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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벌벌 떠는 탈레반의 기막힌 실체

국제· 미국

by 21세기 나의조국 2021. 8. 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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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벌벌 떠는 탈레반의 기막힌 실체

오마이뉴스, 송호림 입력 2021. 08. 07. 11:03 

 

 

탈레반이 위구르 문제에 개입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 1

[송호림 기자]

 

며칠 전 탈레반 2인자인 물라 압두가니 바라다르가 중국을 방문해 외교부장 왕이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왕이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东突厥斯坦伊斯兰党)'을 언급하며 탈레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탈레반을 '아프간의 유력한 군사정치세력(塔利班是阿富汗举足轻重的军事和政治力量)'으로 인정하며 극진한 예우로 대접했다.
 

국내에선 미국이 장차 탈레반을 조종해 신장의 위구르 무슬림을 중국으로부터 해방시킬 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즉 핍박받는 무슬림 형제들을 돕고자 탈레반 전사들이 자발적인 행동에 나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필자는 국내 유일의 위구르 전문 연구자로서 이것이 얼마나 현실성 없는 주장인지 알고 있다. 지금부터 탈레반의 실체, 그리고 그들이 신장 무슬림 문제에 개입할 수 없는 중대한 이유 세 가지에 관해 두 편의 글을 통해 설명해보려 한다.

 

참고로 필자가 탈레반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순전히 연구 때문이었다. 위구르어와 우즈벡어를 넘어 그 뿌리인 차가타이어를 배우기 위해 찾은 스승이 결국 우즈벡어와 페르시아어의 이중언어 사용자인 아프간 우즈벡인들이었다. 그들과 자주 교류하며 아프간의 복잡한 정세와 역사, 그리고 탈레반의 본질에 대해 깊이 배우게 되었고, 이를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적극 공유하려 한다.

 

중국의 혈맹,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어머니와 같다

 

탈레반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하나의 단일한 세력이 아니다. 탈레반(طالبان)은 본래 이슬람을 배우려는 '학생'들, 즉 탈립(طالب)들이 세운 단체이다. 따라서 초기부터 다수의 청년조직이 느슨하게 뭉친 형태로 존재했다.

 

오늘날 탈레반은 크게 세 일파로 나뉘는데 우리가 흔히 매스컴을 통해 접해온 탈레반은 1980년대 무자헤딘 운동을 거쳐 1996년부터 2001년 미국의 침공까지 아프간에서 정권을 수립한 주요 세력이다. 현지에서는 이들을 이마라티 탈레반(امارات طالبان), 즉 '이슬람 국가(امارات اسلامی)' 탈레반으로 부른다.

 

둘째로 하카니 탈레반(حقاني طالبان)이 있는데 외신에서는 이들을 '하카니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하카니 탈레반은 아프간 파크티아 지역의 토호인 잘랄라딘 하카니(2018년 사망)와 그의 아들 시라자딘 하카니가 이끄는 파벌이라는 점에서 칸다하르를 거점으로 두는 이마라티 탈레반과 부족적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 모두 아프간 땅에 이슬람 국가를 수립하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아프간 정부군에 맞서 싸운다. 

 

마지막으로 파키스탄 내에서 활동하는 타흐리키 탈레반(تحریک طالبان)이 있다. 타흐리키 탈레반의 또 다른 명칭은 '파키스탄 탈레반(TTP)'으로, 지난 달 중국 노동자 버스테러 사건을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된 바 있다. 타흐리키 탈레반은 본질적으로 앞선 두 세력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나 아프간이 아닌 파키스탄 영내에 국가건설을 목표한다는 점에서 크게 차별화된다. 
 

