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원전 100분의 1 크기인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새로운 수출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미국 기업 간 MOU(업무협약), 원전 생태계 복원 등을 거치면서 '미래형 원전' SMR의 몸값이 높아졌다. 다만 상용화까진 갈 길이 남은 만큼 개발 속도와 경제성이 관건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SMR 사업화는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국빈방문 기간이던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행사의 핵심은 SMR이었다. SK이노베이션·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참여한 MOU만 3건 체결됐다. 양국 기업이 함께 사업 추진, 수출 확대 등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지난 4일 경북 울진군은 민간 발전사인 GS에너지와 MOU를 맺었다. 두 곳이 손을 잡고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내 미국 뉴스케일파워 SMR 도입 검토 등에 나서기로 했다. 8일 국회에선 SMR 파운드리 구축을 다룬 여당발(發) 토론회도 열렸다.

원전 업계선 아프리카처럼 대규모 전력 공급이 어려운 지역, 제철 등 특정 공정에 전력이 필요한 기업, 원전 건설 부담이 큰 선진국 등에 SMR이 다양하게 쓰일 것으로 본다. 향후 들어설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전력 공급용으로 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측과 맺은 MOU 후속 작업도 직접 챙길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수력원자력·SK이노베이션이 참여한 MOU는 미국 테라파워 측과 1년간 협상을 거쳐 사업 참여 범위, 지분 투자 등을 결정하는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탈원전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는 국내 기업들도 SMR 관련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15일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착수식을 가진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외에 내년 미국발(發) SMR 수주 물량도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SMR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추가 공장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형 모델의 빠른 개발과 제도화 여부도 수출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문주현 교수는 "정부에서 대형 원전처럼 SMR도 빨리 인허가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 처음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꾸준한 R&D(연구개발) 지원 등이 이뤄져야 경쟁국들을 역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의 SMR 제3국 수출 공동 추진, 연료 공급망 공동 구축 등을 내세웠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이 SMR을 중심으로 동맹국과 협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우리도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액션플랜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탈원전을 거치면서 공급망 타격이 컸지만 여전히 원전 업계의 경쟁력이 살아있다. 미국 기업들과 SMR 협력에 나서는 한편, 미래의 원전 수출 상품군을 추가한다는 측면에서 독자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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