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3. 03. 31
구조론은 구조학이다. 수학은 수를 사용하고 구조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 다섯 개의 구조를 사용한다.
수학은 어떤 둘을 연결한다. 구조는 둘 사이에서 변화를 결정한다.
수학은 원인측 변화 사이에서 결과측 정지해 있는 값을 구한다. 구조학은 반대로 원인측 움직임을 구한다.
수학은 둘이 만나는 하나를 찾고 구조학은 하나를 이루는 둘을 찾는다.
수학은 좌표의 X축과 Y축 사이에서 P를 구한다. 6와 6 사이에서 36을 구한다. 구조학은 36을 가지고 대칭을 추적하여 6과 6을 구한다.
구조론이 구조주의와 연결되는 철학이라면 구조학은 수학과 연결되는 과학이다. 과학은 인간과 직접 연결된다. 수학은 인간과 상관없이 객체 자체의 질서를 따르지만 관찰자가 있으므로 간접 연결된다. 구조론은 순수하게 객체 자체의 내적인 질서를 따른다.
물리학은 인간이 개입하여 물질을 쪼갠다. 수학은 물질을 쪼개지 않고 자로 잰다. 그 과정에 접촉한다. 구조학은 대칭을 고리로 객체 내부의 원인에 의한 자발적 변화를 추적한다.
수학은 관찰자 입장을 따르고 구조는 객체 자체의 논리를 따른다. 수학은 변화의 결과측을 해석하고 구조학은 원인측을 해석한다.
수학은 자연과 인간의 만남이 원인을 이루고 값이라는 결과를 얻는다. 구조학은 인간과 상관없이 객체 내부의 만남을 추적한다.
지식은 존재와 인식과 생각이 있다. 존재는 인간과 상관없이 존재한다. 인식은 인간이라는 스크린에 비춰진 존재의 그림자다. 생각은 그림자를 해석한다.
인식은 분해와 조립과 작동이다. 자연의 존재를 분해하여 인간의 뇌 안에서 재구성하는 것이 조립이다. 작동은 에너지를 투입하여 변화를 끌어낸다.
존재는 분해되고, 인식은 조립되고, 생각은 작동된다. 그것은 다른 것이다. 분해와 조립과 작동을 갖추어야 지식은 완성된다. 과학은 존재를 분해하고 수학은 인식을 조립하고 구조학이 생각을 작동한다.
과학과 수학이 사물에 관한 접근이라면 구조학은 사건에 대한 접근이다. 사물은 분해되어 죽은 것이고 사건은 살아서 작동하는 것이다. 사물에 에너지를 태우면 사건이 된다.
사물은 방대하지만 사건은 많지 않다. 죽는 길과 사는 길 중에서 사는 길만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이 옮겨붙는 길과 꺼지는 길 중에서 옮겨붙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선택지가 좁아진다. 서너번 체로 걸러버리면 남는게 없다. 결국 모두 한 곳으로 모이게 된다. 등산객은 정상으로 모이고 물은 바다로 모인다.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길은 봉쇄되었기 때문이다. 불이 꺼지는 길과 사는 길 중에서 다섯 번만 사는 길을 선택하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있게 된다. 인간은 구조에 떠밀린다. 구조에 휩쓸린다. 구조에 빠진다. 코너에 몰린다.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구조론연구소 김동렬 2023. 03. 30
고구려 영류왕이 소극적인 대당정책을 펼치다가 연개소문에게 살해된 것이나 광해군이 여진족의 도발에 소극적인 대응을 하다가 인조반정을 당한 것이나 패턴이 같다. 친일파들은 실용주의 외교를 잘 하면 살아날 수 있다고 생주장하지만 보통은 내부에서 무너진다.
꼼수를 쓰다가 체면을 구기면 신하가 따르지 않아 자멸한다. 백제 의자왕은 웅진성에서 싸워볼만 했는데 부하 예식진의 반역으로 멸망했다. 이후 백제부흥군도 내부분열로 자멸했다. 우리가 순진하게 생각한다. 백제부흥군이 일치단결하면 되잖아. 그게 되겠는가?
역사공부 안 한 사람이 그런 생각 한다. 무너질 것은 무너진다. 백선엽 군대가 다부동으로 패주하자 미군이 따졌다. 국군은 왜 싸우지 않느냐? 백선엽의 말이 이렇다. 우리 병사들은 사흘을 굶었다. 밥을 안 주는데 어떻게 싸우냐? 항상 물리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우리는 일본이 멍청해서 미국과 전쟁을 했다고 믿지만 착각이다. 도조 히데키와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원래 전쟁에 반대하던 인물이었다. 이들이 전쟁을 주도한 것은 총리가 연이어 살해되는 분위기에 살해되지 않으려고 발악한 것이다. 당시 일본은 무너져 있었다.
