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1.03.21. 오전 10:59 기사원문 스크랩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꺾이고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2·4 공급대책 이후 서울의 아파트 거래 중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하락한 거래가 늘었습니다.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 건수는 1월 18.0%(전체 2천441건 중 493건)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월 24.9%(1천669건 중 415건)로 늘어났고, 3월(1∼17일 기준) 38.8%(281건 중 109건)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억 이상 하락
가격이 내린 단지는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전역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재건축 대표 단지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가장 최근인 이달 2일 23억2천만원(6층)에 계약서를 써 직전 거래인 지난달 24일 24억5천만원(6층)보다 1억3천만원 낮은 값에 거래됐습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 89.1㎡도 이달 6일 31억5천만원(32층)에 매매되며 직전 거래인 지난달 3일 35억원(11층)과 비교해 10%(3억5천만원) 내렸습니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5차e편한세상 158.2㎡의 경우 이달 3일 18억3천만원(7층)에 매매돼 직전인 1월 20일 20억원(2층)보다 1억7천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 대표는 "강남권은 연초부터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로 집값이 뛰고 거래가 이뤄졌는데, 지금은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가격을 조금 내린 매물이 거래가 되고 제값을 받겠다는 집은 거래가 되지 않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2·4 주택 공급대책에 따른 공급 확대 기대감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이 가시화하면서 매수심리가 꺾이고 있는 겁니다.
연일 신고가 행진 마·용·성도 주춤
강남권 다음으로 고가 아파트가 많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나 중저가 단지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 지역에서도 가격이 내린 거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용산구 문배동 용산KCC웰츠타워 84.0㎡는 이달 8일 10억6천만원(14층)에 매매돼 가격 상승이 한창이던 작년 말(12억2천500만원)보다 가격이 1억6천500만원 떨어졌습니다.
성동구 행당동 행당한진타운 114.6㎡는 이달 2일 14억3천만원(13층)에 거래되며 지난달 21일 14억7천만원(9층)보다 4천만원 낮은 값에 팔렸습니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차(고층) 45.9㎡의 경우 이달 12일 5억5천만원(12층)에 계약서를 써 직전 거래인 1월 27일 6억2천만원(13층)보다 7천만원 내려갔습니다.
강북구 미아동 에스케이북한산시티 84.8㎡는 지난달 15일 7억6천700만원(17층)에서 이달 6일 7억3천만원(14층)으로 내렸고, 구로구 오류동 경남아너스빌 84.9㎡는 지난달 4일 7억7천200만원(17층)에 신고가 거래 뒤 한 달여 만인 이달 2일 7억4천700만원(20층)에 매매가 이뤄졌습니다.
구로구의 한 공인 대표는 "이쪽은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지난달까지 매번 신고가로 거래가 속속 이뤄졌는데, 확실히 2·4 대책과 신도시 발표 이후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더 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매수를 망설이는 분위기가 있다. 문의도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6주 연속 상승폭 둔화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의 아파트값은 2·4 대책 발표 직전인 2월 첫째 주 0.10%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6주 연속(0.09%→0.08%→0.08%→0.07%→0.07%→0.06%) 상승 폭이 둔화했습니다.
그동안 치솟기만 하던 서울의 아파트 매수심리도 이달 들어 진정되는 분위기입니다.
KB 부동산의 매수우위지수는 이달 1주 96.2로 올해 들어 처음 100 아래로 떨어진 뒤 2주 90.3, 3주 82.4로 3주 연속 100 미만을 기록했습니다. 지수가 100을 넘기면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인데, 100 미만이라 그 반대라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매매 시장에서는 매물도 점차 쌓여가고 있어 그동안 매도 우위였던 시장이 매수 우위로 점차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6천219건으로 한 달 전(2월21일)과 비교해 14.3% 증가했습니다.
도봉구(24.4%)의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동대문구(22.7%), 노원구(22.1%), 서대문구(21.8%), 은평구(19.4%), 관악구(18.3%) 등의 순이었습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정부의 잇따른 공급대책으로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매수 심리가 안정되며 집값도 안정세로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하락기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가격 급등으로 인해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고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이 현실화하면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도를 고민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미국의 국채금리가 반등하고 국내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분위기도 주목해야 한다"며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층에 상당한 부담이 돼 부동산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윤미 기자(yoong@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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