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대출금리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과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이달 말 한국은행이 다시 한 번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계기업뿐만 아니라 흑자기업까지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금리가 오르면서 주요 은행의 이자수익이 조달비용의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은행만 ‘이자 장사’로 호황을 누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서울 시내 은행에 걸려있는 대출 안내 현수막 모습. 연합뉴스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87%로, 2014년 1월(4.88%) 이후 8년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달 12일 빅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3.00%로 인상한 것을 고려하면 10월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5%를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9월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비중은 40.6%로 1년 전(3.1%)보다 13배 이상 뛰었다. 대출 잔액 역시 1년 전보다 75조2000억원 늘어난 948조2000억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로 사정은 더 악화했고, 미국 긴축 기조가 여전해 앞으로도 암담하다.
한계기업(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돈이 풀려 그나마 버티던 기업들도 이자 부담과 자금 경색의 이중고 상황에서는 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을 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출이 막히고 대출 연장이 되지 않으면서 흑자기업까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도산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3분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자수익률은 평균 3.10%로, 이자비용률(1.46%)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비용률은 예수금과 사채 이자, 차입금 이자 등을 포함한 전체 이자비용을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모든 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조달비용 수준을 의미한다. 운용수익 수준을 나타내는 이자수익률은 예치금과 유가증권, 대출채권 등 전체 이자수익을 이자가 발생하는 모든 자산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자수익률에서 이자비용률을 뺀 5대 은행의 3분기 순이자스프레드는 1.65%포인트였다. 순이자스프레드는 올해 1분기(1.54%포인트), 2분기(1.62%포인트)에 이어 꾸준히 상승세로, 이는 한은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은행이 이자로 벌어들이는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3분기 기준 5대 은행 중 순이자스프레드가 가장 높은 곳은 국민은행(1.73%포인트)이다. 이어 △농협(1.71%포인트) △신한(1.62%포인트) △우리(1.59%포인트) △하나(1.58%포인트) 순이었다. 국민은행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높은 운용수익을 올렸다는 의미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국수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지수는 113.18(2020=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상승했다. 이는 2009년 5월(10.2%)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품목별로 보면 전체 73개 품목 중 70개 품목이 1년 전보다 상승했다. 식용유(42.8%), 밀가루(36.9%), 부침가루(30.8%), 국수(29.7%), 물엿(28.9%)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이유식(0.0%), 유산균(-2.0%), 과실주(-3.3%) 등 3개 품목만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
한 달 전과 비교해도 오른 품목이 많았다. 지난 9월 대비 지난달 73개 품목 중 54개 품목이 상승했다. 10개 중 7개꼴로 오름세를 보인 셈이다. 특히 치즈(11.0%), 라면(8.9%), 시리얼(8.1%), 두유(8.0%), 스낵과자(8.0%) 등의 상승 폭이 가팔랐다. 가공식품 물가는 전월 대비 1.6% 올라 지난 3월(1.7%)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가공식품의 물가 기여도도 9월 0.75%포인트, 10월 0.83%포인트로 확대됐다. 그간 국내 물가를 끌어올렸던 석유류의 기여도가 9월 0.75% 포인트, 10월 0.42%포인트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는 건 대외 공급 충격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식품 업체들이 원료 재고를 소진한 뒤 새로 수입하기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은 1~2분기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지난 2월 발생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식량가격지수가 3월에 최고치(159.7)를 기록하고,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금지로 올 상반기 식용유 등의 가격이 올랐던 파장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은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타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가처분소득의 42.2%를 식료품 및 외식비에 사용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식비 지출 비중은 13.3%에 그쳤다. 최근의 가공식품 가격 상승세가 저소득층에 더욱 부담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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