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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전국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율은 26.7%로 지난해 1분기 23.5%보다 3.2%포인트(p) 늘었다. 4가구 중 1가구 이상은 적자 살림을 꾸리는 셈이다.
이 중 소득 최하위 계층인 1분위(소득 하위 20%)의 적자 가구 비율은 62.3%로 1년 전(57.2%)보다 5.1%p 증가했다. 이는 전 분기 통틀어 2019년(65.3%)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적자 가구 비율은 소득에서 조세,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 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즉 버는 돈에 비해 쓴 돈이 더 많은 가구를 의미한다. 고물가 영향으로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5만4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4.7% 증가하는 동안 소비는 11.5%나 늘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월 5.2%, 2월 4.8%, 3월 4.2%를 기록하는 등 고물가 흐름 탓에 지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제자리인 반면 실질 소비지출은 6.4% 늘었다.
고물가의 영향은 저소득층에 더 가혹했다. 1분위 가구가 올해 1분기 벌어들인 월평균 소득은 107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3.2% 증가했지만, 실질소득 기준으로는 월 소득이 오히려 1.5% 감소했다. 고용 호조에도 불구하고 임시·일용직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실질 근로소득이 전년보다 6.0%나 쪼그라들면서다.
반면 월평균 소비지출은 13.7%나 늘었다. 실질 소비지출 기준으로도 8.6% 증가했다. 주로 주거·수도·광열(23.1%), 식료품·비주류 음료(19.0%), 보건(13.9%) 등 필수 지출 위주로 비중이 컸다.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은 85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하지만 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크게 늘면서 월평균 46만1000원의 적자(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 살림을 꾸렸다. 이는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금액이다.
고물가에 지출이 크게 늘면서 적자 가구 비중은 3분위를 제외한 대부분 소득계층에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3분위 적자 가구 비중은 18.2%로 전년보다 0.2%p 줄었지만, 2분위(소득 하위 40%)는 28.0%로 1년 전보다 1.3%p 늘었다. 4분위(소득 상위 40%)는 12.5%에서 16.0%로, 5분위(소득 상위 20%)는 7.0%에서 8.8%로 상승했다. 1분위 적자 가구 비중이 5분위보다 7배 이상 높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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