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중성자탄 일론 머스크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주일에 7일을 일한다. 솔직히 말해 나 자신을 고문하는 정도의 극단적인 수준이다.”
한 달 전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늘어난 업무량에 고통을 호소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기업인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틀 뒤 머스크는 트위터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사내 메일을 보냈다.트위터의 성공을 위해 우리는 (업무에서) 극도로 하드코어가 돼야 한다. 뛰어난 업무 성과만이 합격점을 받을 것이다. 회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고강도 장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새로운 트위터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면 첨부한 링크에서 ‘예’를 클릭하라.
머스크가 자신이 “주 7일 일하고 있다”는 말을 꺼내고 나서 트위터 직원들에게 장시간 근무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 것. ‘나도 이렇게 일하고 있으니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라는 뜻으로 보인다. 메일 내용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초대장을 연상케 한다. 트위터에 남아도 멀쩡하게 살아남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62조 원)에 인수했다. 이 중 130억 달러(17조7000억 원)는 은행 등에서 빌렸다. 1년에 대출 이자만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가 넘는 상황. 머스크가 돈을 벌 목적으로 인수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트위터의 수익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트위터는 최근 10년 중 8년 동안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다. 원래 돈을 긁어모으던 회사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직원 절반을 해고했다. 그래서 ‘뉴트론 일론’이라는 새 별명까지 얻었다. 뉴트론은 핵폭탄보다 강력한 중성자탄을 의미한다. 노동자를 대규모로 해고해 수익성을 증가시킨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의 별명(뉴트론 잭)을 패러디한 것이다.
머스크는 현재 트위터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개편하고 있다. 그는 남은 직원들과 트위터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일러스트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머스크의 ‘V.I.T.s(Very Important Tweeters)’ 프로젝트
머스크는 트위터의 수익 모델부터 바꾸고 있다. 이전의 트위터는 연 매출 50억 달러(약 7조 원)의 약 90%가 광고에서 나올 정도로 광고 의존도가 높다. 머스크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독 모델(정기 회원 결제)을 확대하고, 각종 유료 서비스를 도입해 수익을 다변화하고자 한다. 대다수가 경기침체를 전망하는 상황에서 광고로 수익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경기가 가라앉으면 광고부터 줄인다.
머스크는 ‘트위터 블루’의 가격을 올렸다. 트위터 블루는 트위터가 지난해 6월 출시한 유료 구독 서비스다. 한 달에 약 7000원(4.99달러)을 내면, 트윗의 글을 편집하거나 원하는 트윗을 저장하는 책갈피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처음 이용자들은 ‘편집 기능’에 혹했다. 기존에는 트위터에 글을 올렸을 때 맞춤법이 틀렸으면 트윗을 삭제하고 새로 올려야 했다.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한 다음에 내용을 바꾸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수정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트위터 블루를 내놓으면서도 편집에 제한(30분 이내, 최대 5회)을 걸었다.
머스크는 월 구독료를 약 1만1000원(8달러)으로 올리고, 유료 회원이 되면 신원이 확인됐다는 의미로 파란색 체크 표시를 붙여주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정치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에게 달아줬던 것을 유료 서비스로 만든 것이다. 유명인들은 얼떨결에 결제하게 생겼다. 트위터는 90일 이내에 돈을 내지 않으면 체크 표시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각종 유료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입수한 트위터 내부 문서에 따르면 머스크와 그의 고문들은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다이렉트 메시지가 이 중 하나다. NYT는 “한 제품팀은 핵심 고객인 ‘V.I.T.s(Very Important Tweeters)’에 초점을 맞춘 ‘유료 다이렉트 메시지’를 작업 중”이라고 지난달 3일 전했다. 사용자가 소액의 비용을 내면 좋아하는 유명인에게 비공개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인데, 아직 출시가 구체적으로 계획되지 않았다.
트위터를 유튜브처럼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머스크가 직원들에게 잘나가는 유튜버에게 연락해 트위터로 옮겨 탈 것을 권유하라고 했다”고 지난달 11일 전했다. 머스크는 유튜버들에게 유튜브보다 돈을 10%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NYT에 따르면 트위터는 영상에 따라 이용자에게 시청료를 요구하는 ‘페이월(Paywalled) 비디오’를 고려 중이다. 고객이 낸 돈은 영상 제작자와 트위터가 나눠 가진다.
