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한 지 6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출마 전 ‘물가 안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취임 후 물가는 반대 흐름이다.

NBC 뉴스는 이번 조사 결과가 미국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고물가로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개월간 구리,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에는 최대 28%, 그 외 국가들에는 약 16%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해방의 날’ 관세를 발표한 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매달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 CPI는 2.93%를 기록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PCE도 2.7%로 연준의 목표치(2%)를 웃돌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관세 부담 비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시기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해외 수출업체들이 관세 비용을 거의 분담하지 않았다. 사실상 미국 소비자들이 대부분의 부담을 떠안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는 관세 비용 일부가 수출업체나 미국 내 기업으로 분산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물가 압력의 주요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 분석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0.44%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또한 가구와 주방 캐비닛 등에 추가 관세 조치가 시행될 경우 0.6%포인트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한 점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기업들이 대법원의 관세 관련 판결을 기다리거나 관세 시행 전 미리 재고를 확보해 가격 인상 시점을 늦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연방 대법원은 내달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이 부과한 관세 정책의 합법성을 따지는 사건의 첫 변론을 진행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무역 정책의 핵심 도구로 삼아온 관세 정책이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8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소비자가 관세 비용의 67%까지 부담할 수 있다는 골드만삭스의 초기 추정치를 비난한 바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인들이 관세 때문에 미국을 최하위로 떨어뜨린 현 상태를 뒤집는 과도기에 직면할 수 있지만, 관세 비용은 궁극적으로 해외 수출업체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국내 생산을 확대 중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위기를 해결하면서 미국의 위대함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로 거둔 막대한 세수를 근거로 관세 정책의 정당성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9월 310억달러 이상의 관세 수입이 발생했으며 올해 누적 금액은 약 2150억달러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금을 활용해 미국 가정에 환급 수표 지급하고 농민과 제조업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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