔려 301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꼬꼬면'의 활약 덕에 한국야쿠르트는 그동안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에 이어 라면업계 4위에 머물다가 지난 10월 판매집계에서는 매출 149억원(시장점유율 11.1%)을 기록, 138억원(시장점유율 10.3%)을 올린 오뚜기를 제치고 '3위'에 등극했다.(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 기준)
마케팅 전문가들은 '꼬꼬면'의 이같은 성공이유로 KBS 2TV <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 의 '라면 요리대회편'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사전 인지도를 확보한 점을 꼽았다. 통상 신제품은 이름만 알리는 데도 빠르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꼬꼬면'은 이 과정을 한번에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심사위원으로 방송에 출연해 발빠르게 브랜드 유치에 성공한 한국야쿠르트측의 의사결정도 '꼬꼬면'의 성공을 도왔다. 출시 전까지 궁금증을 참지 못한 네티즌들은 방송에서 본대로 조리법을 재현, 개인미디어를 통해 '꼬꼬면'의 맛을 알렸고 회사는 시생산품을 블로거들에게 제공하며 소비자들에게 '꼬꼬면'을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남양유업 '프렌치카페'…'진짜 우유' 들어간 커피믹스
'꼬꼬면'이 올 하반기 식품시장을 뒤흔들었다면 상반기는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이하 프렌치카페)'가 업계를 좌지우지했다.
지난해 12월14일 출시된 '프렌치카페'는 시장에 나온 지 불과 2개월 만에 국내 4대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농협하나로마트)에 모두 입점하는 저력을 보였고, 출시 3개월 만인 올 3월에는 누적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판매량을 대기 위해 남양유업은 6개월 만에 '프렌치카페'의 생산라인을 4개에서 14개로 늘리기까지 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판매에 탄력이 붙어 6월에는 대형마트 기준 판매점유율 11.3%를 기록하며 9.3%에 그친 네슬레를 제치고 커피믹스 시장 '2위'에 당당히 올랐다.
'프렌치카페'의 시장돌풍 이면에는 무엇보다 화학적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진짜 무지방 우유를 넣은 '크리머'의 역할이 컸다. 기존 커피시장에 진출했던 식품회사들이 주로 '원두' 의 맛과 향을 강조한데 반해 남양은 '진짜우유가 들어간 커피'라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와 함께 제품 출시 이전부터 TV를 통해 방영한 '티저광고'도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돌풍을 이끌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남양은 회사명, 제품명을 모두 숨긴 채 모델의 몸통과 다리만 노출한 상태에서 '커피는 좋지만, 프림은 걱정된다?'는 카피가 부각된 티저광고를 선보여 소비자에게 궁금증을 유발했었다.
◆샘표 '백년동안'…건강 이미지 강조 '주효'
'꼬꼬면'과 '프렌치카페'가 신제품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낸 케이스인데 반해 샘표식품의 식초음료 제품인 '백년동안'은 기존 제품을 리뉴얼해 시장을 장악한 경우다.
2008년 초 샘표는 '마시는 흑초'를 내놓으며 식초음료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소비자들로부터 큰 반응을 얻지 못했고, 내부에서 조차 사업을 접자는 말이 나올 만큼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샘표는 2009년 7월 마케팅 포인트를 '건강'에 맞추며 '마시는 흑초'를 '백년동안 건강하게 살자'라는 뜻을 가진 '백년동안'으로 바꿔 재출시했다.
건강과 장수 이미지를 강조한 전략을 취한 것인데, 결과는 놀라웠다. 리뉴얼 첫해인 2009년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엔 5배인 250억원에 달했다. 식초 음료 시장에서의 순위도 대상의 '마시는 홍초'에 이어 2위로 올라섰고 샘표식품의 자체 생산품 중에서도 주력 품목인 간장(올 예상매출 1100억~1200억원)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올 들어서도 8월 말까지 '백년동안' 매출은 310억원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150억원)에 비해 106.6% 증가했다.
샘표 측은 '백년동안'이 짧은 시간에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이유로 경쟁사 제품을 따라가지 않고 철저히 차별화 전략을 꾀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 제품이 단순히 미용에 초점을 맞춘 반면 백년동안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이를 위해 기존의 많은 식초음료들이 알코올을 통해 짧은 시간에 속성발효하는 주정식초음료가 대부분이었다면 백년동안은 건강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몸에 좋은 100% 통알곡 생현미를 자연발효시켜 만든 흑초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반란상품' 잘 나가자 경쟁사들 "Me too!"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과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등이 식품업계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자 최근에는 기존 기업들이 '미투(me too) 전략'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꼬꼬면'과 마찬가지로 하얀국물을 특징으로 하는 삼양식품의 '나가사끼짬뽕' 이다. 출시 시기가 8월 초로 비슷해 '꼬꼬면'을 따라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꼬꼬면' 의 폭발적인 인기에 묻어가면서 판매에 천천히 불이 붙어 지난 10월에는 1400만개가 팔려나갔다. 이에 질세라 오뚜기 역시 꼬꼬면처럼 국물이 하얀 중화면요리인 '기스면'을 라면으로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커피시장에서는 업계 1위 동서식품이 지난 8월30일 자사의 크리머제품인 '프리마'에 사용해 오던 '카제인나트륨'을 '천연카제인' 으로 교체했다. 이는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가 '카제인나트륨' 대신 진짜 무지방우유를 사용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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