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크 CEO는 이후 트위터에서 로봇 이름을 '옵티머스'라고 소개하며 9월 30일 로봇 완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로봇 업계에 정통한 학계 인사들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옵티머스가 물건을 집고 운반하는 모습을 시연할 예정이다. 로봇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매니퓰레이션(조작)과 모빌리티(이동)인데, 많은 엔지니어들은 매니퓰레이션에서 로봇 하드웨어 기술 초격차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지난 23일 테슬라가 공개한 AI 데이 예고 포스터에는 로봇이 하트 손모양을 그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두고 해외 로봇 업계에서는 "옵티머스 봇이 인간이 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극도로 유사한 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테슬라가 공개한 포스터가 단서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람과 같은' 손을 지향하는 옵티머스는 1차적으로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에 우선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로봇을 팔아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테슬라 공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기술 고도화에 나서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적어도 머스크 CEO의 이번 옵티머스 공개가 단순한 '로봇쇼'에 그치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공격적인 로봇 시장 진출을 시사하면서 로봇 테크에서 '빅픽처'를 그리고 있다. 그는 "테슬라의 '4륜 로봇(자동차)'은 사람들이 여행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면서 "우리는 AI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를 달성하려면 로봇이 충분히 똑똑해지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로봇 두뇌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테슬라는 자체 개발 AI 반도체 'D1'을 장착해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후카쿠'보다 2배 이상 빠른 슈퍼컴퓨터 '도조'를 개발 중이다. 이 컴퓨터는 향후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 CEO는 뇌과학 전문기업 뉴럴링크도 설립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머스크 CEO가 뇌 과학에 심혈을 쏟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헬스케어 사업 목적이 아니라 테슬라의 로봇 비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비대면과 자동화가 일반화되면서 국방, 제조, 모빌리티, 물류, 정보통신 등 산업 곳곳에서 로봇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일손 부족, 인건비 상승과 함께 AI와 로보틱스가 제조업과 IT 산업 미래를 바꿔나갈 핵심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로봇이 빅테크·제조 대기업들의 전쟁터가 된 이유다. 로보틱스는 AI, 6G, 빅데이터, 머신러닝, 하드웨어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여러 사업을 붙여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려면 AI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하다. 6G 이동통신 같은 초고속 미래 통신 인프라스트럭처도 필수적이다.
여기에 로봇이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수집한 정보는 고스란히 기업에 '빅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여 새로운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리콘밸리 로봇 스타트업 키위봇의 나탈리아 구티레즈 총괄은 "하드웨어 제조, 시각기술(카메라), 라이다, 컴퓨팅, 반도체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로봇 공학은 모든 면에서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AI와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의 향상은 더 똑똑한 로봇의 등장을 의미한다"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을 통한) 완전히 자동화된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응용 소프트웨어가 고도화되고 실생활에서 쓰이는 서비스용 로봇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제조와 서비스로 구분되는 로봇 영역 간 경계가 옅어지고 있다. 가령 제조업 생산 공정에서만 활용되던 협동 로봇은 의료와 푸드 등 서비스 부문에서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 쓰이는 수술 로봇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로봇 테크 분야 중 하나다.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전 세계 수술 로봇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창업자인 프레더릭 몰은 의사 출신으로 레지던트 근무 당시 로봇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1995년 이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이 회사의 시가총액만 787억달러(약 105조1982억원)에 달한다.

미국은 보스턴-피츠버그-실리콘밸리 중심의 '산학연' 민간 로봇 생태계를 육성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R&D)과 제조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2013년 로봇 사업 로드맵을 통해 △제조업 △의료 △헬스케어(재활로봇) △서비스업 △우주 △군사 6개 분야에서 로봇 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국가로봇이니셔티브(NRI2.0) 추진을 통해 대학을 비롯해 산업계와 비영리조직, 민간 스타트업 등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NRI2.0의 핵심 중 하나는 우주로보틱스와 군사용 자율주행차량·시스템 분야다. NRI2.0 프로그램은 나사(NASA)를 통해 화성탐사프로그램(MEP)을 추진하고 있다. 군사용 자율주행 시스템 R&D는 미 국방부 주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GPS 등과 같은 핵심 기술이 군 분야에서 나왔듯 로봇 기술의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 군사 분야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피츠버그에 위치한 국가로봇기술센터(NREC)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과 협력해 국방·안보 등과 관련한 로봇을 개발한다. 2011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곳을 방문해 정부가 차세대 로봇 R&D에 집중 투자하는 '국가 로봇 공학 계획'을 선언했다. 제프 르고 NREC 부소장은 "160명의 전문 엔지니어가 있고 교수진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대학의 혁신적 연구를 실제로 구현하는 게 센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로봇을 10대 핵심 사업으로 지정했다. 2016년 '로봇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는 2025년까지 로봇 산업 매출액을 연평균 20% 이상 높이겠다고 선언하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선양의 시아순 로봇자동화회사를 방문해 과학기술 혁신의 일환으로 로봇 산업 육성을 재차 강조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력이 부족하다. 특히 모터, 센서, 감속장치 등 핵심 부품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것이 과제다.
중국은 2025년까지 핵심 기술과 부품, 소재를 70%까지 자급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과 로봇 기술 R&D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IT 기업들도 로봇 사업에 적극적이다. 샤오미는 지난 12일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을 공개했다. 키 177㎝에 무게 52㎏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사이버원은 레이진 샤오미 CEO와 함께 무대에 올라 인사한 뒤 꽃 한 송이를 건네고 셀카를 찍었다.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및 알고리즘 혁신을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 걸쳐 R&D 부문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츠버그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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