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10일 앞둔 가운데 연일 물가가 '역대급'으로 인상되면서 기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주가·매출 등 경제 지표 악화로 주요 기업들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이 현실화됐지만, 보너스 시즌을 맞아 명절 비용 지출 부담을 호소하는 구성원이 크게 늘면서다. 올해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동자산을 확보해야 하는 재계의 고민도 깊어졌다.
10일 재계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이번 설 명절은 경제 상황 악화로 직장인들의 '보릿고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평균 소비자물가 지수는 5.1%로 'IMF 사태'(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고, 같은 해 11월 기준 예금은행 신규대출액 중 이자 5~7%가 적용된 대출은 48.4%였다. 이는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7% 이상의 고금리가 적용된 대출도 전체의 11.4%에 달했다.
명절 비용 지출 부담을 호소하는 직장인도 크게 늘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마트와 시장 등 22곳을 대상으로 2023년 설날 차례상 구매 비용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27만 9326원(4% 상승), 전통시장 22만 8251원(6.3% 상승)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설날 가족 용돈과 교통비, 외식·선물 비용 등을 포함하면 지난해 동월보다 큰 폭으로 지출이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주요 기업의 실적 악화로 성과급·보너스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 잇따른다.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301조 7667억원으로 '역대급' 실적을 썼다고 밝혔지만, 4분기 반도체 매출 악화로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크게 하회하는 4조 3000억원을 기록하며 빛이 바랬다. 전기 대비 60.3%, 전년 동기 대비 69%나 줄어든 수치다.
당초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47~50%에서 지급될 것으로 평가받던 초과이익성과급(OPI)도 축소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냉장고나 세탁기 등을 만드는 생활가전사업부는 실적 악화로 성과급이 지난해 4분의 1 수준인 5~7%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MX(스마트폰)사업부는 29~33%, 네트워크사업부는 22~26%, VD(TV)는 18~22%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 직원 3만명에게 월급의 10배에 달하는 돈을 지급해 '1000% 성과급'으로 이목을 끈 SK하이닉스도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성과급을 지속적으로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곽노정 사장이 직접 직원과의 대화에서 "초과이익분배금(PS) 규모는 기본급의 700% 수준은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한파로 30% 이상 보상이 줄어들고, PS에 추가로 지급되는 특별성과급도 없어진 것이다.
특히 제조업 부문 기업들의 고심이 크다. TV 등 전통적인 가전과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 등 국내 경제를 견인했던 제조업 부문의 실적 악화가 올해 이어지고, 내수 경제가 침체되면서 현금 확보가 급선무가 된 까닭이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최근 경기둔화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소비(소매판매) 감소세와 수출 감소로 제조업 경기가 악화될 전망이다.
전망대로 매출 둔화가 계속되면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자연히 추가 지출이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성과급 기준을 아직 통보하지 않은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실적은 개선됐지만 올해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도 깎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내 분위기는 설을 맞아 성과급 인상을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실제로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