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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베니스] 베니스를 소개하는 몇 가지 방법 (1), (2)

해외여행

by 21세기 나의조국 2011. 6. 2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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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베니스] 베니스를 소개하는 몇 가지 방법 (1)

작성자  상아
작성일  2011-05-30 01:20:09
 

 

 

베니스를 소개하는 몇 가지 방법

 

 

 

 

물 위에 뜬 가면의 도시.

아드리아해의 여왕.

예술가들의 사랑고백이 끊이지 않은 이곳,

 

베니스에 다녀왔다.

한 달 간 방을 구해 느긋한 여행자로 살아보았다.

 

누군가 이 도시를 만나러 간다면  꼭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앞으로 연재할 “낭만 베니스” 편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우선은 이곳에  왜 ‘낭만’이란 수식어를 달아두었는지

베니스 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를 들어서 얘기해보고 싶다.

 

 

 

 

베니스에는 있다

 

 

나. 베니스는 ‘다리’의 도시다

둘. 베니스는 ‘가면’의 도시다

셋. 베니스는 ‘여행자’의 도시다

 

 

 

하나. 베니스는 ‘다리’의 도시다

 

 

 

 

베니스 통신원으로 일했던 독일 기자 뒤르크 쉬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자기 집이 물가가 아니라 물 한가운데 떠 있다는 사실, (중략),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어느 정도는 자신이 양서류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사실 등 베네치아에 처음 뿌리내리는 이들은 모든 것을 두려움 반 즐거움 반으로 고대하게 되는 것이다.” – <Viva 베네치아> 14~5p

 

유유히 노를 젓는 곤돌리에르에 대한 상상 정도는 베니스에 도착하기 전 누구라도 품기 마련이지만, 막상 대운하를 따라 걸으며 마주하게 되는 풍경은 놀라움 그 자체. 베니스는 원래 백 여 개의 섬들이 얕은 물에 흩어져 있던 ‘석호 Lagoon’라는 지형에 세워진 도시다.

 

6세기경 이민족의 침입을 피해 피난을 거듭하던 이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게 되자 이 모래땅에 나무기둥을 박아 넣고 돌을 올리며 새 터를 다졌다. 이후 수 년에 걸쳐 영토를 확장해가고 수로를 정비하면서 400여 개의 크고 작은 다리로 연결된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디즈니 스토어의 미키마우스조차 뱃사공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곳, 베니스는 물과 다리의 도시다.

 

 

 

 

 

둘. 베니스는 ‘가면’의 도시다

 

 

 

 

매년 부활절 이전 주의 수요일부터 열흘 간 펼쳐지는 가면축제(www.carnevale.venezia.it)는 베니스 최고의 축제다. 가면을 쓴 서민들은 귀족 행세를 하며 흥을 돋우고 귀족들은 신분을 감춘 채 규범을 훌쩍 뛰어넘는 모험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예술을 사랑한 도시, 베니스의 가면은 연극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8세기에 극작가 카를로 골도니가 새로운 연출법을 선보이기 이전에는 가면을 쓴 배우들이 정형화된 캐릭터에 의존해 즉흥적으로 대사와 연기를 해내는 연극, 코메디아 델아르테 Comedia dell’arte가 인기를 모았다.

 

이처럼 가면이라면 베니스의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마스크 가게 하나 없는 동네는 없다고 봐야 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마스크샵에 가면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배우나 롱기 Longhi, 티에폴로 Tiepolo의 그림에 등장한 인물을 참고해 만든 전통적인 디자인들이 멋스럽다. 여행자를 위한 워크샵에 참여해서  2시간 반을 투자하면 자기만의 마스크를 가질 수도 있다.

 

격정적인 만남과 일탈을 꿈꾸는 곳, 베니스는 가면을 쓴 몽상가들의 도시다.

