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세계의 빵 바구니’라고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밀, 보리 및 기타 곡물 수출이 감소하면서 흑해 지역의 저렴한 식량 공급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중동 및 아시아 일부 지역의 식량난이 제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과 튀르키예 등 4자가 관여하는 이스탄불항 합동선박검사소는 1월 흑해항에서 선적된 뒤 이스탄불항 검사를 통과해 여러 나라로 수출된 우크라 곡물이 300만t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의 370만t 대비 70만t이 줄었으며, 2월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0만t은 케냐와 소말리아의 한 달치 식량 소비량에 해당한다.
세계적인 곡물 수출국이었던 우크라는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흑해 봉쇄로 지난해 2월 말부터 5개월 동안 항구수출이 중지됐다가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가 성사되며 지난해 7월부터 오데사 등 3개항의 곡물 수출이 재개됐다. 4자 합동 합동선박검사소는 무기 없이 농산물만 운반하도록 보장하는 곳이다.
문제는 갈수록 검사소 통과량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하루 검사필 선박이 평균 10.6척이었으나 2월에는 6척을 기록했다. 검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해상보안청은 1월보다 50% 늘어난 152척의 선박이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슬란 사하우트디노프 JCC 우크라이나 대표단 단장은 “이번 달 선박들은 참가 신청을 하고 검사를 받기까지 평균 28일을 기다리고 있다”며 “1월보다도 일주일이 더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사아의 고의적인 검사 지연을 지목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올렉산드르 쿠브라코프 인프라 장관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성명을 내고 러시아 사찰단이 수개월 동안 “조직적으로 선박 검사를 지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자국에서 대규모 밀 수확 후 이를 팔기 위해 우크라이나 곡물에 대한 검사를 늦추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금융데이터 제공업체인 리피니티브의 수치를 보면 지난달 러시아 밀 수출량은 침공 전인 2022년 1월보다 2배 이상 늘어난 380만t을 기록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러시아의 밀 출하량은 11~1월에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2023년에 4400만t의 밀을 수출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이에 대해 러시아 측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프첼랴코프 유엔주재 러시아 외교사절단 대변인은 “고의적인 둔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두 나라가 선적 검사 지연 원인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동안 이미 아프리카 국가에선 식료품값 폭등이 현실화됐다.
AP는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한 빵집 사장을 인용해 밀가루 값이 136% 폭등했다고 전했다. 빵집 사장 톨루로프 필립스는 “밀가루 뿐 아니라 설탕, 디젤, 전기 가격까지 오르면서 빵 값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농업 데이터·분석업체 그로인텔리전스의 윌리엄 오스나토 선임연구원은 “나이지리아와 같이 수입식품에 의존하는 신흥국에서는 대금을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에 더욱 가격이 높게 유지하고 있다”면서 “물가는 1년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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