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오모리 현의 서남부에 위치한 히로사키의 성을 둘러보는 날입니다. 17세기에 이 지방의 정치,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성곽도시 히로사키의 옛 성터에는 현재 천수각(아성)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히로사키 공원'으로 정비된 이곳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벚꽃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해자와 토성으로 둘러싸인 '천수각'의 모습입니다.
수령 500년 이상이 된 아름드리 고목을 올려다보고 있는 여행가족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걸까요? 고도원님과 민진홍님, 두 남자의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성 안 여기저기서 행복한 산책을 하고 있는 여행가족들의 모습입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침기기 김성은님, 홍원경님, 김난숙님, 김선녀. 이회순님)
흰 솜이불처럼 두툼하고 깨끗한 눈밭에서는 모두들 천진스러운 소녀, 개구쟁이 소년의 시절로 돌아갑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원옥님, 한보경님, 김한나님, 박송란님, 이수영. 김제수님 )
4조 조원들이 뭉쳤습니다. 눈 내리는 공원은 그들만의 세상입니다.
천수각 앞에 모인 3조 조원들(몇 명이 빠졌네요)은 비교적 조신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해맑은 웃음 뒤에 숨겨진 재치와 열정은 장기자랑 시간을 열광의 도가니로 이끕니다.
아침편지 여행가족 61명이 모두 모인 단체사진입니다. 히로사키성은 지금, 이들의 함성으로 가득합니다.
이제 여행은 후반부로 접어듭니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끼고 있는 노천온천, 후로후시로 가는 길입니다. 후로후시는 한자어로 불로불사(不老不死), 늙지도 죽지도 않는 온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남짓을 달리자 오른쪽 차창으로 푸른 바다가 나타났습니다. "바다다!" 여행가족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지요. 흰 포말이 아우성치듯 부서지는 창밖의 바다는 풍성하고 싱싱했습니다.
드디어 후로후시 온천에 도착했습니다. 후로후시 온천을 둘러싸고 있는 눈부신 바다, 그림 같은 해안선의 전경입니다.
후로후시 온천이 자랑하는 바닷가의 로텐부로(노천온천) 풍경. 많은 일본인들은 새해에 후로후시 온천의 로텐부로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망을 비는 것을 꿈꾼다고 합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로텐부로입니다. 200m의 수심에서 끌어 올리는 온천수는 떫은맛이 나는 식염천으로 철분성분이 많아 황토색을 띱니다. 신경통, 요통, 류마티스 등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하네요. 이곳은 혼욕이 가능하며, 바로 옆에 여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로텐부로가 따로 있습니다.
해가 뜨기 전이나 해진 후, 파도가 심한 날에는 로텐부로를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호텔 안에 있는 대욕탕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개방됩니다. 대욕탕의 노천온천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기는 여행가족들, 여탕의 모습입니다.
호텔의 객실 창으로 보이는 바다입니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시설로 꾸며진 정갈한 호텔은 어느 객실에서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더군요.
후로후시 온천의 가이세키 요리를 설명하는 아름다운 여 지배인과 저녁밥상입니다. 바닷가의 온천답게 식재료의 80% 이상이 각종 해산물이더군요. 회와 해산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저는 후로후시의 가이세키 요리에 거의 넋을 잃었습니다. (이 후, 사람들이 남은 회를 전부 제게로 가져와 민망했다는... )
이곳에서도 특별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오랜 아침편지 가족이기도 한 김창희님이 회갑을 맞았거든요. 김창희님은 부군인 김연동님과 함께 이번 여행에 참가했습니다.
선물로 받은 자수정 팔찌를 들고 기뻐하는 김창희님을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김연동님.두 사람은 남다른 부부애를 과시해서 염장 1호(혼자 참여한 여행가족의 염장을 지른다나요.)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창밖에 로텐부로에서 온천을 한 후 차가운 바닷바람을 피해 단젠(유카타 위에 입는 웃옷)을 뒤집어 쓴 채 료칸으로 돌아오고 있는 여행객의 모습이 보입니다.
