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인터넷 뱅킹’ 이용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단기간에 다량의 예금이 유출되는 ‘디지털 뱅크런(DBR)’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당국에서도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디지털 뱅크런 상황에 대비한 새로운 유동성 지표 개발의 필요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 입출금 거래에서 인터넷뱅킹 비중은 83.8%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81.3%)보다 2.5%포인트(p)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서 인터넷 뱅킹이란 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인터넷 뱅킹 비중은 통계 작성 첫해인 2005년 1분기 16.5%로 이후 꾸준히 커졌다. 지난 2018년 3분기 52.1%로 50%를 처음 넘겼고, 2019년 4분기 60%, 2021년 1분기 70%, 지난 2023년 2분기 80%를 잇달아 돌파했다.
반면, 대면 거래의 경우 지난해 3분기 3.6%로 1년 새 0.5%포인트 줄었다. 대면 거래 비중은 2005년 1분기 26.9% 이후 매년 감소했다.
이렇게 온라인을 통한 은행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뱅크런’이 주요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뱅크런이란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에 따라 온라인에서 단기간에 자금이 인출되는 현상이다. 기존 지점 중심의 대면 거래에서 발생한 뱅크런에 비해 규모와 속도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2~3일 안에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예금인출 사태다. 당시 SVB의 총자산은 2120억 달러(약 303조5000억원)에 달했다. 2022년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자금 조달 부담에 기업자금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다음해 3월 9일 하루만에 400억 달러의 자금이 인출됐고, 이틀 동안 전체 예금의 85%가 유출됐다. 결국 SVB 그룹은 48시간 만에 파산했다.
국내 금융당국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디지털 뱅크런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11월부터 은행과 저축은행에 ‘예수금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예수금 데이터를 실시간 단위로 자동 전송받아 예수금 변동 확대 등 이상징후 감지 시 신속·적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다.
예금보험공사도 디지털뱅크런 등 새로운 상황을 반영해 ‘차등보험료율제’를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차등보험료율제란 금융사의 건전성 등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제도다. 이번 개선안에는 디지털뱅크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평가 기준에서 유동성 배점은 확대하고, 자본적정성·자본건전성은 높은 상관관계 등을 고려해 수익성 배점은 축소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예보는 현재 관련 내용에 대해 업권별로 의견을 듣고 있다. 이르면 2월 말께 개선안을 결정할 전망이다.
이에 더해 당국에서는 추가로 디지털 뱅크런에 대비할 수 있는 유동성 지표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뱅크런 상황을 가정하고 위기가 닥쳤을 때 필요한 유동성 수준을 반영한 스트레스 유동성 지표를 만드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를 통해 은행들의 고유동성 자산을 확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지표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글로벌 차원의 논의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뱅크런은 유동성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는 앞서 도입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모니터링 추이를 보고 상황에 따라 유동성 관리 틀을 개선할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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