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시장에서 가격 담합에 나섰다가 적발된 기업은 관련 매출액의 최소 10%를 과징금으로 물게 된다. 담합 행위의 중대성이 경미하더라도 과징금은 무겁게 부과해 기업 담합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행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이달 말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전원회의 의결 후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담합의 위반 정도에 따라 적용되는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의 경우 매출의 0.5~3% 선에서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앞으로는 10~15%로 상향된다. 중대한 위반 행위는 3~10.5%에서 15~18%로 높이고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는 10.5~20%에서 18~20%로 조정하기로 했다. 최저선을 기준으로 보면 과징금 부과액이 20배 높아지는 셈이다.
담합 행위의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 적용하는 정액과징금의 하한도 1000만 원에서 20억 원으로 대폭 올린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나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부당 지원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과징금 하한 기준율을 기존 20%에서 100%로 올려 부당 이익 전액을 환수하고 상한 기준율은 기존 160%에서 300%로 높였다.
정부가 담합 과징금 하한 기준을 대폭 상향한 것은 기업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도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격 조작은 대국민 중대 범죄”라며 “과징금 상한을 높여도 기업 로비나 압박 등에 의해 실제 부과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면 과징금 하한도 올려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업들은 과징금이 회사 경영을 흔들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령 지난해 ‘이동통신 3사의 번호 이동 담합 사건’ 과징금은 약 1000억 원 규모에 불과했지만 변경 기준이 적용됐다면 1조 원대로 훌쩍 뛰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3월 이동통신 3사의 번호 이동 담합 사건을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로 판단해 관련 매출액의 약 1% 수준인 총 114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된 관련 매출 규모는 약 11조 원대였다. 하지만 이 사건에 이번 개정안을 적용하면 과징금 하한 기준율이 10%로 올라가면서 같은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과징금이 약 1조 1400억 원 수준으로 10배 늘어난다.
총수 일가 사익 편취와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한 과징금도 강화된다. 부당 지원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과징금 기준율은 기존 20~160%에서 100~300%로 높아진다. 부당 지원 금액을 넘어서는 수준의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2월 총수 딸이 최대주주인 계열사에 공공택지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이익 2501억 원을 낸 대방건설의 경우 기존 205억 6000만 원이던 과징금이 2500억 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반복적인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특히 담합의 경우 최근 10년 내 위반 전력이 있는 기업이 다시 담합을 저지를 경우 과징금을 최대 100%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이 동일한 위반 행위를 반복할 경우 사실상 과징금 규모가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기업들의 ‘과징금 줄이기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기업들은 조사 협조나 자진 시정 등을 통해 과징금을 감경받는 리니언시제도로 제재 부담을 줄여왔으나 이번 개정으로 감경 폭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구체적으로 지금까지는 조사 과정에 협조하거나 심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할 경우 각각 최대 10%씩 총 20%까지 과징금을 감경받을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서는 전 과정에 협조한 경우에만 최대 10% 감경이 가능하도록 바뀐다.
위반 행위를 스스로 시정할 경우 적용되던 감경 폭도 크게 축소된다. 자진 시정에 대한 감경 비율은 기존 30%에서 10%로 낮아지고 단순 과실을 이유로 한 감경 규정은 아예 삭제된다. 공정위는 조사 단계에서 협조해 감경을 받은 기업이 이후 소송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감경 조치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 같은 제도 개편은 그간 일부 기업들이 과징금을 사실상 사업 비용처럼 인식하고 위반 행위를 반복한다는 지적이 계속된 탓이다. 김근성 심판관리관은 “과징금이 부당 이익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위반 행위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부당 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의 과징금 부과를 통해 법 위반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기업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 제재에 대해 법원 소송도 어려워진 분위기라는 게 재계의 하소연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나 판단이 100% 맞는 게 아니고 법원에서 그 결과가 뒤집어진 경우도 많은데 경영 전반에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 "삼전·하닉 안 부러워요"…평균 연봉 '4억' 찍은 회사 어디 (0) | 2026.03.14 |
|---|---|
| [주末머니]주식 활황에 커지는 씀씀이…'이 기업' 웃는다 (0) | 2026.03.07 |
| 李 “가격담합 대가 알게될 것” 엄포 속…기름값 2000원 갈까 (0) | 2026.03.07 |
| 국민연금 지난해 231조 6000억↑…기금적립금 1458조 (0) | 2026.02.27 |
| 매출 5배 폭증·마케팅 없이 1위…진격의 K뷰티[주末머니] (0) | 2026.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