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아베+경제정책)는 결국 속임수였다. 아베 신조 총리는 전후 최강의 권력기반을 유지하며 헌정사상 최장수 집권을 했지만, 국가 미래를 좌우할 ‘성장전략’ 실현의 중차대한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일본 경제에 ‘잃어버린 30년’을 넘어선 ‘잃어버린 40년’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년간 일본 경제정책을 지배해 온 ‘아베노믹스’에 대한 냉엄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의 부활에 진정으로 필요한 개혁과 혁신 대신 ‘헬리콥터 머니’(막대한 통화공급 확대)에 의존해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오히려 더 잠식했다는 전문가의 분석과 보도, 서적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경제매체 겐토샤 골드온라인은 17일 경제 저널리스트 오카다 유타카(59)의 신랄한 아베노믹스 비판을 게재했다. 오카다는 일본 최대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 기자로 출발해 TV아사히 부사장까지 지낸 베테랑 경제통 언론인이다.
오카다는 “결국 아베노믹스는 속임수였다”는 전 금융당국 간부의 말을 통해 아베노믹스의 실체를 규정했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 AFPBBNews=News12012년 12월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전 총리가 이듬해 6월 내놓은 아베노믹스는 ‘대담한 금융정책’(양적완화), ‘기동적 재정정책’(재정지출 확대),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을 축으로 하고 있다.
오카다는 우선 “아베노믹스는 일본이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세계에 선언하면서 일본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사회·경제의 규율을 느슨하게 하는 금융완화나 막대한 빚을 동원하는 재정지출 확대는 올바른 ‘정도’(正道)의 경제정책이 아니라 불건전한 ‘사도’(邪道)라고 할 수 있다. 남의 힘을 빌려 목적을 성취하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카다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성 전략이지만 아베노믹스는 미래를 개척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례없는 금융완화로 일본은행(일본의 중앙은행)은 막대한 양의 주식을 사들였다.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연간 약 6조엔어치나 매입했다.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까지 계속 상승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일본 주식시장은 공적자금으로 왜곡됐고, 결국 일본 경제는 ‘사회주의’ 양상으로 변했다.”
일 금융시장 ‘쇼크’ - 15일(현지시간) 미국 증시 폭락 장세를 이어받아 일본 도쿄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 평균 주가도 전날 종가 대비 1.60% 하락 개장한 가운데 한 남성이 도쿄증권거래소 앞 시황판을 바라보고 있다.도쿄 AP 연합뉴스그동안 일본의 정책 당국자들은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과도하게 부풀려 홍보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2년 12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71개월간 지속된 지표상의 경기회복이다. 이는 73개월간 지속된 ‘이자나미 경기’(2002년 2월~2008년 2월) 이후 전후 두번째의 장기 회복 기록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 기간 중 일본 경제의 최대 과제인 디플레이션 탈출은 이뤄지지 않았고, 생산성은 오히려 감퇴했다. 이는 가뜩이나 바닥으로 떨어진 일본의 잠재성장률을 더욱 밑으로 끌어내렸다.
오카다는 “당장의 경기와 고용은 유지했지만 미래를 열어줄 경제틀의 개혁은 뒤로 미뤄졌다”며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사회보장 정책에서도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땅히 이뤄졌어야 할 개혁이 지연된 것은 일본 경제에 크나큰 해악으로 작용했다. 금융완화와 재정확대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채산성 낮은 기업이나 업종의 퇴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업들의 혁신투자와 인적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자원배분 기능은 왜곡됐다.
‘완전고용’은 숫자상으로만 달성됐을뿐 비정규직 및 단시간 근로자가 늘면서 임금은 오르지 않았고, 이는 생산성 저하를 더욱 부채질했다.
- 부동산 거품이 꺼진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경제 침체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지난 2006년 6월 일본 열도가 가라앉는 재난 영화 ‘일본 침몰’ 홍보 문구가 걸린 건물 앞을 걸어가는 남성의 모습에서도 불황을 엿볼 수 있다.AP=연합뉴스“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성장전략의 부재다.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성장전략은 규제완화, 혁신, 연구·개발(R&D) 투자, 인적투자 등 진입장벽이 높은 과제를 동반하기 때문에 (기업·노동계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할 수 있는) 커다란 정치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정치적으로 곤란해질 수 있는 선택지들을 외면했다.”
그는 “일본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시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결국 아베노믹스는 실패로 끝났다”며 “전후 최강의 아베 정권은 전후 최악의 경제정책을 구사했던 것”이라고 탄식했다.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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