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교외지역의 주택판매 간판 /사진=October 27, 2010.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래 최저치 수준을 나타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증시 투자자들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금리동결로 예상하면서 지수 랠리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증시 상승세에 피로감과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월스트리트가 AI(인공지능) 이슈를 과장했고 조만간 이 석연찮은 랠리도 경기침체의 본격화와 함께 끝이 날 거란 전망을 내놓는다.
13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145.79포인트(0.43%) 상승한 34,212.12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30.08포인트(0.69%) 오른 4,369.01에 마감했다. 나스닥은 111.4포인트(0.83%) 상승해 지수는 13,573.32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고용통계국(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따르면 5월 CPI는 지난해에 비해 4.0%, 전월과 비교해서는 0.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며 전년비 4% 상승은 2년래 최저치 수준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목표치인 2%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이른바 '사정권'으로 물가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5월 상승률에 가장 변수가 된 항목은 여전히 주택(Shelter) 지수였다. 그 다음은 중고차 및 트럭에 대한 지수가 차지했다. 5월 식품 지수는 0.2% 상승했고, 밥상 물가는 0.1% 올랐지만 외식 물가는 0.5% 올랐다. 물가를 잡은 것은 에너지 가격 하락인데 5월에 무려 3.6% 하락하면서 물가를 끌어내렸다.
연준 '매파적 금리동결' 예상…6월 스킵 7월 하이크
파월 의장인플레이션이 고개를 숙였지만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근원 CPI가 아직 5%를 초과하고 있어서다. 특히 주택가격이 0.6% 상승해 헤드라인 CPI 수치를 높인 것도 부담이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대기수요가 많은데 비해 건자재 가격상승과 인건비 폭등으로 인해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미국에서도 30~40세대의 주택수요가 교외지역(Suburban)에서 줄지 않지만 건설사들이 공급을 미루면서 3~4년 전과 비교해 공급량은 반토막이 난 상태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19 발현기에 절정을 이뤘던 주택 가격이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1~2년째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14일 FOMC(공개시장위원회)를 끝내고 금리결정을 발표해야 하는 연준으로서는 사실 애매한 상황이다. 근원 CPI를 근거로 금리를 다시 올리자니 금융권 부담이 너무 크다. 제롬 파월 의장도 지난달 19일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인상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며 동결 가능성을 암시했다. 지방은행 등의 위기로 인해 자금경색이 심화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불거지는 상황이라 무턱대고 물가를 이유로 금리를 계속 올리기란 어려운 지경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런 맥락에서 연준이 내일 이른바 '매파적 금리동결'에 나설거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10차례 금리인상을 끝내고 6월에 금리동결을 발표하되 보고서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하반기 금리인상 추가 가능성을 암시하는 수준에서 대응할 거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6월 '스킵(Skip)', 7월 '하이크(Hike)'란 예상도 나온다. 6월엔 동결하지만 7월에 25bp나 50bp를 다시 올려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설거란 관측이다. CME그룹 페트와치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의 99%는 Fed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월스트리트가 AI를 과장한다"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임세영 기자 =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베네시안 엑스포에서 리사 수 AMD 회장이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3.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뉴욕증시는 이른바 AI(인공지능) 랠리로 올초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르고 있다. AI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세상을 변화시킬 특이점이라며 빅테크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정부 사학연금(California State Teachers Retirement System) CIO인 크리스토퍼 아일만은 "인공지능에 대한 월가의 광고가 과장되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일만은 "올해 시장랠리는 단지 몇 개의 메가캡 기술주 이름에 너무 집중돼 있어 어쩌면 더는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시장이 얼마나 협소한지 매우 우려되고, 특히 빅테크가 지나치게 상승한 것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랠리가 언제까지 지속될 건가에 대한 걱정도 상당하다. 울프리서치는 "이번주 S&P 500이 이번 주 새로운 13개월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랠리는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올해의 최고가는 어쩌면 고전적인 약세장 랠리였으며 인플레이션은 끈끈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기에 연준은 고금리를 더 유지할 것이며 경기침체는 결국 올해 말에 닥칠 것"이라고 기존 태도를 견지했다.
BTIG의 기술 전략가 조나단 크린스키의 주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크린스키는 "기술주와 성장주의 랠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패턴이 지난해와 거의 반대이며 2022년 FOMC 회의에서 본 6월 중순 저점이 올해 6월 중순 정점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빅테크들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AI 수혜주로 꼽히는 반도체기업 엔비디아는 이날 3.9% 상승하며 종가(410.22달러) 기준으로도 시총 1조달러를 넘었다. 반도체 기업 최초다.
테슬라는 이날 3.55% 상승해 주당 258.71달러를 기록했다. 무려 13일 연속 상승으로 사상 최장 기록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2주간 52주 신고가를 써가면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빅테크의 상승이 그간 소외됐던 다른 종목들의 반등을 이끌고는 있지만 이들의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쇠퇴하고 있어 주가가 무한정 오르기는 어려울 거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