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필규 입력 2021. 10. 10. 09:00 수정 2021. 10. 10. 09:09
미국 보스턴 지역의 의대 교수들이 지난달 29일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의 집 앞에 뼈 모형을 쌓아두고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가 부자 나라 위주로만 코로나19 백신을 판매하면서, 그 밖의 나라엔 얼마 안 되는 공급 물량조차 더 비싸게 팔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각 제약사의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출하 현황을 추적하는 에어피니티를 인용,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
올 초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모더나가 저소득 국가에 공급한 물량은 약 100만 회분에 그쳤다. 화이자 백신(840만 회분), 얀센 백신(2500만 회분)에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화이자의 경우 중간소득 이하의 국가 18개국에는 할인된 가격으로 자사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처음 계약할 때 공급가가 1회분 당 19.5달러였는데, 튀니지에는 약 7달러씩에 공급했다.
공개된 정보가 충분하진 않지만, 모더나의 경우 회사와 유통업자들이 신고한 바에 따르면 백신을 판매한 22개국과 유럽연합 국가 중 저소득 국가는 한 곳도 없다고 NYT는 보도했다.
태국·보츠와나·콜롬비아 등 중간소득을 조금 넘는 국가들은 6곳이 있는데, 그나마도 이곳에선 선진국보다 비싸게 약값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선 1회분 당 최저 15달러, 유럽에선 22.6달러를 받았던 코로나19 백신을 이들 중간소득 국가에는 27~30달러에 팔았다.
비싸게 샀지만, 제때 물량을 받지도 못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8월 50만 회분을 받기로 한 보츠와나에는 아직 아무 소식이 없고, 100만 회분을 계약한 태국에는 내년에나 배송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백신 정책을 담당하는 케이트엘더는 이런 상황에 대해 "모더나와 각국 정부가 완전히 암암리에 협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가 얼마에 계약했는지 정보는 부족하면서 백신은 절실했던 중간소득 이하 국가들이 가격 협상력 면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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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사진)는 저소득 국가에 대한 백신 공급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모더나 백신은 다른 제품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운송과 보관이 상대적으로 편한 데다, 최근 면역력 면에서 효과가 더 오래 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투자리서치업체 모닝스타는 모더나 백신을 "본질적으로 프리미엄 백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부 도움을 받아 이런 양질의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가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더나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라는 신기술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기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약 13억 달러, 또 국제민간기구인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로부터 9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당시 모더나는CEPI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균등한 접근 원칙'에 동의했다.
"저소득·중간소득 국가에는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또 적절한 가격으로 백신을 먼저 공급한다"는 원칙인데, 사실상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인터뷰에서 "모더나 백신이 가난한 나라의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지 못해 슬프다"면서도 "하지만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모더나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200억 달러(약 23조9000억 원)다.
2년 전 6000만 달러(약 717억 원) 수준이던 이익은 올해 140억 달러(약 16조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순전히 코로나19 백신 한 제품만으로 올리는 실적이다.
그러자 다른 여러 의약제품을 보유한 화이자·존슨앤드존슨·아스트라제네카 등과 달리 모더나는 이번 코로나19 백신 판매로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톰 프리든 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모더나가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 외에는 아무 책임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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