 
왕이가 아프간의 유력한 군사정치세력으로 인정하며 협력관계를 구축한 탈레반 파벌은 바로 첫째의 이마라티 탈레반이다. 이마라티 탈레반이 20년에 가까운 오랜 전쟁에도 살아남은 건 파키스탄 군부가 그들을 비밀리에 후원한 덕분이다. 파키스탄에는 아프간 파쉬툰 인구의 약 두 배에 달하는 2500만의 파쉬툰족이 살고 있다. 따라서 아프간에서 아무리 탈립의 수가 줄어도, 탈레반 수뇌부는 안전한 파키스탄에 숨어 있는 덕분에 언제든 새 병력을 충원할 수 있었다.

 

탈레반 지도자(물라) 대다수는 파키스탄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서 사상적 기틀을 다졌다. 따라서 앞서 왕이와 만난 압두가니 바라다르는 물론이고 2013년 병으로 사망한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우마르에 은신처를 제공한 것 역시 파키스탄이었다. 그리고 그런 파키스탄의 최대 우방으로 꼽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이마라티 탈레반은 정권 재수립을 향한 의지가 강하나 20년간의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그들을 향한 국제사회의 눈총도 매섭다. 자연히 파키스탄과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고 또 절실하다. 그런 그들이 중국의 '뒤통수'를 칠 수 있을까? 
  
탈레반은 게릴라전에 능한 보병대에 불과하다

 

탈레반은 풀숲 없는 건조한 산악지대의 게릴라전에 능하나 이동수단은 주로 모터사이클로 제한된 보병대가 주력이다. 따라서 공격용 드론은 물론이고 헬기 및 가벼운 전폭기 하나도 없는 '공군력의 부재'가 최대의 약점으로 꼽힌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당시 탈레반이 순식간에 무너진 원인도 이러한 공군의 부재 탓이었다. 과거 소련의 아프간 침공 때는 레이건 행정부가 무자헤딘 진영에 강력한 미제 대공무기를 지원하는 바람에 소련군은 큰 피해를 입고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2001년 러시아는 탈레반을 지원하지 않았고 파키스탄 역시 미국의 위세에 눌려 뒷짐만 졌다. 더구나 미군은 과거와는 다르게 탑승자가 없는 최신예 무인드론을 활용했고, 대공무기도 없던 탈레반은 이처럼 신속하고 은밀한 강습공격에 저항할 수 없었다. 지금도 탈레반이 제일 두려워하는 상대는 어떤 형태로든 그들에 접근하는 미확인 비행물체이며 실제로 타흐리키 탈레반의 리더인 바이툴라 마흐수드나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을 이끌었던 타히르 욜다쉬 같은 인물들도 모두 프레데터 드론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따라서 탈레반이 바닥샨의 험준한 중-아프간 국경을 넘더라도 평지가 대부분인 파미르 고원에서 수 분 이내로 가해질 공습을 피할 겨를이 없다. 중국은 미국 못지않은 세계적인 군사용 드론 제조국가로 2001년 미군이 운용한 프레데터 드론에 버금가는 최신예 살상용 비행체를 실전배치하고 있다. (이번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전쟁에서 터키제 드론이 전투의 양상을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는데, 중국제 드론은 시장에서 터키제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나 탈레반이 파미르 고원에서 내려와 신장의 주요도시로 접근하는 것은 제공권을 장악하지 않는 한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탈레반은 알카에다나 다에쉬(IS 이슬람국가)보다 더 민첩하고 영리하며 계산적이다. 그들은 치고 빠지는 방법을 알고 스스로의 처지도 잘 안다. 현재 그들의 목표는 아프간의 완전한 수복이며 이것이 완료된 이후에도 2001년처럼 정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새로운 전쟁보단 내치에 힘쓸 것이다.  
  
(2편 "위구르 해방운동의 주인공은 따로 있다?"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알림잔(송호림)은 東西 투르키스탄의 근현대사와 고전 차가타이어를 연구하는 독립적인 아마추어 사학자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위구르 문제를 단편적으로 바라보며 실제와 다르게 소개하는 경향이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드에 거주하며 페이스북에 '중앙아시아 연구회(Central Asia Research Group of Korea)' 모임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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