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면서 계속해서 각광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ESG 투자에 '진심'인 VC들의 전략과 포트폴리오사들을 알아봤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가이드라인을 담은 'ESG 벤처투자 대응방안'을 배포했다. 121쪽 분량의 이 가이드라인에는 ESG 투자의 개념부터 국내외 동향,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이 담겼다. VC협회는 이 문서에서 "진정성 없는 형식상의 ESG 투자는 의미없는 비용만 추가적으로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 출자자들에 ESG 평가 요소에 대한 VC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생태계를 공동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해 'ESG 벤처투자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VC들은 ESG 가치에 반하는 회사를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을 도입하고, ESG 투자 검토 회사의 리스크 분석을 위한 점검표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벤처투자는 유웅환 대표가 취임한 이후 ESG 경영 조직을 신설하는 등 이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유 대표는 SK텔레콤에서 ESG혁신그룹장을 맡은 바 있다.
VC협회와 모태펀드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정도로 벤처투자업계에서 ESG 투자는 '뉴 노멀'이 됐다.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기업에 돈을 투자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임팩트 투자'가 각광받고 있다. 운용사들은 임팩트 투자 전문 펀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또 자체적으로 ESG 투자 심사 기준을 만들거나 관련 조직을 정비하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ESG 기준 잇따라 내놓는 VC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ESG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운용사로 꼽힌다. 2021년부터 투자심의위원회에 상정된 기업의 사업 내용이 환경·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있다. 평가 모형은 글로벌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를 준용해 자체 개발했다. 기업의 사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회사의 투자 철학인 ‘지속가능한 시장과 더 나은 미래’와 부합하는 정도를 점수화한 뒤 이를 등급 체계로 만드는 것이 평가 모형의 주요 골자다.
지난해 말엔 창사 이후 최초로 ESG 투자 전용 펀드를 만들었다. 2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이 펀드엔 모태펀드가 100억원을 출자했다. 모태펀드가 ESG 펀드에 출자한 최초 사례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ESG 펀드로 투자를 검토하는 경우 창업자는 물론 C레벨 등 임원을 인터뷰해 ESG 수준과 발전 가능성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며 "투자 이후 사후 관리 측면에서도 ESG 전문 기관으로부터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매년 임팩트 투자 현황과 방향성을 담은 보고서인 '임팩트 리포트'도 발간한다. 리포트를 통해 ESG 관련 가치를 사업에 내재화해 높은 점수를 받은 포트폴리오 회사들을 소개하고 있다. 음식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 회사 누비랩, 폐2차전지 분리막을 소재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가진 라잇루트,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 스마트팜 회사 퓨처커넥트 등 21개사가 지난해 임팩트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포트폴리오사로 꼽혔다.
스타스테크가 불가사리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 제설제
기술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ESG 경영에 나선 스타트업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기존 산업에 기술을 접목하면 '친환경'과 같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고 있다. 불가사리를 활용해 제설제를 만드는 스타스테크, 탄소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그리너리, 정전기력을 활용해 공기질을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이서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 회사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GS에너지와 손잡고 매년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친환경 에너지 활용, 탄소 포집 기술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 역시 ESG 관련 포트폴리오를 대거 보유한 VC다. 배터리 진단 솔루션을 기반으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가진 민테크, 다크웹 내 데이터를 추적해 사이버 보안에 기여하는 기술을 보유한 에스투더블유 등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회사에 투자했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일찌감치 사회적기업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벤처펀드들을 만들었고, 이 중 1호 펀드는 내부수익률(IRR) 12.6%를 거두며 청산을 완료하기도 했다.
ESG 전문 기관과의 협업도 이어진다. 예를 들어 신한벤처투자는 국내 3대 ESG 평가기관 중 하나인 서스틴베스트는 컨설팅 계약을 맺고 자체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위벤처스 역시 서스틴베스트와 함께 투자 기업들의 ESG를 평가하고 자문을 받는다. 2021년 심사역 전원이 서스틴베스트가 주관하는 ESG 관련 교육을 이수한 바 있다.
임팩트 투자 전문 VC도 활약
임팩트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VC도 사세를 넓히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소풍벤처스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100여 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농부들을 위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농사펀드, 청각장애인을 위한 AI 문자 통역 서비스를 내놓은 소리를보는통로, 음식 업사이클 스타트업 리하베스트 등이 피투자회사다.
소풍벤처스의 차별점은 정기적으로 여는 다양한 부대행사에 있다. 기후 기술 분야의 시의성 있는 주제로 산업 동향과 유망 스타트업 사례를 소개하는 '월간클라이밋', 기후 기술 분야 창업가와 전문가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킹 행사인 '클라이밋테크 스타트업 서밋' 등이 대표적이다. 또 ESG 기반 창업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글로벌 유니콘기업 케이스스터디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특강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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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닝파트너스는 설립 2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운용자산(AUM) 1600억원대의 중형급 VC로 발돋움했다. 4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기후·환경 관련, 3분의1은 여성창업기업일 정도로 임팩트 투자에 '진심'인 편이다. 발달장애 아동용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루먼랩, 메탄가스를 활용해 플라스택 대체 소재를 만드는 망고머티리얼, 탄소 나노튜브 기반 소부장 스타트업 어썸레이 등에 베팅했다.
인비저닝파트너스는 비슷한 임팩트 VC인 옐로우독을 이끌던 제현주 대표와 주요 투자인력이 모여 2021년 출범했다. 김용현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밖에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현대가 3세’ 정경선 씨가 세운 HG이니셔티브 등이 국내 주요 임팩트 투자 전문 VC다.
해외에선 지난달 미국과 유럽 23개 VC가 모인 '벤처기후연합(VCA)'이 출범하기도 했다. 각 회원사들은 203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고 2050년까지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탄소배출량도 '0'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업계에서는 벤처투자에 ESG를 고려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것이 VC들의 수익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운용 기간이 7년 이상으로 긴 벤처펀드의 특성상 피투자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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