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삼성전자 사옥. 이데일리DB
반도체 업계 한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30일 회동을 이렇게 해석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도맡아 하는 종합반도체업체(IDM)로 분류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왕좌’에 다시 오르기도 했다.
물론 삼성전자와 인텔의 경쟁 포인트는 다르다. 삼성전자는 D램 등 메모리반도체 1위인 반면 인텔은 시스템반도체 1위 업체다. 인텔이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면 그에 걸맞은 D램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삼성전자와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물론 당분간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분한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협력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핵심들 다 모여…“구체적 협력 의지 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방한 중인 겔싱어 CEO와 만찬까지 이어진 회동 자리에서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PC 및 모바일 등 다방면의 협력방안이 논의된 점을 고려하면 양사 간 동맹은 강화될 전망이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주요 핵심 사장들이 모두 합석할 정도로 양사 간 구체적인 협력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좌)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으르렁대는 中·대만…TSMC 아닌 삼성과 ‘윈윈’ 낫다 판단
하지만 기술, 시장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포화상태다. 최첨단 공정으로 분류되는 5나노미터(nm·10억분의 1m)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올 상반기에 3나노 공정 양산이 시작되는 등 양사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은 이미 TSMC와 협력에 나서고 있지만, 모든 물량을 TSMC에 맡기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새로 짜고 있지만 대만은 중국이 언제든 침공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지대이기도 하다. 인텔이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인텔은 애플이라는 대형 고객사가 이탈하고 있다. 애플이 맥 컴퓨터에 자체 개발한 CPU를 탑재하면서 인텔은 주요 고객을 잃은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노트북과 PC시장, 모바일 분야에서 강자다. 파운드리 협력을 매개로 인텔과 삼성전자가 새로운 PC 시대를 열 수도 있는 셈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세트 제품에서의 상호 협력을 통한 ‘윈윈’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의 만남으로 양사간의 협력 범위가 확대되고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박사는 “구체적인 협력모델을 봐야하겠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양국이 기술 동맹을 맺기로 한 만큼 양국 기업이 앞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더 모색하는 방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텔 사옥 (사진=AFP)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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