후로후시에서도 바닷가 산책은 필수 코스, 이미 한 번의 산책을 다녀온 팀들이 발견한 아름다운 바닷길입니다.
함께 산책을 나선 4명의 남자, 김재국, 민진홍, 이수영, 양재국님. 이들은 이제 카메라만 들이대면 화려한 리액션을 보여줍니다.
산책길에 만난 바다, 파도가 밀려드는 바다입니다.
호텔 바로 아래쪽까지 내려오니 갯바위가 가득한, 그리 깊지 않은 바다가 있더군요. 이곳에서는 파도가 잔잔해지는 대신 피어오른 흰 구름이 바다에 담겼습니다.
바닷가 언덕 위에 골격만 남아있는 저 목재는 무엇을 하기 위한 건물의 기초였을까요?
황량한 갯벌조차도 눈부십니다.
맞은편 언덕위에는 등대도 있더군요.
조별 장기자랑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서먹하던 여행가족들은 조별로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서로 마음을 열고 급격히 가까워집니다. 3조에서 나무꾼과 선녀 역할을 맡아 열연(?)을 했던 김병호님과 김선녀님, 사회를 맡은 아침지기 백기환님과 단체 가위,바위,보를 하는 여행가족들입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패러디한 뮤지컬(?)을 선보였던 4조의 무대입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근엄한 교수이신 1조의 황정남님은 순식간에 속옷 차림의 '디스코 황'으로 변신했습니다.
웃느라 쓰러지는 여행가족들.
DVD를 비롯한 사진 촬영도 빠질 수 없습니다.
제가 속한 1조, '디스코 황과 그 일당들'입니다. 옆에 있는 상품은, 장기자랑에 참여한 여행가족 모두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2조입니다. 김인숙님이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온 스카프로 잔뜩 멋을 냈군요. 어라, 양 볼들이 빨간 게 다들 연지곤지까지 찍었습니다.
너무 많이 웃어서 그런가요? 시상을 하러 나온 고도원님은 가볍게 취한 것 같습니다. 아침지기 윤나라님의 재치만발 심사평, 시상에 이어 로텐부로의 빼어난 가수로 모두를 행복하게 했던 박혜선님이 가곡 '명태'를 멋지게 불러 뒤풀이 무대를 장식합니다.
후로후시에서 보낸 이틀도 이렇게 저물었습니다.
아오모리 명상여행도 이젠 막바지를 향해 치닿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오모리 현에서 아키타 현으로 넘어 갑니다. 웨스파 츠바키야마 역에서 기차를 타게 되지요. 초고속으로 달리는 열차가 세계 곳곳을 누비는 이 순간에도 기차여행을 생각하면 까닭모를 향수와 그리움이 차오릅니다.
설국의 기차역에서,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열차를 기다리는 아침지기 백기환님의 웃음이 눈부십니다.
단선철도 위를 달리는, 그리 길지도 빠르지도 않은 열차를 탔습니다. 첨단의 시설을 자랑하는 기차는 쾌적하고 안락하더군요. 기관실이 환히 보이는 앞자리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기차는 한 시간가량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가 방향을 바꾸어 또 한 시간가량 눈 덮인 산과 들판을 달렸습니다. "아, 저 나무 좀 봐요." 옆자리에서 나직이 외치는 소리에 창밖을 보니 기차는 이렇게 아름다운 바닷가의 소나무 숲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 최고령으로 참가한 조용규님과 아들 조만재님입니다. 관절염으로 두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던 조용규님은 온천욕을 계속 하는 동안에 팔을 움직이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며 환히 웃으셨지요.
부부인 김연동, 김창희님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을 맘껏 즐기고 있습니다.
열차 안에서 먹었던 점심도시락입니다. 달리는 기차에서 소풍을 나온 사람들처럼 먹었던 도시락, 음, 별미더군요. (찐 계란과 사이다도 생각났다는~~^^ )
기차는 소박한 기차역을 지나고
얼어붙은 강 위를 가로지르는 철교도 지나갑니다.
