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노무현 의원의 말과 달라지지 않은 세상
(서프라이즈 / 아이엠피터 / 2011-09-26)
10월 26일 재보궐 선거에서 부산 동구청장에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하는 이해성 후보 사무실 개소식이 열렸습니다. 민주당, 민주 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야권이 모두 힘을 합쳐 일찌감치 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했고 이해성 후보가 이제 10월26일 한나라당과 결전을 벌이게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부산은 참 애증의 도시입니다. 23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곳이기도 하지만 매번 부산에서 출마하고 떨어진, 그래서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게 해준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23년 전 1988년, 초선 의원 노무현이 국회에서 했던 연설문을 끄집어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988년이면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온 나라가 ‘세계인의 축제’, ‘국위 선양’ 등의 자랑질에 들끓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초선 의원 노무현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어처구니없는, 아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말을 쏟아 냈습니다.
23년 전 초선의원 노무현이 국회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면서 지금 대한민국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고민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 정치
노무현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했던 말이 ‘저는 성실한 답변을 요구 안 합니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이유로 그는 ‘성실한 답변을 요구해도 비슷하니까요!’라는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합니다. 그의 대정부질문을 보면서 2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블로거이지만, ‘인사 청문회’, ‘국회 대정부 질문’을 왜 하는지 모를 때가 맞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인사청문회에서 숱하게 불법과 탈법을 지적해도, 결국 다운계약서를 쓰고 탈세를 하면서 위장전입에 병역면제까지 받았던 인물 대다수는 임명되기 마련입니다.
아주 쉬운 사례 하나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난 6월 ‘부산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대정부질문이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이 당시 쟁점은 영업정지 이전에 거액의 예금이 인출된 일과 청와대 개입 의혹이었습니다.
당시 청와대 김두우 기획관리실장과의 연루설에 대해 김황식 총리는 “루머만으로는 조사 안 한다”라는 답변을 했고 부당 인출 사건은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습니까? 김두우 천 청와대 실장은 구속 영장이 청구되었고 토마토 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 영업정지에서도 사전 인출이 재연되었습니다.
노무현 의원이 23년 전에 성실한 답변을 요구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지금 2011년에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국회가 지닌 한계이자 변하지 않는 정치 수준입니다.
■ 먹고 사는 걱정이 끊이지 않는 나라
노무현 의원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이 ‘모두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좀 않는 사회’라고 했습니다. 지금 2011년 여러분은 먹는 것 입는 것 이런 걱정 안 하고 사십니까?
무조건 정권이 바뀐다고 잘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예전보다 나아진 발전이 있어야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이 안정되어 하루하루 신명 날 정도는 아니더라도 편안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국가 부도 사태의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입니다.
집권하면 주가지수 5000이 넘는다는 경제 대통령, CEO 대통령을 뽑았더니. 경제가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위기국가 프랑스’보다 더 최악의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리먼 사태’는 단순 금융시장의 위험으로 민간 차원의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민간이 아닌 ‘국가 부도’ 사태를 걱정해야 합니다. 세계 경제 불황 때문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몇 년 후도 내다보지 못하는 CEO를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대한민국이 승승장구한다고 안심했던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순방길에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습니다.
“어떻게 나는 대통령이 돼서 (경제) 위기를 두 번이나 맞는다. 하지만 내가 대통령이면서 위기 두 번 맞는 게 다행이다. 이번 위기도 극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위기가 자신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는 말과 함께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을 자신 있게 강조했습니다.
“재정건전성 등을 봐도 우리의 국가부채는 GDP의 33%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100%에 가깝다. 그 점에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재정이 건전한 나라”
동포 연설회가 열린 날짜가 9월23일입니다. 그런데 채 주말이 가기 전에 ‘국가 부도’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왜 하루 앞을 보지 못하는 경제 전문가를 경제 대통령으로 뽑은 것입니까?
사업하는 지인, 농사짓는 이웃 농가, 직장 구하는 후배 등을 봐도 모두가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가 먹는 것 입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분하고 서러워 목숨을 내 던지는 세상
가난한 자에게 돈이 없어 힘든 일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정당하게 열심히 일했지만 그 돈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노동 대가를 차별하고 멸시하는 모습입니다. 2011년 취업난에 등록금난에 대학생들은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아르바이트로 교육이 아닌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꾸 거리로 쫓겨 나오고 있습니다.
한진 중공업 해고 노동자가 263일째 추위와 더위 속에서 35미터 높이의 크레인에서 목숨을 걸고 정당한 복직과 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살은 의외로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젊은 남성부터 여성, 50대 가장까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분하고 서러운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원래 죽어야 했던 사람들일까요?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들을 죽음을 생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정부와 사회 그리고 법이 오히려 그들을 더 극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모든 것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가 벌인 정책 중에서 실패한 정책도 있었고 그가 너무 앞서나갔기에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일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실패는 정책이나 가치관의 실패가 아니라 정치적 실패였을 뿐입니다.
23년 전 그가 초선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나가서 했던 말을 다시 여러분에게 그대로 들려 드립니다.
1988년 노무현 의원이 변화되기 원했던 세상은 2011년 지금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의원이 꿈꾸었던 세상은 실패로 남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의 실패는 발전과 변화를 위한 실패였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23년 전 그가 외쳤던 ‘사람사는 세상’은 지금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가 우리 가슴 속에 뿌려둔 씨앗으로 언젠가는 꼭 대한민국이 ‘사람다운 세상’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