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겹호재 만난 한국 OTT와 넷플릭스란 넘사벽

IT·가전·통신·과학

by 21세기 나의조국 2022. 12. 7. 13:40

본문

겹호재 만난 한국 OTT와 넷플릭스란 넘사벽

김다린 기자입력 2022. 12. 7. 10:03수정 2022. 12. 7. 13:21
 
 

 

티빙+시즌 합병으로 공룡 OTT 탄생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 시스템 마련
그럼에도 여전한 국내 OTT의 한계

정부가 글로벌 미디어 강국을 향한 야심 찬 시동을 걸었다. '오징어게임' 같은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자 세제 공제책을 지원해 수출 동력으로 삼겠다는 거다. 때마침 티빙과 시즌의 합병 법인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액셀까지 밟았다. 문제는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벽을 넘을 수 있느냐다. 더스쿠프가 한국 OTT 산업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살펴봤다.

 

정부가 글로벌 미디어 강국 도약을 위해 세제 지원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2022년 연말, 한국 OTT 산업에 경사가 겹쳤다. 일단 정부가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산업혁신 및 글로벌 전략'을 발표했다. OTT를 3대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으로 삼고 새로운 성장 엔진이자 수출 엔진으로 키우겠다는 거다.

방법론엔 국내 OTT 업계의 숙원이던 '세제 지원'을 넣었다. 그간 영화·방송 콘텐츠는 기업 규모에 따라 3~10%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았는데, OTT 업체는 대상에 빠져 있었다. OTT에 혜택을 줄 만한 법적 지위·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지난 5월 OTT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근거로 'OTT도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 대상'이란 내용을 담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여야간 이견이 크지 않아 개정안은 무난하게 통과할 전망이다.

호재는 또 있다. 시장을 주도할 새 플랫폼이 등장했다. CJ ENM의 '티빙'과 KT의 '시즌'이 지난 12월 1일부로 공식 합병했다. 티빙이 시즌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티빙 월간활성사용자 수(MAU)는 431만명이었다. 여기에 시즌의 MAU 125만명을 합치면(556만명), 웨이브 MAU(416만명)를 140만여명이나 앞선다.

 

그간 국내 기업 중에선 OTT 업계를 주도할 만한 플랫폼이 없었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토종 합병 플랫폼'의 등장이 시장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티빙과 시즌의 방대한 콘텐츠를 한꺼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유료방송 시장에서 상당한 수의 고객을 확보한 KT와의 마케팅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대 요소다. OTT 시장에선 가입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콘텐츠 수급이 수월해진다는 점에서 '합병 티빙'의 위력은 상당할 것으로 점쳐진다.

 

■ 호재 속 한계➊ 반쪽 혜택=

 

정부의 지원과 공룡 사업자의 등장이란 두 호재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건 수순처럼 보인다. K콘텐츠는 이미 '오징어 게임'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의 주류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세제 지원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OTT 세액 공제의 골자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 국내에서 지출한 비용을 소득세·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건데, 문제는 공제율이다. 콘텐츠 경쟁의 무대는 세계 시장인데, 공제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은 3%, 중견기업은 7%, 중소기업은 10% 상당의 세액을 공제받는다. 반면 캐나다와 미국의 세액 공제율은 각각 30~40%, 20~30%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만 6000만 달러(약 845억원), 아마존은 1600만 달러(약 225억원)의 세제 지원을 받았다. 반면 2020년 기준 국내 콘텐츠 기업이 받은 전체 세액공제 규모는 99억원에 불과했다.

 

제작업계는 공개적으로 공제율 상향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은 성명서를 통해 "제작비 경쟁에서 도태되면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에 IP를 공급하는 하청기지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 게 현실"이라면서 "국내 다른 산업을 비교할 게 아니라 글로벌 경쟁국에 준하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더구나 영상콘텐츠 세액공제 혜택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은 3년 후인 2025년에 효력을 잃는 일몰제다. 당초 올해 말까지였는데, 정부가 OTT 육성 전략을 발표하면서 3년 더 연장했다. 상시적으로 공제 혜택을 받는 글로벌 제작사와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이 "시장 환경이 불리하다"고 호소하는 이유다.

 

OT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 콘텐츠에 쏟는 투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걸 고려해도 기본 공제율 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요새 콘텐츠 투자 경쟁은 자금을 많이 쏟는 블록버스터급 대작을 중심으로 전개 중인데, 국내 지원책은 일몰제여서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호재 속 한계➋ 이상한 공제=

 

공제 대상을 '직접 제작비'로 한정한 점은 더 큰 문제다. 세액공제 대상 제작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작가와 출연자, 스태프 세 분야의 책임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다른 제작사에 맡겨서 만든 콘텐츠는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많은 국내 OTT 플랫폼이 다른 제작사에 외주를 맡기고, 제작비의 100%를 부담하면서 저작권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역시 이런 방식으로 한국의 독점 콘텐츠를 확보해왔다. 똑같은 외주 방식을 적용하고 있지만, 국내 OTT와 넷플릭스가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은 다르다. 제작비를 100% 지원하는 조건으로 외부 스튜디오에 제작을 맡기는 경우, 웨이브·티빙 같은 국내 기업은 세제 지원이 '제로(0)'지만 넷플릭스는 투자에 따른 비용 일부를 미국에서 공제받는다.

 

■ 호재 속 한계➌ 넷플릭스의 벽=

 

한국 시장을 이미 장악한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합병 티빙'의 성공도 낙관할 순 없다. 티빙과 시즌의 MAU를 단순하게 더하면 556만명에 달하지만, 넷플릭스의 MAU(1136만명)와 견주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적을 보면 간극이 더 크다. 티빙과 시즌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315억원, 209억원이었다. 두 기업의 매출 합은 1524억원으로 같은 기간 넷플릭스가 기록한 6316억원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성을 따져보면 명함을 내밀기 더 어렵다. 넷플릭스는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티빙은 올해 3분기 누적 적자(652억원) 규모가 지난해 연간 적자(594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합병 티빙이 규모의 경제로 시장을 주도하기엔 글로벌 넷플릭스의 벽이 너무 높다는 얘기다.

 

 

국내 OTT 기업들은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합병 티빙의 시너지가 기대만큼 나올지도 낙관하기 어렵다. 이미 선례가 있다. 웨이브다. 합병 티빙의 탄생으로 점유율 순위가 밀린 웨이브는 2019년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옥수수와 지상파 3사가 공동투자한 푹(Pooq)이 합병해 탄생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가입자 수 1300만명(옥수수와 푹의 가입자 수 단순 합산)을 확보한 공룡 플랫폼이 넷플릭스의 시장 잠식을 저지할 거라고 내다봤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지난해 영업손실(558억원)을 기록한 웨이브는 올해 들어서도 MAU를 크게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는 이렇게 꼬집었다. "단순히 플랫폼을 합쳤다고 해서 규모의 경제와 함께 사업의 비약적 확대를 기대하긴 어렵다. 티빙과 시즌의 합병으로 넷플릭스의 위상을 위협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OTT를 보는 고객은 정해져 있고, 이들을 두고 뺏고 뺏기는 구독 쟁탈전을 벌이는 가운데 넷플릭스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도 결과적으론 IP를 보유한 넷플릭스의 성과로 남았다. KT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세계 시청자에게 보여준 것도 넷플릭스다."

 

한국 시장에서도 넷플릭스를 넘지 못하는데, 어떻게 글로벌 미디어 강국이 되겠냐는 일침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