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한 기획재정부와 관련해 15일 "기재부를 해체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맹비난하며 "미국은 백악관에 예산실이 있다. 그런 것도 고려할 때가 됐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지역화폐·골목상권 살리기 운동본부 농성 현장'에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지역화폐를 지급하면 경제를 순환시키는 효과가 있는 게 분명한데 경제 전문가라고 하는 기재부 홍남기 부총리께서 왜 그걸 모르는 걸까"라며 "지역화폐를 지급해 소비가 소상공인들에게 늘게 되면 그만큼 대형 유통기업들, 카드사 등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 고려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누군가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말을 잘못하면 큰일 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저도 그 의심에 살짝 공감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가 "기재부를 차라리 해체해주세요"라고 하자 이 후보는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 기재부를 해체하라는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기재부 예산 권한을 분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사실은 몰현장성이라고 할까, 실상을 잘 모르는 탁상행정이 우려돼서 나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결국 (정부가)몰라서 그러는(지역화폐 예산 삭감) 게 아니라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닐까, 이해관계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이 자꾸 든다"라며 "미국은 백악관에 예산실이 다 있다. 저는 그런 것도 고려할 때가 됐지 않았나 싶다"고 발언했다.
이 후보는 또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다수의 서민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을 본다면 매출 양극화의 시정 효과가 매우 큰 지역화폐에 대해 이렇게 만행에 가까운 예산 편성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경제 정책을 경정하는 과정에서 책상과 따뜻한 안방을 떠나 찬바람 부는 바깥에서 서민들의 삶을 체감해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들이)말씀하신 대로 30조로 늘려주는 방향으로 저희도 노력하고 민주당 의원들도 함께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선대위 회의 때도 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를 향해 "따뜻한 방안 책상에서 정책 결정을 한다"고 날을 세운 데 이어 '기재부 해체'까지 나아간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최근 정권 교체 여론이 심상치 않다. 현재 이 후보 입장에서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한 가장 좋은 지점이 기재부"라며 "지난해 코로나 정국에서도 기재부와 대립각을 세워 점수를 땄지 않나"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