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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합리적 다수가 노무현을 버렸다

노짱, 문프

by 21세기 나의조국 2009. 6. 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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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비합리적 다수가 노무현을 버렸다
출처: 오마이뉴스 2009.06.07 12:06
출처 : 정치일반
글쓴이 : 오마이뉴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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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적 다수가 노무현을 버렸다

오마이뉴스 | 입력 2009.06.06 18:37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대전

 

 

[오마이뉴스 남경국 기자]
노무현 대통령. 그가 갔다. 그와 맺은 사소한 인연을 더듬으며 그를 기억하고 싶다. 그를 처음 본 것은 2001년 봄 어느 날 노무현 초청 대학강연회로 기억된다. 그에게 던졌던 질문은 기억이 가물거린다.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질문에 앞서 던진 이 말이다.

"조선일보 만평 등에서 노무현을 이마에 여러 개 주름이 움푹파인 험상궂은 얼굴로 묘사했는데, 실제 보니 주름도 적고 미남이다. 관상이 대통령하셔도 되겠다. 대통령 출마하시죠.(웃음)"

좌중은 웃었고, 그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대통령 출마까지는 생각 못해 보았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쌍꺼풀 수술한 노무현을 공격한 언론





▲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 경선 후보 시절 모습.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그가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에 나섰다. 당시 나는 < 인터넷 한겨레 > 국민경선 특별취재단으로 그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의 이마 주름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보았다.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이 보톡스 주사의 후유증으로 눈이 쳐져 대통령 재임 중 쌍꺼풀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보수언론들은 이 쌍꺼풀 수술에도 시비를 걸었다. 권양숙 여사도 그와 함께 청와대에서 쌍거풀 수술을 받았다. 보수언론은 이에 대해 비난을 했다. 성형수술을 한 것으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2002년 국민경선에서 만난 권양숙 여사는 안경을 끼고 있었다. 주위에서 후보 아내가 안경을 쓰는 것이 인상이 좋지 않다며 말렸지만, 안경을 벗으면 눈물이 계속 흘러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눈이 불편한 상태였다. 그런 사실을 안 나로서는 보수언론의 성형수술 운운하는 모습이 답답하기만 했다.

광주 경선에서 1등을 하며 돌풍을 일으키던 노무현. 경남 경선 중 그에게 소감을 물은 적이 있다.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아이를 무등태운 이들, '국민통합 노무현 짱' '깨끗한 정치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을 외치는 이들을 바라보며 그는 말했다.

"제가 이 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깨끗한 정치인이 아닙니다.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통령이 되면 이 분들이 원하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노무현이 깨끗한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그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열정이 미안하기만 했던 것이다. 노무현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직업정치인 노무현을 100퍼센트 투명한 정치인이여서 그에 열광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에 대한 지지에 미안해하고 부담스러워했다.

노정연과의 인터뷰 그리고 '보통 엄마' 권양숙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 노건호 ,딸 노정연씨와 함께 광복절인 15일 서대문형무소 독립관을 둘러보고 있다.

ⓒ 이종호

그는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었다. 서울 경선에서 그가 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동안 그의 딸 노정연을 인터뷰했다.

딸은 아버지 노무현을 "재미있거나 자상하시지는 않은데 합리적이어서 … 자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귀기울여 주는 아버지여서 …말이 통하는 아버지여서 참 좋습니다"고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이런 분이다. 한마디로 말한다면'이라고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보기에 대단히 합리적인 분이고 실용주의자라고 봅니다. 그냥 정치적으로도 합리적·실용적이시지만 제가 집에서 아버님으로 뵙기에도 정말로 합리적이시죠. 매사를 항상 합리적으로 말씀하세요. 그래서 불필요한 건 안하세요."

< 인터넷 한겨레 관련기사- 우리 아빠 노무현 >
당시 이 인터뷰기사를 편집부에 송고 후 밖에 있던 나는 노정연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옆에 권양숙 여사가 있는 듯 했다.

"저, 노정연인데요. 어머니가 기사 보시고 기사에 나온 제 사진 중 가운데 사진 빼 주시면 안되냐고 전화하라고 해서… 아직 시집 안갔는데 예쁘게 나왔으면 한다고(웃음) … 가운데 사진이 조금 …."

확인해 보니, 사진 한 장이 항의(?)를 받을 만 했다. 급히 편집부에 연락하여 조치를 취했다.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그 바쁜 경선 와중에 권양숙 여사는 딸의 인터뷰기사를 챙기고 연락을 주었다. 보통사람, 보통 어머니였다. 시집 안 간 딸이 조금이라도 예쁘게 나왔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이었을 게다.