현재 트위터에 올릴 수 있는 동영상 분량은 140초로 제한돼 있다. 동영상 서비스로는 유튜브와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자마자 개발자들에게 ‘바인(Vine)’을 되살릴 방법을 고민해보라고 지시했다. 바인은 트위터가 2012년 인수했지만, 2016년 종료한 동영상 서비스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사기 전부터 동영상 서비스를 계획했던 것 같다. 그는 “트위터에서 비디오는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영역”이라고 여러 번 밝혔다.
트위터의 유료 구독 서비스 트위터 블루. 트위터는 유료 회원이 되면 신원이 확인됐다는 의미로 파란색 체크 표시를 붙여준다. 트위터 캡처
●슈퍼 앱 ‘트위터엑스’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트위터를 모든 기능을 제공하는 슈퍼 애플리케이션 ‘X(엑스)’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X 앱의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힌트는 있다.
머스크는 6월 트위터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중국 ‘위챗’을 극찬했다. 머스크는 “X 앱은 소셜미디어와 결제, 쇼핑, 차량 호출 등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결합한 위챗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PC가 아닌 휴대전화를 주로 사용하는 중국에서 위챗은 필수 앱으로 꼽힌다.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 전 세계 13억 명의 고객을 끌어모았다.
‘트위터엑스’가 되는 첫걸음으로 온라인 결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는 지불결제 시스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무엇보다 온라인 결제에 한 맺힌 부분도 있다.
머스크는 23년 전인 1999년 혁신에 서툴고 변화에 보수적인 은행을 바꿔보겠다며 금융 서비스 회사 ‘엑스닷컴(X.com)’을 만들었다. 이듬해 머스크는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2주간 출장을 떠났는데, 그 사이 임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머스크를 이사회에서 내보냈다. 그리고 회사 이름도 바꿨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의 지불결제시스템 업체 ‘페이팔’이다.
비록 머스크는 머스크가 페이팔 지분으로 부를 얻고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사업 밑천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지불결제시스템 혁신에 대한 열망은 이후에도 잃지 않았다.
중국 앱 위챗.
● 매달 돈 내고 트위터 쓸까
머스크가 트위터 구독료를 올린 것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트위터 사용자는 한 달에 평균 6달러 이상의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 머스크가 원하는 대로 유료 사용자에게 광고 없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주려면 이전의 4.99달러 구독료로는 매출이 늘기는커녕 줄어든다. (게다가 현재 트위터는 머스크가 인수한 후 광고주들이 이탈하고 있다)
그런데, 충성 고객에게 광고를 없애는 대신 구독료를 받는 것이 효율적일까. 광고냐 구독이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풀지 못한 숙제와도 같다. 이들은 종종 상호 배타적인 면을 보인다. 구독 서비스의 타깃 고객은 트위터를 가장 많이 찾는 이용자일 가능성이 큰데, 반대로 이들은 광고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유료 고객이 늘어날수록 플랫폼 내 광고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독 모델은 트위터에 수익성이 없을 수 있다. 메타(페이스북)가 고객들에게 광고 없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라고 10월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구독료를 받는 것이 적합한가라는 질문도 있다.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데에 사람들이 돈을 쓰겠느냐는 것이다. 무료 플랫폼도 많은데 굳이.
물론, 트위터가 유명인들의 의견을 듣고 뉴스를 빠르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면에서 강점은 있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뉴스가 유료로 제공된다. 다수의 언론사가 트위터에서 속보를 전하는데, 이를 보기 위해 트위터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많다. 과연 이들이 본인 확인이나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구독료를 지불할까. 머스크는 유료 고객에게 향후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까.
WSJ는 “(넷플릭스, 데이팅 앱, 유튜브 등) 다양한 서비스가 구독료를 받고 있다. 소비자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가장 관심 있는 한두 가지에만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2020년 사람들이 구독 서비스에 이미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유료 서비스를 ‘구조조정’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NYT 홈페이지 캡처
●“우리는 모두 하수도를 돌아다니는 쥐일 뿐”
현재 트위터 이용자들은 구독료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데이비스)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 코헨(26)은 트위터 아이디에 쥐 이모티콘을 추가하고, 다른 사용자들에게 이를 추천했다. 트위터에 구독료(인증 비용)를 내는 대신, 쥐 이모티콘을 추가하는 것으로 본인임을 인증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는 “내 이름에 무료로 쥐를 붙일 수 있는데 왜 파란색 딱지를 받기 위해 8달러를 지불해야 하느냐”면서 “‘#RatVerified(검증된 쥐)’가 되는데 동참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트윗은 14만 번의 ‘좋아요’를 받았다.