전쟁하지 않고 일본 내부를 추스르는 방법은 없었다. 일본은 먼저 개발된 남쪽의 초슈와 사츠마가 권력을 쥐고 있었는데 북쪽의 가난뱅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대거 군에 입대했다. 월급은 형편없었다. 이들이 왕을 내세워 쿠데타를 감행하고 총리를 살해한 것이다.
우리는 히틀러와 스탈린이 멍청해서 참패했다고 생각하지만 멍청하면 그 위치에까지 올라가지도 못한다. 스탈린이 재빨리 후퇴를 명령했으면? 소련군은 그대로 모스크바로 밀고 들어왔을 것이다. 위화도 회군이다. 내분으로 자멸하는 것이다. 베트남이 왜 망했나?
군대를 재배치하다 망했다. 호치민은 미군이 철수해도 남베트남이 3년은 버틸 것이라고 봤는데 3개월 만에 무너졌다. 군대는 이동하면 안 된다. 미군철수 후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어이없는 패주도 그렇다. ISIS와 싸우는 이라크 모술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군대는 한 부대가 움직이면 전부 이동하고 그 결과는 대멸망이다. 영류왕의 소극적인 행보, 광해군의 굴욕적인 행보가 남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있었던 일이 되풀이 된 것이다. 일본은 그걸 알기 때문에 미국과의 전쟁을 선택했고 그래도 역시 멸망.
스탈린이 질서있는 후퇴를 지시했으면 500만이 독일군 포로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소련은 무너졌다. 무장한 500만 병력이 모스크바로 몰려온다? 그게 반란이다. 물론 스탈린이 유능하면 김홍일 장군처럼 한강 방어선에서 수습하지만 김홍일은 특별히 뛰어난 것이다.
보통은 그 경우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 내분으로 자멸한다. 백선엽이 부대를 해산하고 한강 남쪽에서 만나자고 하면? 병사들은 아 대장이 빨갱이였구나. 인민군에 가담하라는 말이네. 이렇게 해석해 버린다. 김홍일 장군 아니었으면 국군은 대거 인민군복 입었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초반에 굽히면 끝까지 밀린다. 그걸 모르는 등신들이 실리외교 따위 개소리 하는 것이다. 물론 일본과 소련과 독일은 조금도 안 밀리려고 버티다가 처참하게 망했다. 그래도 소련이 살아남은 것은 버텼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왜 학살했는가?
그런 재앙적 사태를 막는다고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것이다. 히틀러가 질서 있는 후퇴를 명령했으면 외교가 무너져서 동맹국이 모두 이탈했다. 히틀러 입장에서는 전투의 승리보다 동맹의 유지가 중요했다. 나름대로는 최선의 방책이며 그럴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미군은 한반도를 버리는 후퇴계획을 세워놓고 국군에는 알려주지 않았다, 기밀이 누설되는 즉시 국군이 인민군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국군 몇 개 사단만 총부리를 거꾸로 돌리면 그대로 끝이다. 본질을 봐야 한다. 베트남이 망한 것은 토지개혁 실패 때문이었다.
한국은 이승만의 토지개혁 덕분에 망하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 물러설 수 없는 물리학적인 이유가 있다. 물질과 물질의 대결이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은 심유경 방식의 꼼수를 쓰면 되는데 왜 그랬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런 꼼수는 대국의 체면을 까뭉갠다.
자멸의 지름길이다. 명나라도 원숭환과 모문룡의 내분 때문에 망했다. 오삼계의 반역으로 망했다. 단합하면 되잖아? 안 된다. 구조적인 이유다. 신라는 골품제도 덕분에 분열이 덜했고 백제와 고구려는 귀족들 사이에 무수히 반란이 일어났다. 반란횟수를 세어보라.
우리는 푸틴이 미쳐서 전쟁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역시 나쁜 구조에 갇혀 있다. 이틀만에 우크라이나를 정복해야 했는데 발을 뺄 수 없는 구조에 갇혀버린 것이다. 김일성도 서울만 점령하고 있으면 박헌영 장담대로 남한에서 봉기가 일어날줄 알았다가 망했다.
박헌영이 지하선거를 해서 대의원을 자기사람으로 뽑아놓고 북한을 접수할 태세였기 때문에 김일성은 남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련이 남한의 지하선거를 국제사회에 크게 선전해서 그걸 부정할 수도 없고. 가만 있었으면 박헌영이 먹거나 연안파가 먹었을 거다.
물론 천재는 그 경우에도 답을 찾는다. 김일성, 스탈린, 히틀러, 윤석열, 도조 히데키, 이승만 모두 천재가 아니었을 뿐 평균은 하는 사람이다. 멍청하게 삽질한 게 아니라 나쁜 구조에 말려 있었던 것이다. 허우적 대며 거대한 역사의 에너지 흐름에 휩쓸려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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