"절대 사퇴는 안 된다, 10월이 되면 다시 뭉친다"





강원도 원주 유세에서 노무현 후보가 지지자들의 연호에 승리의 'v자'를 그려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노무현은 흔들렸다. 후보 확정 후 조중동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그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경선에서 후보로 당선 된 후 몇 달 후 그는 후보사퇴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노무현 지지율도 10퍼센트대로 곤두박질쳤다.

2002년 8월의 어느 날로 기억된다. 당시 대학원 연구조교로 있던 나는 학부 졸업을 앞두고 학교에 찾아온 그의 아들 노건호를 만났다. 민주당내에서 사퇴압박이 심한 때였다. 그래서 노무현 후보가 어떤 심정인지 알고 싶었다. 노건호씨는 차분하게 이야기 했다. "가족 모두 많이 지쳐있다"고 했다. "어저께 가족회의를 했는데, 아버님, 어머님 모두 마음을 비우셨다"고 했다. 후보를 사퇴라도 할 작정인 듯 했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가까이서 노무현과 노사모, 국민적 기대를 지켜보았던 나로서도 안타까웠다.

"절대 사퇴해서는 안된다. 지난 4월 민주당 경선을 지켰던 노사모, 노무현 지지세력들이 지금은 직장으로, 가정으로 돌아갔지만, 10월이 되면 다시 뭉친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나는 위로했다.
그날 딸 노정연씨와도 통화를 했다.
"절대로 사퇴해서는 안된다. 아버지께서 집 나서기 전에 항상 좋은 말해주고 용기내라고 말씀드려라" 등의 말을 했던 것 같다.

노무현은 살아남았다. 정몽준과의 단일화 합의 후 그는 단일후보가 되었다. 국민들은 다시감동했다. 지지율이 이회창 후보를 앞섰다.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 여론조사 공표는 금지된 시점이었다. 하지만 언론사들 내부 여론조사 등에서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를 앞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노정연씨는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묻기도 했다. 내가 들은 여론조사내용을 알려주자 그녀는 이렇게 혼자말처럼 말했던 것 같다.

"아빠의 진심을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을텐데… 잘 되겠죠."
인터넷 대통령의 탄생과 그의 죽음






'당선자 확실' 보도 이후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민주당사에 들어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부인 권양숙씨.

ⓒ 마이너

선거전 날 정몽준씨의 지지철회! < 오마이뉴스 > 에서 접한 조기숙 교수의 긴급호소문, 분노한 누리꾼들의 의견을 접한 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결국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을 외치던 노무현, 바보가 세상의 주인이 되는 대한민국을 꿈꾸었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다. 인터넷 대통령, 소통의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그의 도전과 개혁은 조용히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집권내내 보수언론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노무현에게는 완벽한 성과물을 요구했던 것은 아니었던지, 그의 조그만 실책 하나에도 꼬투리를 잡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그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다"식의 패배주의와 기회주의적 편승을 거부했다. 그의 삶, 정치인생 자체가 자신의 몸을 바위에 던지듯 자신을 기꺼이 버리며 대통령에까지 올랐다. 원칙과 상식을 지키려 했다. 그는 바위에 자신의 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2009년 대한민국, 원칙과 상식을 망각한 우리에게 던진 노무현의 무언의 마지막 화두가 아닐까.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 노제에서 한 추모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임채진 검찰총장은 사퇴하면서까지 "노무현 수사의 정당성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검찰수사의 정당성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서 할 말이지, 고 노무현 대통령과 그 가족 그리고 국민들을 향해서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래서 슬프다.

나의 노무현 대통령과의 사소한 인연과 "대통령 출마하세요", "절대 민주당 후보 사퇴하지 마십시오" 이런 조그만 외침이 없었다면, 수많은 이들의 노무현을 향한 외침들이 없었다면, 그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정치인 노무현을 더 오래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합리적인 아빠, 합리적인 대통령을 그의 임기 중 받아들이지 못한 대한민국, 노무현이 하면 다 틀렸다는 대한민국. 이명박 대통령의 2009년 대한민국이, 이런 비합리적인 다수가 노무현을 버린 것은 아닐까? 노무현이 진정 꿈꾸는 세상은 원칙과 상식, 합리적인 노무현이 통하는 그런 세상일 것이다. 노무현이 꿈꿨던 세상은 이제 우리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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