코헨은 트위터에 구독료(인증 비용)를 내는 대신, 쥐 이모티콘을 추가하는 것으로 본인임을 인증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이 트윗은 14만 번의 ‘좋아요’를 받았다. 트위터 캡처
실제로 최근 트위터에서는 일부 사용자들이 비용을 내고 사칭 계정을 만들어 트위터가 구독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본인 인증에 돈을 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다. 코헨은 “인터넷의 하수도인 트위터에서 우리는 모두 하수도를 돌아다니는 쥐일 뿐”이라며 “나는 다른 쥐들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8달러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하수도의 흙탕물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가 목표로 삼은 ‘슈퍼앱’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많다.
슈퍼앱을 만들기에는 플랫폼 시장이 이미 성숙했다. 수많은 앱이 쇼핑이나 결제, 게임 등에서 각각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트위터엑스(슈퍼앱)가 타 플랫폼 고객을 뺏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블룸버그는 “구글과 스냅, 우버 등이 슈퍼앱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사람들은 쇼핑이나 커뮤니케이션, 금융 등에서 각자 쓰고 있는 앱이 있다”고 10월 전했다. 블룸버그는 “위챗(2011년 출시)처럼 새로운 사용자 기반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19세기 거대한 도시로 성장한 뉴욕의 폭발적인 성장을 재현하려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미 시장 조사 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자스민 엔버그 수석분석가 역시 “미국 사람들은 다양한 활동에 서로 다른 앱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졌다. 오래된 습관은 깨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슈퍼앱은 한 번에 많은 개인 데이터를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사람들이 개인정보 유출 등의 위협 때문에 한 앱에서 모든 활동을 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넓은 시야를 가진 이상주의자
머스크는 5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인수 이후 트위터의 연간 수익을 2028년까지 264억 달러(약 37조 원)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50억 달러)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90%가 넘는 광고 의존도를 50%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전 세계 트위터 사용자 수도 2억1700만 명에서 9억3100만 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반년 동안 머스크에게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지만, 정작 본인은 태연하게 일에 몰입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는 원래 남의 지적에 그렇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다. 그럴 만도 하다. 과거 “화성에 가겠다”고 했을 때는 얼마나 많은 전문가들이 훈수를 뒀을까.
이번 인수가 수년 간 성장이 정체됐던 트위터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켈로그 스쿨)의 마케팅 교수 팀 칼킨스는 “최근 일들은 여러 면에서 트위터에 좋은 소식이다. 왜냐면 이제 사람들은 아주 오랫동안 트위터에 대해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의 혼란은 트위터를 객관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제 사람들은 트위터가 안전한 미디어 채널인지, 아니면 머스크의 장난감인지 등의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분위기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 회사는 10월 트위터 이용자 1212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는데, 절반 이상(64%)이 머스크가 서비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답했다. 여러 정치인과 사용자들은 ‘표현의 자유’ 이슈(신비월드 26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왜들 난리일까’ 참고)와 광고주 이탈 등을 걱정하고 있다. (관련기사: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21120/116581519/1)
머스크의 전력을 생각해보면 트위터에 대한 우려는 쓸데없는 걱정일지 모른다. 해외에서는 머스크를 넓은 시야를 가진 이상주의자로 꼽는다. 20년 전, 결제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나설 때까지는 젊은 창업가 중 하나로 보였다. 머스크는 이 사업으로 마련한 목돈으로 스페이스X를 차렸는데, 사람들이 다른 행성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키운 것을 두고, 큰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선 활동’이었다고 주장한다. 터널 굴착 벤처기업 보링컴퍼니 역시 ‘교통 문제 해결’, ‘도시 혁신’ 등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확실히, 발상이 다르긴 다르다.
머스크라면 표현의 자유 수호자(트위터 인수 이유로 꼽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또한, 사람을 화성에 보내겠다는데 슈퍼앱 하나 못 만들까 싶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 AP 뉴시스
●‘맙소사, 이 사람은 미쳤구나’
머스크는 2006년 테슬라 전기차에 도전할 때 “나는 실리콘밸리 사람이다. 실리콘밸리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생각과 다르게, 오늘날 실리콘밸리는 거대한 이상보다 작고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사업이 대부분이다.
경제매거진 INC닷컴은 2007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 인정받는 구글조차도 웹 검색을 위한 약간 더 나은 방법에 불과했다. 머스크의 회사는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회사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평하면서 그를 ‘올해의 기업가’로 선정했다.
