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92)과 '버핏의 오른팔' 찰리 멍거(98)는 지난 60여년간 절친이자 사업 파트너로 지내며 버크셔 해서웨이를 시총 7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초대형 기업으로 키웠다.
버핏은 오마하에, 멍거는 LA에 살면서 예전처럼 둘이 자주 만나지는 않기 때문에 둘의 목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지난해 6월 미국 경제방송 CNBC의 베키 퀵이 간만에 둘을 한 자리에서 인터뷰했다. 이날 '지혜의 부(A Wealth of Wisdom)'라는 제목의 인터뷰에서 버핏과 멍거는 투자와 인생에 관한 지혜를 아낌없이 나눴다.
2021년 미국 CNBC의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인터뷰 장면/사진=유튜브 캡쳐
버핏은 20년동안 방직 사업을 살리기 위해 골몰하다가 결국 포기했으며 방직사업에 돈을 집어 넣지 않고 새로운 보험사를 시작했으면 현재 버크셔의 가치가 두배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명한 투자자'를 쓴 벤자민 그레이엄을 멘토로 삼은 버핏의 초기 투자는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에서 볼 수 있듯이 내재가치보다 훨씬 싸게 거래되는 주식을 매수하는 '담배 꽁초 투자기법(cigar butt investing)'이었다. 담배 꽁초 투자기법은 끊임없이 싸게 거래되는 기업을 찾아서 사고 팔기를 반복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렸을 뿐 아니라 세금부담도 컸다.
버핏은 멍거의 영향으로 투자기법을 발전시키며 "적당한 회사를 훌륭한 가격에 사는 것보다 훌륭한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매수한 훌륭한 기업들의 보유기간은 평균 수십 년이었다. 오늘날의 버핏을 있게 한 대전환이다.
젊은 시절의 찰리 멍거(좌측)과 워런 버핏(우측)/사진=유튜브 캡쳐
또한 버핏과 멍거가 처음으로 의기투합해 별도의 투자회사까지 설립하면서 600만달러를 들여 인수한 볼티모어의 백화점 '혹스차일드-콘'도 실수로 드러났다. 멍거가 계약서 잉크가 마르자마자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알았다고 할 정도로 유통업은 만만한 사업이 아니었다.
버핏과 멍거는 백화점 경영이 어려워지자 매각에 나섰고 투자한 금액 중 약 95%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했다. 멍거는 백화점 투자 실패를 통해서 배운 건 "실수였다는 게 명확해진 다음에는 빨리 고쳐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기다려봤자 문제는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반전도 있다. 버핏은 그때는 몰랐지만, 백화점 사업이 실패해서 적어도 250억 달러를 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사업이 잘 됐더라도 약간 돈을 버는데 그쳤겠지만, 투자한 600만 달러를 회수해서 버크셔에 투입했고 그 돈이 25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뜻이다.
버핏과 멍거는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시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서로 몰랐지만 둘 다 버핏의 할아버지 어네스트 버핏이 운영하던 식료품 가게에서 일한 적이 있다. 멍거는 그때를 회상하며 2달러를 벌기 위해 10시간 동안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배웠다고 말했다. 버핏 역시 농담처럼 식료품 가게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길 원치 않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버핏과 멍거는 그들의 성공이유를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존중으로 돌렸는데, 둘은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업에서도 올바른 길을 선택했다.
또 버핏은 만약 오마하에 있는 던디교회에 가서 어린이 성가대와 함께 찬송가를 부른다면 집으로 오는 길에 네다섯 집에 둘러서 아주머니들과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멍거도 질세라 아내의 친척 한 분이 자신을 만나고 나서는 "자네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가장 나이든 젊은이일세"라고 말했다며 자신은 젊을 때도 항상 나이가 100살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덧붙였다. 버핏과 멍거가 어릴 때부터 나이든 사람들과 얘기하는 걸 좋아했다는 건 둘이 영특했기 때문에 또래친구들보다 오히려 어른들과 대화하는 걸 재밌게 느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버핏(92)은 이제 자신들이 가장 젊은 노인이라고 말했는데, 멍거(98)가 100살을 바라보는 등 둘의 나이는 많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배우는 버핏과 멍거의 정신은 오히려 젊다.
또 버핏은 이런 사치를 60년 가까이 누려왔다며 침실이 25개있는 호화 저택과 자동차 6대를 가진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우리가 어울리고 싶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게 물질적 부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110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버핏이 왜 지금도 1958년 매입한 집에 계속 살고 출근길에 맥도날드에 들르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멍거가 버핏의 유머를 좋아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간략하게 말한 반면, 버핏의 답변은 더 자세했다.
버핏은 멍거가 사람들과 사회에 많은 것을 나눠줬다며 그건 주식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걸 훨씬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또한 멍거가 대학 기숙사를 디자인하고 건설하는 걸 도왔으며 병원에도 관여하면서 병원의 의료서비스 향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버핏은 멍거가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는 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들게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멍거는 자신이 다녔던 미시간대학에 2013년 1억1000만달러를 기부해 대학원생 기숙사를 지었으며 병원 이사로도 오랫동안 활동하는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쳐왔다.
버핏은 멍거가 사업 파트너로서 한 번도 사실을 감추거나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며 멍거가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버핏은 멍거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버핏의 멍거 평가는 상당히 감동적이다. 이 말을 들던 멍거 역시 "자네 또한 나에게 똑같이 해왔네"라고 버핏에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버핏은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다"고 말하면서 인터뷰를 끝맺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돈 당분간 통장에 묻겠다"…한국 부자 42만명이 노리는 것 (0) | 2022.12.04 |
---|---|
부자들 "코인 투자는 'NO'…진짜 부자는 100억부터"/ "70억은 있어야 부자" (0) | 2022.12.04 |
매 10년마다 반복되는 역사:지친 개인 투자자가 증시를 떠난 시기 (0) | 2022.11.25 |
고금리·매매차익·절세까지 1석 3조! 채권투자 바람 (0) | 2022.11.20 |
“금리인상 멈춘 후 안전하게 주식 매매? 반보 앞서 움직여야 돈 벌어” (0) | 2022.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