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다. 미국 경제를 발전시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는 대선 구호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에도 백악관에서 집권 2기 첫 각료회의를 개최하며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결정했고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율 25%’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현재 유예 상태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신규 관세를 4월 2일부터 부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역 전쟁을 재점화한 것이다.
관세 전쟁 촉발 트럼프, 제 발등 찍을 확률 높아
하지만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위대한 미국’과 거리가 먼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금처럼 모든 국가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면 결국 미국 경제가 추락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경제 흐름을 가장 먼저 포착하는 금융시장에서 불길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는 27일 미국 CNBC 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인용해 미국 경기침체의 서막을 알리는 전조 현상으로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역전된 흐름을 주목했다. 현재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2%대를 기록 중이다.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4.3%대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 여부는 10년 만기와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기반으로 판단하기도 하지만 10년 만기와 3개월물을 비교하기도 한다. CNBC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경기침체를 예상할 때 신뢰할 만한 지표 중 하나로 10년 만기와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 대비 수치를 살핀다고 전했다. 26일(현지시간)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07%로 10년물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차이는 점점 좁혀지는 중이다.
경기가 좋거나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면 채권(국채)는 만기가 길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반면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비관하면 만기가 길어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투자자의 위험 회피 심리도 작용한다. 변동성이 큰 단기 국채보다 장기 국채로 수요가 몰리며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취임 후 하락하는 미국 경제 신뢰도
물론 금융시장의 흐름을 기계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예상하지 못한 여러 변수가 작용해 금리(수익률)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도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고 반드시 경기침체가 오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22년 10월에도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역전됐으나 이후 경기침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런 흐름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미국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해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미국 경제 지표들은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1월 소비자물가는 연 3.0%로 지난 2023년 8월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2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도 98.3(1985년=100 기준)으로 1월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월간 기준 낙폭이 2021년 8월 이후 가장 컸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도를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64.7로 1월(71.7)보다 7포인트나 떨어졌다.
미국 ‘스태그플레션’ 경고음…한국도 비상
실제로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전 세계 물가가 다시 천정부지로 뛸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마저 침체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1970년대 겪었던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높은 관세가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고,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위험이 공존하는 상황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곤란하게 만들 것이다. 고율의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방어하려면 다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경기침체를 막으려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연준은 지금도 금리를 더 낮출지, 동결할지 저울질하며 관세 전쟁의 파장을 지켜보는 중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설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발 확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작년 11월 10% 미만이었으나 지금은 30%대 육박한다. EU에 대한 고율의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발 확률은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고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으면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수출이 급격히 줄고 고물가로 내수 침체가 더 심해질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높아졌던 미국 의존도가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을 앞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우리 경제가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또 다른 대형 악재를 만나면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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