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을 다녀오다
(서프라이즈 / 이장 / 2010-07-15)
자식들에게도
보여 주는 것도 필요하고
보여지는 것도 신경을 써야 됩니다.
참! 아빠 노릇 하기도 힘이 듭니다.
올바로 살아가라고
똑바로 걸어가라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살아가라고
입으로만 떠들면
아이들이 자기들도 입으로만 내일을 살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봉하마을을 다녀오려고
온 가족이 길을 나섰습니다.
밤부터 비가 억수로 쏟아집니다.
마음은 시원한데 다니기는 불편합니다.
봉하 들어가는 길에
노란 바람개비를 많이 세워 놓았네요.
바람개비 만들어 길에 세워 놓는 봉사 하시는 분이
충청도에서 왔다고 하니깐
내년에 올 때는 수수깡을 좀 가져다 달라고 합니다.
바람개비 만들 때 재료로 쓰면 좋다고……
봉하마을 주차장에 도착하니
비가 그쳐 줍니다.
사진 찍을 시간을 하늘이 주더군요.
감사합니다. 노짱님!
사연이 많은 눈물의 돌들을 보며 걸어가기가 미안했습니다.
개새끼 쥐새끼들은 앞으로 저 박석 위로 걸어 다니려면
무릎으로 기면서 대가리를 세 번씩 찍으며 나아가야 될 것입니다.
큰아들은 주문한 노랑 리본이 묶인 솟대를 들고 섰습니다.
눈가에 이슬인지 빗물인지……
우리에게 진정한 시민의식을 일깨워 주신 노 대통령님!
멀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님을 뵈러 왔습니다.
님의 정신과 사상을 이어받아 제 후세의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습니다.
-진호-
유서를 또 한 번 읽었습니다.
눈물을 감추려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문을 본 작은 아들은
현실적으로 사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고 합니다.
어쩌란 말입니까?
새끼들에게 투쟁하고 싸우라고
그래서 죽으라고 말해야 합니까?
나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씨발 600년 동안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했던 사람들은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리고 살아야 했다고……
그래서 지금 공부를 제일 잘했던 대한민국 상위 1%들은
죄다 도적놈들이 되어 있는 현실과 600년의 역사와
당신의 무덤을 보고 열심히 노력해서 살면 좋은 세상 온다고
또 거짓말을 했어야 옳았을까요!!
국가는 도대체 무엇인지
대통령의 묘역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구멍가게에서 물건 팔아 조달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슬펐습니다.
노란 손수건도 사고, 황토색 손수건은 등산할 때 필요할 것 같아서
책도 공부하는데 읽어야 된다고 우기는 바람에 마누라가
계산했습니다.
다음에는 내 손자들이 아빠 손잡고 즐거운 마음으로
뛰어다니며 즐기는 공간이 되어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길을 따라
광주를 들러 서산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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