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유럽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다음의 언론기사가 적절한 듯 합니다.
관련 기사: 욕만 먹는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한국경제
위 기사 중에 언급된 "결과가 너무 우호적이어서 신뢰성이 없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평가가 정곡을 찌르는 것이라 봅니다.
테스트에 참여한 91개 은행들 중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7개 소규모 은행들만이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했고, 나머지 은행들은 모두 통과했다고 합니다. 즉 나머지 은행들은 현재로서도 충분히 건전하며, 여기서 조금도 더 자본을 확충할 필요 조차 없다고 합니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7개 소규모 은행들이 확충해야 할 자본금 규모도 35억유로에 그친다고 합니다.
테스트 결과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습니다. 결과가 너무 좋아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빼놓고는 말이지요.
작년 5월초에 발표되었던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나 이번 유럽의 스트레스 테스트나 모두 경제위기 상황과 관련된 ‘빅 이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빅 이벤트를 다루어내는 양쪽의 솜씨를 비교해보면 유럽의 이벤트 연출 실력은 ‘3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숨죽이고 결과발표를 기다리는 빅 이벤트를 마련했으면, 부실도 좀 밝혀내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19개 대형은행들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했고, 이들이 746억 달러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야 이제 부실이 드러났지만, 달리 보면 ‘불확실성’이 제거된 셈이라고 하면서 시장의 심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무난히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을까, 로 쏠리면서 시장이 또 굴러가고 하는 것이지요.
그냥 다 좋다고 해버리면 시장이 만족할 수 있을까요?
유럽은 당장 다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는 중입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시 수세에 몰리게 되고, 결국 보다 더 상세한 평가 결과를 내달 6일에 추가 공개키로 했습니다. 그런데 최고로 좋은 결과를 이미 발표해버렸으니 내달 6일에 나올 발표에는 이번보다 더 좋아질 건 없겠지요.
이번 유럽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3류 연출솜씨에 더해, 유럽 은행감독위원회(CEBS)의 ‘말장난’까지 덧붙여지면서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하여 CEBS는 은행이 보유한 각국 국채에 대한 대손처리 가정을 도입하긴 했습니다. 국가부도 위험으로 은행이 보유한 각국 국채(5년 물)에 대해 최고 23%(그리스)에서 최저 4%(독일)의 대손처리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더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강조합니다.
유럽 위기의 핵심 이슈가 국가부도 위기였으니 이러한 조건 적용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CEBS는 국채 대손상각 시나리오를 대입할 때 "각 은행이 투자목적, 즉 상황에 따라 시장에서 거래할 목적으로 계상해 놓은 게 아니라 만기까지 보유하고자 하는 국채는 평가손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은근슬쩍 덧붙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는 ‘썰렁한 개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은 국채 대부분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이지, 투자목적으로 계상해놓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만기보유분에 대한 대손상각은 배제했다는 말은, 은행이 보유한 국채의 부도 위험 평가는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름 아닙니다.
하지만 유럽의 위기는 그 핵심 이슈가 국가부도 위기였다는 점, 그리고 그리스의 경우 국채에 대한 디폴트를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봅니다.
유럽은행들이 보유한 PIGS 국가들의 국채에 대한 대손상각 가능성을 배제했다면, 도대체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는 무엇하러 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작년 5월 미국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는 이후 금융시장의 상승세를 가져왔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 유럽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역시 시장 상승의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기대감을 불러있으키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시장의 상승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 때문’만’이 아니라, 치밀한 ‘종합 연출’의 결과였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의 처용님 글에 정리가 잘되어 있습니다.
처용 님의 관련 글: EU 은행 재정건전성 테스트 독일과 스페인 은행의 결과가 좌우
유럽의 3류 연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미국의 경우는 시가평가제의 유보가 결정적인 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가평가제의 유보로 인해 어쨌든 당장의 재무제표 상에는 ‘순익 대폭 증가’라는 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는 처음부터 시가평가제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았으니 ‘극적인 반전’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시기 상의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는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경제지표가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서 호전되기 시작하던 시점에 발표된 것이었습니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걸린 시간이 일종의 ‘시간벌기’용으로 쓰인 측면이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는 정반대로 강력한 ‘긴축정책’의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는 시점에 발표된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와는 시기가 정반대인 셈입니다. 모든 일에는 ‘때’라는 것이 있지요. 유럽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미국의 경우처럼 똑같이 시장 상승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접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대로 경제가 좋아지고 시장이 계속 상승한다면 Fed의 버냉키 의장은 국제적인 바보가 될 것입니다.
관련 글: 버냉키 쇼크와 시장의 변덕
버냉키 의장이 바보라면 그 자리까지 못갔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볼 필요가 있겠지요.
지난 주 목요일에 발표된 미국의 기존주택 매매실적은 전월대비 5.1% 감소했습니다만, 유럽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발표라는 이벤트와 기업 실적 호조 발표에 묻혀 은근슬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오늘 발표되는 신규주택 매매실적도 그럴 수 있는지 두고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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