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값이 하락하는 이른바 ‘엔저’가 장기화하면서 일본 직구가 늘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 쇼핑을 통한 일본 상품 직접구매액은 1201억73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약 928억5000만원)보다 29.1% 증가했다. 2021년 1분기(729억4300만원)와 비교하면 64.7%나 증가한 수치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1252억8900만원)에 이어 2분기 연속 1200억원대 규모다.
이는 엔저로 인해 일본 현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더 싼 가격에 일본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한국에서 30만원 넘는 일본 유명 디자이너 여성복을 일본 직구를 통해 10만원에 샀다'는 등의 내용이 주요 일본 직구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한다.
실제 엔화 평균 환율(우리은행 매매기준율)을 보면 2021년 1분기 100엔당 1046.82원에서 지난해 1분기 1033.36원으로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는 1000원 선 아래로 떨어지며 968.11원을 기록했다. 엔화 낙폭에 비례해 직구 규모가 커진 셈이다.
일본 직구 상품의 인기는 국내 이커머스에서도 확인된다. G마켓의 일본 직구 상품 매출 데이터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스포츠 의류ㆍ운동화 등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7% 증가했고, 디지털ㆍ가전(100%), 명품(75%), 주얼리ㆍ시계(35% ) 등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G마켓 관계자는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아 엔저의 체감 효과가 큰 명품이나 디지털ㆍ가전의 매출이 크게 늘었고, 코로나19 이후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스포츠 의류ㆍ운동화 카테고리도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오사카 등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탑승수속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연합뉴스]
엔화 환율이 900원대 초반(우리은행 매매기준율 918.43원)까지 급락한 6월 들어 신장률은 더 가팔랐다. 위메프가 6월 1∼29일 기준 일본 직구 상품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달 대비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165% 증가한 것을 비롯해 식품ㆍ건강(140%), 유ㆍ아동 90%, 디지털ㆍ가전 75% 등을 기록했다. 상위 10위권 안에 든 품목은 헌터 레인부츠, 오리히로 곤약젤리, 시세이도 센카 클렌징폼, 비오레 선크림, 아사히 맥주 효모 비타민 등으로 다양했다.
티몬도 6월 일본 직구 상품 매출이 지난 2월 대비 57%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티몬은 이러한 추세에 맞춰 지난달 초 일본 직구 상품 전문관까지 개설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화하는 엔저 현상으로 일본 제품의 가격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점이 부각되면서 직구 상품을 이용하는 저변도 한층 넓어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