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관세와 관련, 미 정치권에서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을 중국의 품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적보다 친구가 더 나쁘다”며 한국에 25%, 일본에 24%의 상호 관세를 매겼는데, 미국의 최우방인 한·일을 패권 경쟁국인 중국과 연합하도록 자초한 “경제적 바보짓”이라는 미 의원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미 상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공화당의 예산안 결의안 수정안 토론에서,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하와이)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한 미 주식 시장 그래프를 들고 나와 “(주가의) 빨간선이 급격하게 계속 하락하는 모습도 충격적이지만, 그 외에도 매우 충격적인 이미지 중 하나는 한국의 고위급 인사가 찍힌 사진이었다”며 “이번 주 초, 수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일본, 한국이 트럼프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에 대해 함께 논의했는데, 나에게는 그게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고 했다.
샤츠 의원이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사진은 지난 달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차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나란히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이다. 이들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3국간 경제·통상 협력 방안을 논의했는데,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상호 관세 발표 며칠을 앞두고 열린 이번 3국 통상장관 회의는 2019년 베이징 회의 이후 5년 만에 개최된 것이었다. 이와 관련 미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관세에 공동 압박을 받고 있는 한·일이 향후 중국과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샤츠 의원은 한·중·일 통상 장관들이 서로 엇갈려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흉내내며 “먼저, 한국과 일본은 수세기에 걸쳐 외교적 문제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비교적 괜찮은 관계에 있다. 그러니 그들이 악수하는 장면을 보는 것 자체가 큰 일은 아니다”며 “그런데 그들이 중국의 고위 관리와 함께 실제로 손을 맞잡고 서 있는 모습을 본다는 것, 그것도 우리(미국)를 상대로 함께 서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그 장면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샤츠 의원은 “(상호 관세의) 정말 기이한 전개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동맹국들과 적대국 모두가 함께 협력할 방법을 모색하도록 만들었다”며 “트럼프가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는데, 우리를 상대로 묶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민주당 팀 케인(버지니아)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의 상호 관세 조치를 “경제적 바보짓(economic idiocy)”이라 강도 높게 비판하며 그 예로 한국과 일본을 들었다. 케인 의원은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 두 위대한 동맹국이다. 우리는 이 두 나라가 서로의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과의 관계도 강화하여, 우리 모두가 이 자리에서, 또 트럼프도 가장 큰 적수로 여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그런데 트럼프는 2일 발표한 상호 관세에서 한국산 제품에 25%, 일본산 제품에 24%의 관세를 부과했다. 친구를 이렇게 대우하는 것이 맞느냐”고 했다.
케인 의원은 “그리고 이 친구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 그들은 중국과 만나 자유무역협정을 논의하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의 경제 정책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과 손잡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한국은 우리가 아시아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진 가장 강력한 동맹국들이다. 우리는 이 두 나라와 군사 협력, 무역·외교, 인도적 이슈, 교육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그런데 트럼프의 관세는 일본과 한국을 중국의 품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관세가 촉발시킨 한·중·일 유착 우려는 이날 상원의원들 사이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민주당 로 카나(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한·중·일 통상 장관 회의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소셜미디어 X에 “트럼프는 인정해줘야겠다. 그는 중국, 일본, 한국을 우리를 상대로 한 경제 동맹으로 묶어냈다”며 “이건 그들의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중국이 트럼프가 그렇게 탐내는 노벨평화상을 주자고 트럼프를 추천할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카나 의원은 이후 CNN 인터뷰에서 “나는 (한·중·일 경제 동맹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을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자는 트럼프의 목표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왜 일본에 관세를 부과하느냐, 왜 한국에도 같은 방식으로 관세를 부과하느냐”고 했다. 카나 의원은 “관세는 중국에 집중해야지, 우리의 동맹국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의 관세는 지금 일본과 한국을 단지 중국 쪽으로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유럽 일부까지도 중국의 영향권으로 밀어넣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미 정치권의 이러한 비판은 야당인 민주당에서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여당인 공화당 일각에서도 트럼프의 무차별적 관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척 그래슬리(아이오와) 상원의원은 지난 3일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때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래슬리 의원은 “동맹국에 대한 자의적인 관세는 미국의 수출 기회를 훼손하고,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2일 공화당이 다수당(100명 중 53명)인 상원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캐나다 25% 관세 부과 철회 결의안’에는 수전 콜린스(메인), 랜드 폴·미치 매코널(켄터키),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등 4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며 민주당과 함께 ‘찬성표’를 던져 결의안이 통과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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