 

 

 

 

 

셋. 베니스는 ‘여행자’의 도시다

 

 

 

 

내가 여행한 10월은 성수기를 통과한 베니스가 한숨을 돌리는 때라고 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일 뿐. 관광지로 손꼽히는 리알토 다리, 산 마르코 광장 같은 곳에 나가보면 다국적의 사람들을 잔뜩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모두가 여행자이기 때문에 만남도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보통 하루 이틀만 머무는 베니스의 여행자들은 지도를 뱅뱅 돌려가며 골목을 누비는 길 잃은 영혼, 넋을 잃고 셔터를 누르는 사진광 정도로 얕잡아 불리기도 한다. 부디 이 아름다운 도시에 발도장만 찍고 돌아서지 마시기를. 한 달을 머물러도 볼 것이 무궁무진하다. 구글에게 ‘Holiday apartment in Venice’, ‘Roommate in Venice’를 찾아달라고 부탁해보자.

 

모두가 서로를 알고 지내는 주민이 6만. 이들이 연간 2천만의 세계인을 맞이하는 곳, 베니스는 여행자를 위한 도시다.

 

 

 

 

 

 

 

베니스를 소개하는 몇 가지 방법 (2)

 

 

 

 

제주도의 삼다(三多), 삼무(三無)를 꼽는 것처럼

앞선 글에서 베니스를 ‘다리’, ‘가면’ ,’여행자’의 도시로 불러보았다면

이번엔 베니스에 없는 것을 생각해본다.

 

도시라면 당연하게 갖추고 있을 것 같은 몇 가지가 빠진  자리에서 

낭만이 부풀어오르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한 감각이 빠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을 가리킨다면

베니스는 바보스러울만치 과거에 머물러 있다.  바로 이점이 베니스의 매력포인트다.

 

 

 

 

베니스에는 없다

 

 

하나. 베니스에는 ‘자동차’가 없다

둘. 베니스에는 ‘고층빌딩’이 없다

셋. 베니스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하나. 베니스에는 ‘자동차’가 없다

 

 


 

 

사실 자동차만 없는 게 아니다. 자전거를 탄 사람도 한 달 동안 딱 한 명을 보았다.

이곳이 허락한 바퀴라고는 유모차와 환경미화원의 수레 정도가 전부다.

 

골목이 워낙 좁고 미로처럼 얽혀있는데다

수시로 다리를 건너다녀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는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생활에서 자동차가 빠진 자리는 물길을 따라 흘러가는 배들이 대신했다.

소방차, 구급차, 화물차도 택시도 버스도 모두 배다.

베니스에는 자동차가 없다. 자동차가 없으니 경적의 소음도 주차전쟁도 없었다.

 

 

 

 



둘. 베니스에는 ‘고층빌딩’이 없다

 

 

 

 

모래땅에 나무기둥을 박고 바닥을 다져 만든 도시다. 

아찔한 마천루를 기대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낡으면 싹 허물고 새로 지으면 되지’ 이런 생각이 솟아날 틈도 없다. 

덕분에 베니스에선 지금도 몇 세기 전의 건물에 사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내가 머문 산 폴로의 집도 18세기에 지어진 곳이었다.

돌계단이 반질반질하게 닳아 무릎에 힘을 딱 주고 딛어야 했다.

 

베니스에는 최신의 고층빌딩이 없다.

덕분에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면 시야가 탁 트인다.

 

 

 

 

 

셋. 베니스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있다. 맥 너겟과 나란히 새우튀김을 팔고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넣은 버거를 추가하는 식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없었다. 혹, 자동차도 다니는 광역 베니스에는 있을까 모르지만.

커피 한 모금, 와인 한 잔의 여유는 길모퉁이 가게들에게 맡겨두고 있다.

 

우유를 넣은 커피는 팔지 않는 카페도 종종 만나게 된다.

커다란 머그잔에 담긴 아메리카노가 그리워질지도 모르지만

베니스에선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에 빠져보자.

 

 

 

베니스에는 없는 것도 많다.

가보면 알게 된다. 바로 그 빈 자리가 사랑스럽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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