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조론연구소 김동렬 2022. 04. 06
세상은 널리 얽혀 있다. 그것이 구조다. 얽힘의 힘으로 얽힘의 사슬을 풀어내는 것이 철학이다. 얽힘으로 얽힘을 이긴다. 사건의 중간과정은 어차피 제로섬이므로 무의미하다. 상호작용 과정에서 용해된다. 새옹지마와 같다. 얻는 만큼 잃고 잃는 만큼 얻는다.
사건의 시작과 끝이 중요하다. 시작과 끝은 얽혀있지 않다. 시작은 내가 결정하지만 끝은 하늘이 결정한다. 진학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친구를 사귀고, 이념을 선택하는 것은 내가 사건의 시작을 결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잘되는지는 확률에 달려 있다.
인생의 정답은 결과의 행복이 아니라 시작의 임무다. 좋은 임무를 선택하여 활력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행복해지는지는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 내 소관이 아니므로 걱정할 이유가 없다. 시작은 가장 작은 것이 정하고 끝은 가장 큰 것이 정한다.
가장 작은 것은 에너지고 가장 큰 것은 신이다. 시작은 내가 결정하고 끝은 하늘이 결정한다. 내 역할은 불을 붙이는 것이다. 그 불이 어디까지 타는지는 날씨에 달려 있다. 날씨는 확률에 달려 있다. 내가 불을 잘 붙였으면 성공이다. 잘 탔는지는 잊어도 된다.
나의 시작과 하늘의 종결을 직결하면 그 사이에 방향성이 있다. 가장 작은 에너지와 가장 큰 신을 다이렉트로 이으면 그것이 방향성이다. 우리는 방향만 판단하면 된다. 앞만 보고 가면 된다. 나머지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용해된다. 더하고 빼면 제로가 된다.
아와 피아의 상호작용은 대칭을 이루고 균형을 따라간다. 상호작용 과정에서 용해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플러스 알파다. 그것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다. 닫힌계 안에 없다. 그것은 사건과 사건을 처음 연결시키는 것이다. 연결고리다.
사건 안에서는 대칭을 따르지만 연결부위는 언제나 일방향성이다. 거기서 한 넘이 다 먹는 현상이 일어난다. 폭탄 돌리기는 맨 먼저 시작한 사람이 권리를 가져가고 맨 마지막에 터뜨린 사람이 혼자 독박을 쓴다. 맨 앞에서 일을 벌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기세라는, 흐름이라는, 관성력이라는, 이윤이라는, 권력이라는, 유행이라는, 트렌드라는 플러스 알파를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불을 붙인다. 중간과정에 용해되지 않는다. 그것이 끝까지 가는 것이다. 파도를 타는 서퍼와 같다. 맨 처음 보드 위에 오른다.
그것은 자신이 결정한다. 중간은 파도가 결정한다. 내가 할 일은 파도와 결을 맞추는 것이다. 자연의 결과 나의 결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내가 잘했는데 결과가 잘못될 수도 있지만 사건의 흐름을 이어서 인류 전체의 성공확률을 조금이나마 올렸으므로 무방하다.
잘못된 철학은 대개 중간과정에 이익이 있다는 주장이다. 의미없다, 그래봤자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 결정적으로 그것은 철학이 아니다. 그것은 과학이다. 과학은 과학자에게 맡기면 되고 우리에게는 철학이 필요하다. 처음 배를 탈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배를 타면 그 다음은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키를 잡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키는 배와 파도를 연결한다. 배 바깥에 있다. 우리는 외부를 연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부분은 상호작용 과정에 용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키를 잡는 단 한 사람에게 권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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