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큰 사건에는 전조(前兆)가 있다. 잘 읽고 대응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테라(Terra)와 루나(Luna) 가격 폭락도 가상자산생태계의 구조적 위험을 알리는 전조다. 천문학적 자산이 쏠렸지만 시스템 위험을 예방하거나 투자자를 보호할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장은 불안과 신뢰상실만으로도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불안 요인을 제거해 시장신뢰를 높여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전통 금융 시스템과 가상자산생태계를 연결하는 일종의 ‘환전은행’ 역할을 한다. 달러, 유로 등 다양한 화폐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진 후 가상자산거래에 이용된다. 이름 그대로 ‘안정된(stable)’ 가치가 중요하다. 테라·루나 사태가 ‘대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은 데에는 스테이블코인 1위 테더(Tether)의 안정이 큰 역할을 했다. 테라는 또 다른 가상자산인 루나에 의해 가치를 지탱했지만 테터는 실질 자산이 바탕이 된다. 1달러를 유지해야 하는 테더 가격도 한때 96센트까지 떨어졌지만 이내 안정성을 되찾았다.
테더의 가치 안정에도 스테이블코인의 실질 가치가 충분히 지탱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테더는 자산이 831억달러로, 부채(812억달러)보다 많다. 자산 구성을 보면 국채와 현금·예금(CD 포함) 등이 절반이 넘지만 어음, 회사채, MMF, 펀드, 실물 자산 등 가치변동 위험이 큰 자산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이 자산들이 실재하고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감시할 법적·제도적 틀이 아직 없다. 이번 테라·루나 사태로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 검증장치가 절실해졌다.
또 다른 숙제는 가상자산거래소에 내재한 위험이다. 상장기업인 코인베이스는 최근 주가가 고점 대비 7분의 1 토막이 났다. 거래부진으로 1분기 실적이 적자를 낸 탓도 크지만 회사 부도 시 투자자들이 맡긴 예치금의 변제 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다. 일반증권사들은 고객이 맡긴 돈을 신탁사에 별도 예치하지만 가상자산거래소들은 회사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사시 채권자들이 채권 회수 재원으로 삼으려 할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재무건전성도 숙제다. 아직 기준이 없어 유사시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회사 재산으로 가상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고객 이익을 훼손해 거래소가 이익을 챙기는 이해상충 가능성도 내재된 구조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난해 말 유동자산은 8조9646억원인데 예수부채가 5조8000억원이다. 1조원가량의 부채를 제외하면 실제 유동자산은 2조원 남짓으로, 자기자본(3조2285억원)을 밑돈다. 지난해 3조2000억원의 세전 이익을 거두면서 발생한 법인세 부채만 9271억원이다. 1분기 영업수익은 시장 부진으로 1조원 미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두나무는 또 지난해 말 기준 약 4500억원어치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보유했다. 최근 가격 하락으로 보유량을 유지했다면 1500억원 이상 평가손실이 발생했을 수 있다. 지난해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우리금융 등 주식을 사는 데도 7000억원 이상을 썼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3000억원 가까이 평가손실을 봤다. 자본비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재료다. 미국 코인베이스는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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