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순대외금융자산이 지난 1분기 773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다.
거주자의 증권투자 등 대외금융자산이 불어난 속도가 외국인 증권투자 등 대외금융부채의 증가 속도를 눌렀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국이 보유한 순대외금융자산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정도에 가까워졌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을 보면 지난 1~3월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 잔액은 7730억달러로 지난해 말(7713억달러)에 비해 17억달러 늘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거주자의 해외투자)에서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를 뺀 값을 의미한다. 대외금융자산은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서 사들인 금융상품이나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직접투자를 한 금액을 뜻하며, 대외금융부채는 그 반대의 경우다.
이 중 대외금융자산 규모는 2조2004억달러로 한 분기 만에 317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난 것은 거주자의 증권투자와 직접투자가 활발해졌기 때문이었다.
내국인·기업 등 거주자의 증권투자는 거래요인(92억달러)과 비거래요인(275억달러)이 모두 늘어나며 전분기 말에 비해 367억달러 증가했다. 거주자의 직접투자는 지분투자(10% 이상의 의결권 보유·156억달러)가 늘어난 여파로 162억달러 증가했다.
여기서 거래요인이란 매매나 대출 차입 등 실제 경제적 거래를 통해 자산·부채의 변동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비거래요인은 환율이나 주가 변동 등에 따른 자산·부채의 평가손익을 가리킨다.
대외금융부채도 늘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1조4274억달러로, 주로 외국인의 증권투자를 중심으로 300억달러 증가했다.
외국인 증권투자를 우선 거래요인만 살펴보면, 지분증권 투자를 58억달러 늘린 반면 부채성증권 투자는 23억달러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비거래요인이 339억달러 크게 늘면서 전체적으로 전분기 말 대비 374억달러 증가했다.
이 밖에 외국인의 기타투자(+64억달러)는 늘었지만 직접투자(-19억달러)와 파생금융상품 투자(-119억달러)가 줄었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외금융자산이 대외금융부채보다 더 많이 늘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했다"며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GDP 1조6643억달러의 46% 정도를 순대외금융자산으로 가진 셈"이라고 말했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증권투자 강세에 '비거래요인'도 많이 작용한 것은 올초 주가와 환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주요국 주가 변동을 살펴보면 미국 나스닥이 16.8%, 유로스톡스가 13.7%, 일본 닛케이가 7.5%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순대외자산국 지위를 유지 중이다.
(한은 제공)
대외 건전성 지표인 순대외채권은 1분기 3562억달러로 전분기보다 2억달러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외채무가 3억달러 줄어드는 동안 대외채권이 5억달러 더 많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대외채권·채무란 대외금융자산·부채에서 가격이 확정되지 않은 지분·주식(펀드포함)·파생금융상품을 제외한 값이다. 즉 가치가 유동적인 주식 등을 빼고 현 시점에서 규모가 확정된 대외자산과 부채만 골라낸 결과다.
1분기 대외채권(1조212억달러)의 경우 외환보유액은 전분기 대비 증가(+29억달러)했으나 은행의 단기 현금·예금이 감소(-76억달러)했다.
대외채권을 만기별로 살펴보면 장기채권(+42억달러)이 늘었지만 만기 1년 이하 단기채권(-47억달러)이 더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1분기 대외채무(6650억달러)의 경우 단기외채(+72억달러)가 증가하고 장기외채(-75억달러)는 감소했다.
부문별로는 정부(-29억달러)와 중앙은행(-13억달러)에서 외채가 감소한 반면 은행(+11억달러)과 기타부문(비은행권·공공·민간기업, +27억달러)에서는 외채를 늘렸다.
유 팀장은 "단기외채는 주로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을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 2월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달러를 꿔와서 국내 채권에 투자하면 손실을 봤는데, 이 상황이 3월부터 바뀌자(일시적인 차익 거래 유인 확대) 외환 지점의 차입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우리나라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단기외채비중(단기외채/대외채무)은 26.1%로 전분기 말보다 1.1%p 오르며 악화했다.
또 다른 외채 건전성 지표인 단기외채비율(단기외채/준비자산)도 40.8%로 1.4%p 상승했다.
두 지표 모두 3분기 만의 상승 전환이다.
외채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악화했음에도 정부와 한은은 우리나라의 대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외채 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단기외채비중은 1분기 기준 2016년 이후 가장 낮고 단기외채비율도 여전히 과거 금융위기 당시 수준(2008년 3분기 78.4%)을 크게 하회한다"고 주장했다.
유 팀장도 "단기외채비율은 금융위기 때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 2분기 42.3%, 3분기 41.1%에 비해서도 낮다"며 "단기외채비중도 직전 10년 평균 28.1%을 밑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GDP의 40% 이상을 순대외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순대외자산국 지위를 2014년부터 유지하고 있다"며 "외환보유액도 세계 9위 수준인 상황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과 외채 건전성 측면에서의 대외 건전성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기재부 제공)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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