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최민규] 김성근 SK 감독의 지론은 "야구는 감독이 한다"이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해 책임을 완수하겠다는 의지. 다른 하나는 감독이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SK 감독을 맡은 뒤 "코치에게 맡겨둔다"고 자주 강조했지만 위기에 몰릴 때면 "내가 나서야 한다"는 뜻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반면 "야구는 선수들이 한다"며 감독의 지위를 다소 낮게 잡는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판단을 믿는 편이다. 고려대 동기이자 전 두산 2군감독이었던 박종훈 LG 감독은 "김 감독이 몇 년 전 무명 투수를 중요한 경기 마무리로 기용한 적이 있었다. 이유를 묻자 '내가 가장 믿는 투수가 그 선수였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는 일화를 전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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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업을 보라
두 감독의 성향 차이는 선발 라인업 작성에서부터 드러난다. 김성근 감독은 올시즌 114개의 서로 다른 라인업을 짰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시즌 막판 19연승을 달릴 때 김 감독은 1번 우익수 박재홍·3번 2루수 정근우로 대표되는 라인업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반면 김경문 감독은 99개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96개)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상대 오른손 투수 등판 때 왼손 타자, 왼손 투수 대 오른손 타자를 기용한 플래툰 비율은 SK가 52.0%로 두산의 44.7%를 크게 웃돈다. 데이터상 우위가 발견되면 연봉 5억원인 이호준 대신 왼손 대타 요원 이재원을 서슴없이 기용한다. '전원 야구'를 하는 팀답게 SK는 올시즌 300차례나 대타·대주자 작전을 썼다 두산은 229회다. 여기에는 감독 성향 뿐 아니라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난 팀 구성의 차이도 있다.
희생번트를 보라
선발 투수 교체 시점이 빠르다는 건 두 감독의 공통점이다. 3실점 이하 선발 투수를 6회에 강판시킨 '퀵 후크(Quick Hook)' 횟수는 김성근 감독이 48회, 김경문 감독이 61회다. 조범현 KIA 감독은 28회였다. 하지만 두산은 올해 믿을만한 선발 투수가 절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두산의 퀄리티스타트(선발 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27회로 SK(54회)의 절반이다.
희생 번트에 대한 시각은 두 감독의 중요한 차이다. 김성근 감독은 무려 127차례나 희생 번트 사인을 냈다. 김경문 감독은 26회로 8개 구단 최소다. 다만 SK의 희생번트 성공율(77.0%)은 두산(68.4%)보다 훨씬 낫다. 고의4구에서도 SK가 전체 2위(33개), 두산은 8위(7개)였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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