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최근 한국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주가는 '경제와 기업 이익의 그림자'라고 하지만, 최근의 주가 상승에는 딱히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가 투영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신정부의 공격적인 내수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금융시장에서 전망하는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세가 멈춰지긴 했지만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0.9%에 불과하다. 역대 다섯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수출이 걱정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인데, 벌써 수출이 위축되고 있다. 2025년 들어 6월20일까지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에 그치고 있다.

약달러 흐름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
기업 이익 역시 마찬가지다. 2025년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작년 10월초 330조원대에서 줄곧 하향 조정돼 현재 290조원대까지 줄어들었다. GDP 성장률 전망치와 마찬가지로 하향 조정세가 멈춰진 정도다. 아무래도 관세와 관련된 합의가 끝난 후에야 의미 있는 재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4월 이후 나타난 주가 반등의 동력은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가 아니었다. 글로벌 약달러로 한국 주식을 비롯한 비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주가가 오른 측면이 있고, 내부적으로는 상법 개정 추진으로 대표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가 호재로 작용했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재정적자 우려, 무역수지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큰 관련이 없다. 지배구조 개선 역시 기업이 벌어들이거나 보유하고 있는 부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기업 이익 사이클과 매칭되는 이슈는 아니다.
펀더멘털과 주가의 괴리는 글로벌 증시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올해 성장률도 제로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제는 극심한 불황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지만, 독일 증시를 대표하는 닥스(DAX) 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왔다. 중앙은행이 풀어놓은 유동성 폭증의 풍선효과가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면서 주요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고, 보유 중인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풀린 돈의 절대 양은 많다. 글로벌 경제에서 유통되는 유동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폭증했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늘어났다. GDP 대비 중앙은행 자산 비율은 실물경제 규모 대비 화폐 영역에서 풀린 유동성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독일이 속해 있는 유로존의 GDP 대비 ECB(유럽중앙은행) 자산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8년 8월 15.2%에서 2016년 7월 30.1%까지 상승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긴축 정책을 썼지만 현재 비율은 41.7%로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많은 돈이 풀려 있다.
경기가 무너지거나, 기업 이익이 급감한다면 주식시장도 버티기 어렵겠지만, 펀더멘털 대비 자산 가격이 우위에 서는 모습은 요즘 같은 '대유동성 시대'에 게임의 규칙이 돼버린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보면 3000포인트대에 도달한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부와 관련해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미국까지 개입한 중동전의 향방이 중요했다. 국제유가의 움직임을 매개로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은 물론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였기 때문이다.
중동전 악재 진정, 한국 증시에 다시 불 지필 듯
이란 관련한 불확실성은 큰 악재였다. 국제유가를 매개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보다는 유동성이 자산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돈을 풀어내는 제왕'으로 불렸던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기능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물가가 상승하는, 즉 돈의 상대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을 늘릴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도 약(弱)달러에 제동이 걸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악재였다. 지정학적 불안이 생기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발동하면서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국의 이란 공격 소식이 전해졌던 6월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됐다면 지난 4월 이후 나타났던 달러 약세에 따른 비달러 자산 선호 기조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중동 지역의 무력충돌이 진정될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이 이뤄진 후 나타난 이란의 반격은 매우 형식적이었다. 주권국가로서 공격을 받은 후 반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카타르에 위치한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미리 귀띔해 주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을 대상으로 결전을 치를 결기를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자국의 능력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란의 휴전 합의를 발표했다.
중동 지역에서 늘 문제가 됐던 비정규군에 의한 무력충돌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스라엘에 반대하면서 '저항의 축'으로 불렸던 중동의 비공식 군사조직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이란적인 성격을 가진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치명상을 입은 듯하고, 시리아 민병대 역시 정부군과의 내전 과정에서 세가 크게 위축됐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역시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르면서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세적 정책, '세계의 경찰' 노릇을 내려놓겠다는 미국의 스탠스 변화 등에 비춰볼 때 중동의 긴장이 재고조될 가능성이 있지만, 글로벌 경제가 받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미국과 중동의 전통적 맹주 이란 사이에 무력충돌이 벌어졌음에도 국제유가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는 국제 원유시장의 구조적 수급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미국의 셰일 오일 공급이 늘어나면서 원유 공급자로서 중동이 가진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다.
중동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노이즈가 잠시 시장을 압박했지만, 리스크는 조기 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약달러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양대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시사저널.
| 달러 약세·유동성 공급·상법개정 ‘삼박자’…금융주 20년 슈퍼사이클 탔다 [투자360] (0) | 2025.07.02 |
|---|---|
| [청기홍기]증권주는 '정책 청신호', 수출주는 '관세 쇼크' (0) | 2025.06.28 |
| ‘3100’ 안착한 코스피…“4000선 넘길 수 있다” (0) | 2025.06.25 |
| 동학개미의 부활? 31층 찍은 코스피…전쟁통에 흔들릴 때 ‘개미’가 지켰다 [투자360] (0) | 2025.06.25 |
| 코스피 3000시대서 증권가 주목한 종목은? (0) | 2025.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