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무는 고환율 국면에서도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17.4원에 거래를 마쳤다. 새벽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3월 30일 달러당 1518.2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12·3 비상계엄 이후 1400원대로 치솟았다. 이후 1400원대에서 횡보하며 ‘뉴노멀’로 굳어졌고, 최근에는 6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며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환율이 1500원대로 오른 배경에는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 있다. 지난 19일 3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한때 연 5.20%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신흥시장에 있던 글로벌 자금은 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데다 높은 수익률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늘고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
통상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오르면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는다.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 국면에서는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꿀 때 환차손 우려가 커진다. 환율이 더 오르기 전에 주식을 매도하려는 외국인이 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구조다.
다만 최근에는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에도 주가는 오히려 우상향하고 있다.
실제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2거래일 연속 총 46조338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럼에도 코스피는 같은 기간 7257.89에서 8046.78로 788.89포인트, 10.87% 올랐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는 환율 부담보다 기업 이익 개선 기대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대형주 투자심리를 자극했고,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 기대도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외국인 매도세에도 개인 투자자가 레버리지 자금을 활용해 매수에 나서면서 수급 공백을 일부 메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5675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과거와 달리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지수 하단을 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코스피가 ‘만스피’, 즉 코스피 1만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IB) 노무라증권은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7500~8000포인트에서 1만
~1만10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증권도 코스피가 최대 1만38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코스피 평균
PER은 9.96배”라며 “올해 연말까지 2027년 순이익을 지수가 선반영한다면 코스피 시가총액은 8499조원에 달한다. 지수로 환산하면 1만380포인트”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이익 컨센서스가 추가로 상향되지 않고 연말까지 이어진다는 전제하에 과거 장기 평균
PER 10배를 적용하면 코스피 지수가 1만포인트를 돌파하는 시나리오도 현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의 ‘만스피’ 전망은 기업 이익이 현재 예상대로 개선되고 고환율 충격이 제한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물면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이 커지고, 수입 원가 상승에 따른 기업 비용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급증한 상황에서 주가가 흔들릴 경우 반대매매 등으로 하락 폭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