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외면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우량 회사의 채권에 몰려들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투자자들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나 존슨앤존슨(J&J)과 같은 미국의 일류 회사 채권을 안전한 피난처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날 기준 8월 6일 만기 MS 회사채 금리는 4.64%로 8월 8일 만기 미 국채금리(4.997%)보다 낮다. 11월 15일 만기인 J&J 회사채 금리는 3.73%를 기록해 11월 2일 만기 미 국채금리(5.127%)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J&J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17일(4.194%)보다 더 하락했으나 비슷한 만기의 미 국채금리는 같은기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채권 금리가 떨어졌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결국 투자자들이 미 단기 국채보다 MS와 존슨앤존슨의 회사채를 더 안전하다고 믿고 있다는 얘기다. MS와 J&J모두 미국 신용평가사 S&P글로벌로부터 최고 신용 등급인 ‘AAA’를 받은 우량 기업이다. 미국 국가 신용등급은 이보다 낮은 ‘AA+’다.
투자자들이 우량 회사채에 몰려든 배경은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 우려다. 평상시에는 신용 등급 ‘AAA’를 받은 우량 기업의 회사채도 미국 국채보다 금리가 높다. 기축통화국이자 세계 최고의 경제패권국인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는 일을 상상하기 어려워서다. 그러나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백악관과 공화당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자 투자자들은 디폴트 가능성을 점점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매트 브릴 인베스코 미국 투자 등급 신용 책임자는 WSJ에 “미국 정부가 채무를 제 때 갚을 능력은 있지만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투자자들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한도 증액 협상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날 백악관과 공화당은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현재 양측은 부채한도 증액 시 적용할 연방정부 지출 확대 제한 조치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공화당은 정부 지출에 1%의 증가 한도를 부과하는 기한을 6년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백악관은 ‘1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공화당이 정부 지출 1% 증액 한도를 10년간 부과하는 원안을 고수하면 미국 경제에 대량 실업을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자체 분석 모델을 통해 공화당의 원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최대 57만 개 일자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같은 대규모 실업은 2024년 하반기에 나타나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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