제록스의 전 최고연구위원인 존 실리 브라운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객원 연구원은 “처음 머스크의 우주 관련 아이디어를 들었을 때 나는 ‘맙소사, 이 사람은 미쳤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INC닷컴은 브라운의 반응에 (미쳤다고 생각하는) “그게 핵심”이라고 콕 집었다. 아무도 생각조차 하지 못할 사업을 펼치는 것이 머스크의 특기라는 것이다.
머스크의 이상주의와 도전정신은 자신의 사업에 대한 여론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되곤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글이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장치를 당신의 뇌에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면 디스토피아의 신호로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머스크가 자신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뉴럴링크)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멋진 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고 했다. 머스크가 운영하는 사업이 생각보다 많다.
2000년 10월 미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 페이팔 사무실에서 피터 틸 페이팔 CEO(왼쪽)와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뉴시스
전기차 보급에 앞장선 머스크는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와도 자주 비견된다.
머스크와 20년 가까이 만남을 이어온 카라 스위셔 뉴욕타임스 기자는 “잡스는 우아하고 여유로우며 조용한 편인 반면, 머스크는 모든 것이 화려하다. 잡스는 마음속으로 여행을 다니고(창의력을 발휘하고), 머스크는 화성에서 생을 마감하길(화성 착륙이 목표가 아니라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 원한다”고 했다. 머스크와 잡스는 ‘창조적 파괴’를 주도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산업의 판도와 사람들의 일상을 뒤바꿔 놓았다.
스위셔는 머스크의 성격 때문에 그의 업적이 평가 절하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2018년 자신의 칼럼에서 “지나치게 솔직하고, 놀라울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머스크의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워한다”고 평했다
.●테슬라의 알루미늄 차체 패널과 재활용 로켓
머스크의 테슬라는 2012년 2650대의 전기차를 고객에게 전달했다. 약 10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거의 100만 대를 팔았다. 주류 자동차 기업들도 테슬라의 성장을 지켜보며 전기차의 물결에 뛰어들었지만, 테슬라는 불굴의 선두를 지켜냈다. 스페이스X는 지난 10년 동안 190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고, 다수의 로켓을 지구에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이상이며, 사실상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
머스크는 완벽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이상을 현실화시켰다. (이 부분도 잡스와 유사하다) 일화가 있다. 첫 번째 테슬라 모델S가 고객에게 인도되기 3주 전, 머스크는 “뒷타이어의 크기가 더 컸으면 좋겠다”는 폭탄 발언을 한다. 바퀴만 갈아 끼우면 되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제동 시스템부터 주행 거리까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WSJ은 “테슬라 기술자들은 반발했지만 머스크는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디자인 변경은 차질 없이 이뤄졌다”고 2015년 전했다.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외부 공급 업체를 찾는 대신에, 알루미늄 차체 패널을 직접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라고 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전 CFO 라이언 포플은 “기술적으로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당시 회의실에서 머스크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이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현재 테슬라는 공장에서 필요한 모든 알루미늄 차체 패널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 처음 머스크가 쏘아 올린 3개의 로켓은 폭발하거나 궤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이었다. 그는 파산할 뻔했지만 결국 두 회사를 일으켜 세웠고, 현재 미국의 중심에 섰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과학기술 담당인 애슐리 반스는 2020년 ‘미국의 진정한 캡틴 아메리카 일론 머스크’라는 글에서 “머스크는 수만 명의 사람들을 고용했고, 자동차 충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재사용 가능한 로켓을 고안했으며, 고속 운송을 위한 터널을 팠다”고 찬사를 보냈다.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스페이스X 홈페이지 캡처
●소련산 로켓 설명서
2001년 어느 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수영장에 머스크가 앉아있다.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이 폭락했지만, 그의 일행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페이팔이 상장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보유한 페이팔 지분(약 2240억 원어치)은 30세 청년이 여생을 보내기에 충분해 보였다. 친구들은 술에 취해 축제를 즐겼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축하받던 머스크는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우주여행과 우주산업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해. 그의 손에는 이베이에서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소련 시대의 로켓 매뉴얼이 들려 있었다.
반스 기자는 “로켓 회사를 만드는 것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돈이 안 되는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평했다. 로켓은 보통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다. 어마어마한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고,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확고한 신념은 그가 사업을 하는 이유이자, 회사를 키우는 원동력이다. 돌이켜보면 머스크는 사업 초기나 최근이나 그렇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 (독특한 성격을 포함해)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머스크는 트위터도 성공시킬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신념도 우주산업과 탈탄소화만큼 확고할까. 아직 부정적인 시선들이 따갑지만, 한편으로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머스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