드디어 아키타 역에 도착했습니다. 소임을 마친 기관사는 짐을 챙겨 떠나고, 눈을 뒤집어 쓴 채 텅 빈 기차만 남았습니다.
아키타 현에서도 우리를 환영하는 공무원이 나왔습니다. 아침편지 여행가족을 최선을 다해 모시겠으니 아키타를 더 많이 사랑해 달라고 하네요. 최근 아오모리와 아키타 현에서는 여행객을 서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박물관으로 견학을 갔습니다. 1층에는 산 벚나무로 수공예품을 만드는 12명의 장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발뒤꿈치가 없는 특수한 양말을 신은 채 일일이 손으로 나무를 깎고 인두질을 하는 장인의 모습입니다. 2층의 전시관은 사진을 못 찍게 하더군요.
300년 전 에도시대에 중앙에서 파견된 성주를 따라 이 지방으로 내려왔다는 '무사의 집'입니다. 상당한 권력가의 집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다다미가 있는 방안 풍경은 소박합니다.
서재인 것 같습니다. 지진이 많은 지역인 일본 가옥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가구나 장식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의 박물관과 옛집을 보면서 우리의 문화재와 한옥이 얼마나 기품 있고 아름다운지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마을을 둘러볼 수 있도록 짧게 주어진 시간에 골목길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찻집으로 꾸며진 고풍스런 집 앞으로 낡은 트럭 한 대가 지나가네요. 옛 것과 문명의 평화로운 어울림입니다.
대문이 열린 주택입니다. 정갈한 마당과 잘 가꾸어진 나무들, 작은 의자와 자전거가 놓인 풍경에 집 주인의 단정한 성품과 검소한 생활이 보입니다.
여행의 마지막 밤은 '마음나누기'가 진행됩니다. 여행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느낌과 감동을 나누고 되돌아가야 할 현실에 대해 새로운 마음을 다지는 시간이지요.
아침지기 이현희님과 이선희님이 촛불을 옮깁니다.
이유정님은 이번 여행을 통해 제주올레여행에서 찾은 '꿈너머 꿈'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하네요. 현재 충실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생활하고 있는 그녀는 오랜 꿈이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접어 두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합니다. 음악으로 아픈 이들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꿈을 응원합니다!
촛불은 이번 여행에 참여한 61명의 감사와 사랑, 소망을 밝히는 빛이 됩니다. 나눔의 시간이 지난 뒤, 다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다소 진부하게 들이는 이 노래도 이 순간에는 모두가 절절하게 공감하는 우리만의 노래가 됩니다.
서로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포옹입니다.
여행 끝 무렵, 호텔 로비에서 홀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양재국님이 혼잣말처럼 말 했습니다. "실마리가 보여요. 오랫동안 물리적으로만 해결하려 했던 문제의 답은 결국 내 마음 안에 있었어요." 그는 뉴욕에서부터 안고 왔던 마음의 숙제를 풀었나봅니다. 이창우님과 안고 있는 그의 미소가 말하는 것처럼 이번 여행은 또 다른 많은 이들에게도 도전과 기쁨, 평화를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새벽입니다. 호텔 창을 여니 설상차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길을 내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도 어김없이 눈이 퍼 부었나 봅니다.
아키타의 아침, 산책 팀이 다시 뭉쳐 길을 나셨습니다.
산책할 수 있는 길은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까마득한 어린 시절에 눈밭을 뒹굴며 놀았던 법, 자유를 되찾았습니다.
(왼쪽부터 신현석, 김제수, 양재국, 박혜란, 이수영, 박송란, 김귀자, 김재국님)
"날아라!" 찍사(?)의 한마디에 비상하는 이들입니다. 눈밭과 하늘이 그들의 자유에 눈부신 배경이 되어주네요. 우리의 남은 시간도 이와 같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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