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한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 창구 <매경DB>
은행들의 성적표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어려운 시기에 혼자 배를 불렸다’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어요. 은행들이 도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어떻게 벌었기에 이런 비판이 나오는 걸까요?
다른 주요 금융사들도 마찬가지였어요. KB금융은 4조 4133억원, 하나금융은 3조 6275억원 우리금융은 3조 1693억원을 벌어들였어요. 하나같이 ‘사상 최고 실적’이었고요. 국내 4대 금융회사 ‘신한·KB·하나·우리’가 작년에 벌어들인 순이익만 총 16조원에 달했어요.

결국 ‘사상 최고 실적’을 만들어 낸 건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은행’들이었던 거예요. 은행들이 돈을 번 방법은 간단해요. ‘대출 이자’로 벌었죠. 특히 지난해에 대출로 많은 돈을 벌어들일 만한 이유가 있었고요.
혹시 지난해 경제 뉴스에 자주 등장했던 ‘레고랜드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각국 중앙은행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며 ‘돈 거둬들이기’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돈을 빌리기가 점점 어려워졌고, 당연히 대출 금리도 엄청나게 올라갔죠.
개인들도 대출 금리가 부담스러웠겠지만, 더 문제가 된 건 당장 사업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이었어요. 갑자기 이자도 너무 비싸지고 은행이 돈도 예전보다 적게 빌려주려고 했으니까요. 개인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대출인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가 너무 올랐을 땐 주택 구매를 미루든지 더 싼 집을 찾든지 하겠지만, 일상적으로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은 다른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요. 당장 돈이 부족하다고 직원 월급과 사무실 월세 지급을 미룰 순 없겠죠.
이런 금융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킨 게 ‘레고랜드 사태’였어요. 레고랜드를 짓는 과정에서 빚보증을 섰던 지방자치단체(강원도)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대신 못 갚겠다’고 선언해버리면서 기업들이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진 거예요.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지자체마저 경기가 안 좋다며 말을 바꾸는데, 도대체 누굴 믿고 쉽게 돈을 빌려주겠냐는 거죠.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전경 <사진 제공 = 레고랜드 코리아>
이렇게 기업들이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진 상황은 레고랜드 사태 전부터 지난해 12월쯤까지 계속됐고, 은행들은 이 상황을 기회로 삼기 위해 기업들에게 예전보다 훨씬 비싼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줬어요. 자금 조달이 급한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고요, 이렇게 기업에 비싸게 빌려준 대출로 은행들은 막대한 돈을 번 거예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예·적금 금리가 갑자기 확 올랐던 시기가 있었어요. 연 3~4%대였던 예금 금리가 11월까지 단기간에 6% 이상으로 오르고, 몇몇 은행들이 높게는 연 7~10% 수준의 예·적금을 특별 판매하기도 했어요.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새마을금고에 연 6%대 정기 예탁금 상품을 홍보하는 문구가 붙어 있다. 당시 새마을금고에서는 연 7%대 금리를 제공하는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도 출시했다. <한주형 기자>
그런데 생각보다 이 사태가 오래가지는 않았어요. 11월이 지나자 생각보다 금융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고, 우려했던 것과 달리 기업에 빌려줄 돈이 부족해지는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죠. 은행들은 ‘부족해질 줄 알고 금리 높은 예금을 많이 팔았더니, 생각보다 돈이 안 부족하네?’라고 생각할 만한 상황이 된 거예요.
그래서 은행들은 다시 예·적금 금리를 빠르게 내렸어요. 이제는 금리가 연 7~10%인 특판 예·적금은 물론 5%짜리 예금을 찾기도 힘들어졌어요.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은행은 최근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잔치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사실 이 시기에 이자 부담이 커져서 고통받은 국민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다들 힘들 때 이자 장사로 금융권만 배를 불렸다’는 따가운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은행들은 ‘예대 금리차(예대 마진)’를 이용해서 돈을 벌어요. 예금에는 연 4% 이자를 주면서, 대출해 줄 땐 6%에 빌려주는 식이죠. 이 ‘예대 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이 많이 남겨 먹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은행들은 지난해 예금 금리를 빠르게 올렸다가 다시 내릴 때, 대출 금리는 조금 덜 내리거나 천천히 내렸어요.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21년 12월과 작년 12월의 국내 은행 평균 예대 금리차(잔액 기준)를 살펴보면, 2.21%포인트에서 2.55%포인트로 더 커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실제로 은행들이 예금 금리만큼 대출 금리를 내리지 않자, 언론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어요.
은행들은 그제서야 대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어요. 은행들의 협의 기구인 은행연합회는 “예금과 대출의 만기 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해명도 내놨어요.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구조적으로 조금 더 늦게 변화한다는 설명인데, 어찌 보면 예금보다 대출 금리는 덜 내렸다고 인정한 셈이죠. 어쨌든 실제로도 대출 금리는 최근 계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요. 작년 11월에 최저금리가 6%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2월 들어 3%대 후반까지 하락했어요.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른 지난해, 이런저런 혼란을 겪은 금융 시장도 이제는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인데요. 곧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터라 당분간은 대출 금리가 안정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래요.
하지만 실제로 올해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르겠죠. 한국은행뿐 아니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의 갈림길에 서서 고민을 거듭하는 중이니까요. 올해는 금융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팍팍한 살림에 대출 이자까지 내느라 허덕이는 많은 사람들의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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