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한세희 과학전문기자)'기적의 항암 치료법'으로 최근 떠오른 CAR-T세포 치료의 효과와 적용 범위를 확대할 물질 전달 기술이 개발돼 주목된다.
CAR-T세포 치료는 환자 몸에서 얻은 면역 세포를 다시 주입해 직접 암 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면역 항암치료법이다. 암 세포 등 외부 위협 요소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 T세포를 환자에게서 채취한 후, 암 세포를 인식하고 추적하는 항원을 첨가해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T세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CAR-T세포를 환자 몸에 다시 주입하면 암 세포를 찾아가 공격한다. 환자 암의 특성을 반영해 만들기 때문에 암 세포의 면역 회피를 잡아낼 수 있고, 후유증도 덜하다.
CAR-T 치료법 개념도 (자료=미국 국립암연구소)다만 값이 비싸고, 혈액암 계열에만 주로 효과가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CAR-T 방식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가 이달부터 국내 보험이 적용되면서 치료비가 4-5억원에서 최대 600만원 수준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이 CAR-T세포를 보다 효과적으로 환자에 주입하는 전달 기술을 개발, 8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 CAR-T세포 위한 체내 베이스캠프
연구진은 외부 침입이 있을 때 면역 세포들을 불러모으는 역할을 하는 사이토카인 단백질과 CAR-T세포를 섞어 생체친화적 겔을 만들었다.
몸에 투여된 겔은 CAR-T세포가 암 세포와의 싸움을 준비하는 임시 기지 역할을 한다. CAR-T세포는 겔 안에서 성장 및 증식하다 지속적으로 방출되며 암 세포와 싸우게 된다.
스탠포드대 연구진이 만든 CAR-T세포 전달 겔. 주사로 주입하면 체내에서 다시 조직이 재건된다. (자료=스탠포드대)겔은 셀루로오스 성분의 폴리머와 생분해성 나노 입자를 물과 섞어 만들었다. 이들은 마치 운동화의 찍찍이처럼 서로 쉽게 붙었다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겔이 주사를 통해 투여된 후, 이들 폴리머와 나노입자가 만나 겔 구조를 재건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필요할 때 CAR-T세포가 쉽게 흘러나와 암 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반면 그 전에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흘러나오지 못 하도록 막을 수도 있다.
■ 암 걸린 쥐 12일만에 완치
이 겔은 정맥에 직접 주사하는 기존 CAR-T세포 치료와 달리 암 발생 부위에 주입한다. 기존 방법은 CAR-T세포가 혈관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특정 부위에 발생한 암을 타겟으로 공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 정맥 주사를 타고 대량으로 들어온 CAR-T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이토카인 역시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칫 '사이토카인 폭풍'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연구진이 이 겔을 암에 걸린 쥐들에 적용한 결과, 모두 12일 안에 완치됐다. 겔에 CAR-T세포만 담아 투여했을 때엔 효과가 느리게 나타났으며, 전혀 효과를 보지 못 하는 쥐도 있었다. 그래도 정맥 주사나 식염수를 통해 투여했을 때보다는 효과가 좋았다.
암 발생 부위와 먼 곳에 겔을 투여해도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만 발생 부위 인근에 투여한 경우에 비해 치료 기간은 2배 정도 늘었다. 이는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부위에 생긴 암을 치료할 길을 열어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에릭 애펠 스탠퍼드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이 분야에선 CAR-T세포의 개선에 신경쓰느라 전달 방식에 대해선 관심이 부족했다"라며 "이번 연구는 CAR-T세포 치료법의 좋은 보완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 과학전문기자(hah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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