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의 일자리 정책, 노년층과 여성 가장 큰 타격 입는다
[분석] 노년층과 여성에게 가혹한 정책... 70대 여성이 민간 일자리 취업할 수 있나
"재정투입을 통한 구인난 대응에서 벗어나 노동수요와 공급간 인력수급 불일치 해소를 위해 총력 지원하겠다."
정부가 향후 5년간 일자리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구직 준비를 위한 실업급여 지원과 실업자의 생계를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직접 일자리 확대 대신, 직업훈련 혹은 고용서비스와 같이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고용노동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5대 일자리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했다.
정부는 5대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전환으로 △고용률의 총량적 관리 → 핵심타깃 고용률 집중 관리로 전환 △현금지원 → 서비스중심의 노동시장 참여촉진형 고용안전망 구축 △직접 일자리 → 민관협업·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강화 △재정투입을 통한 구인난 대응 → 인력수급 미스매치 해소에 집중 △사후적·방어적 충격대응 → 산업·인구구조 전환 등 미래대응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취약계층 대상 직접 일자리, 실업급여 대폭 축소
노동부는 이같은 패러다임 전환의 배경으로 "그간 우리나라는 현금지원, 직접 일자리 확대 등 단기 임시적인 정책처방으로 미래대응 및 민간일자리 창출기반 조성은 미흡했다"며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규제혁신, 투자확대 등 경제산업정책과 함께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취약계층의 취업 지원과 생계 유지를 위한 실업급여 등 현금 지원성 고용정책을 대폭 축소한다. 정부는 이같은 패러다임 전환의 이유로 "실업급여 수급자의 반복수급 및 의존행태"를 들었다. 취약계층이 실업급여를 수급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퇴사를 하고 실업급여에 의존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구직급여를 감액하고 대기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 주도의 직접 일자리 사업을 통폐합하거나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직접 일자리 14개 사업을 평가해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고 직접 일자리 참여자에 대해서는 민간 일자리로의 이동을 촉진하는 지원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고용장려금 사업도 17개에서 5개로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그러면서 정부는 인력수급의 불일치 해소를 위해, 단순노무인력 등에 대해서는 외국 인력의 유입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개편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기간 연장을 최대 10년에서 추가로 더 연장하고, 방문취업동포 고용허용업종 선정방식을 허가제에서 네거티브 방식(명시적 금지사항 외에는 허용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년층과 여성에게 가혹한 정책... 70대 여성이 민간 일자리 취업할 수 있나
윤석열 정부의 일자리 정책 변화로 인해 취업 취약계층인 노년층과 여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통폐합하기로 한 정부주도의 직접 일자리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 등을 의미한다. 일례로 공공형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이들은 환경 미화나 도시락 배달같은 노인 도우미, 시설물 점검 같은 일을 한다. 형편이 어려운 60살 이상 노인들을 모집해, 통상 월 30시간 노동을 하고 월 27만 원의 임금을 주는 일자리다.
이는 세금으로 직접 월급을 지급하는 '직접 일자리'로 정부가 대폭 축소를 강조한 분야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복지적 성격이 강한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적정 수준 유지"를 밝혔으나, 이미 지난해 직접 일자리 예산을 약 900억 원 줄이며 공공형 노인 일자리 6만1000개를 감소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비판이 일자, 예산안을 증액해 직접일자리를 지원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정부의 새 고용 정책은 이들에게 27만 원의 월급을 주는 대신 더 높은 임금과 고용이 안정적인 민간의 일자리로 이동시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세금 알바'라는 비판을 받는 직접 일자리 대신 더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취업훈련과 알선을 한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정부주도의 일자리 정책에 참여하는 노년층을 민간에서 채용할지 미지수다. 이 일자리 정책에 참여하는 90%이상은 70대 이상 노인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표한 <2020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통계 동향>에 따르면 공공형 노인일자리 참여자 중 60대는 6만3000여 명으로 10%에 불과하다. 반면 70대 참여자는 37만7000 명에 이르고 80대는 18만3000명에 달한다.
또한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 94%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여기에 여성 참가자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가정을 위해 일생을 헌신하고 교육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70, 80대 여성이 공공일자리의 주요 대상인 셈이다. 정부의 새 정책처럼 직업훈련 등으로 인해 이들이 처우가 좋고 안정적인 일자리로 가능성보다는, 이들의 생계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MZ세대로 인해 가치 다양화 되었는데… "장시간 노동시간 허용"이 개혁이라는 정부
정부는 또한 고용정책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체질개선을 통한 혁신성장 지원'을 꼽으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다원화된 노동시장에 적응하여 일자리 창출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과 선택에 기반한 '노동시장 법·제도 개혁'과 '일하는 문화 혁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동개혁의 배경으로 MZ세대를 강조했다. 정부는 "디지털 기술이 초래한 공정혁신, MZ세대의 노동시장 진입 본격화 등으로 일하는 방법, 문화, 가치 등이 다양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공장제 시대 획일적‧일률적 규제방식을 벗어나지 못해 근로자의 자유를 제한하고 기업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MZ세대 일하는 방법, 문화, 가치 등이 다양화되고 있지만, 노동 규제가 이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22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MZ세대 노조간부와 한 간담회에서 노동자들은 포괄임금제 폐지와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렴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노동조합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등에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개혁은 '포괄임금제 폐지', '워라벨'로 대표되는 MZ의 요구와는 결이 다르다. 정부의 노동개혁은 현재 주 5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노동시간을 주 69시간까지, 휴일수당을 받고 일하면 주 80.5시간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연장노동시간의 관리 단위를 기존 1주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가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호봉(연공) 중심 임금체계 대신 성과·직무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 '주 69시간' 정부 "30인 미만 사업장, 장시간 근로 감독서 제외")
또한 정부는 '실근무시간 단축'을 강조하며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및 이와 연계한 장기휴가, 단체휴가, 시간단위 사용 등 휴가 사용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공서 공휴일 적용 및 연차휴가 사용촉진 등에 대해 1대 1 컨설팅, 설명회 및 사업장 지도점검 시 집중 안내‧지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시간을 현재보다 늘리고 추가 노동시간은 적립했다가 대체휴가로 쓸 수있게 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계속되어왔다. 지난 1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비정규직 노동자 2명 중 1명은 현재 법적으로 보장된 유급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신자유주의적인 고용정책 기조를 표방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한마디로 '시장에서 먹고 살 길을 찾고, 준비한 사람에 한해서만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람에 따라서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 있지만, 건강이나 가구의 조건 등 취업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 정책도 이뤄져야 하는데,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시장논리와 경제논리에 따라 이같은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실업급여에 대한 부조리 문제가 지적 되었는데, 미꾸라지 몇 마리 때문에 고용보험 운영을 타이트하게 하면 정말 필요한 사람이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정부에서 고용보험과 실업급여의 문턱을 완화했던 것은 고용보험료를 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용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앞세워 제도를 타이트하게 운영하면 사각지대와 배제받는 사람이 더 많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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